[JOB] 신선식품 MD는 무슨 일 해요?

매거진 2024.08.29


 

식재료 하나 사려고 대형마트까지 가긴 좀 부담스럽습니다. 온라인 장보기로 최소주문금액을 채우는 것도 골치 아프죠. 소비자들의 마음을 꿰뚫어본 듯 CU의 신선식품은 대형마트 못지않은 품질과 가격으로 편의점 장보기 문화를 확산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BGF리테일에 단 하나뿐인 사람, 신선식품 MD의 노력이 있었는데요. ‘싱싱상생’ B급채소부터 ‘아망추(아이스티에 망고 추가)’까지 CU만의 차별화 신선식품을 기획하는, BGF리테일 HMR팀 윤승환 책임의 하루를 따라가봅니다.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말. 평택항에는 크고 작은 화물을 실은 배들이 분주히 항구를 드나듭니다. 그리고 그 주위로 컨테이너 창고와 공장들이 나란히 줄을 맞춰 서있는데요. HMR팀 윤승환 책임의 하루도 이곳에 위치한 스미후루 공장에서 시작됩니다. 자신을 신선식품 MD라고 소개하는 그는 과일 카테고리 1위 상품인 ‘반값바나나’의 운영을 위해 분기별로 현장을 방문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평소라면 사무실로 출근해서 한창 바쁘실 시간일 텐데요.

그렇긴 하죠. (웃음) 신선식품 MD는 과일, 채소, 생란, 정육, 수산 등의 1차 상품을 담당하는데요. 산지와 가공장 확인부터 상품 출시, 그리고 CS 관리까지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책임지고 있어요. 사무실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전날 매출을 확인합니다. 그다음 협력사별로 특이사항이나 클레임은 없는지 천천히 살펴보죠. 월요일은 조금 더 바쁜 하루를 보냅니다. 과일, 채소 협력사와 산지 및 도매시장의 상황을 파악해 원물의 가격과 변동 폭에 따른 원/매가 변경을 확인하거든요. 주 단위의 탄력적인 가격 변동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이 매장에 진열될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하죠. 물론 오늘처럼 현장에 직접 나와서 운영 상태를 점검하기도 하고요.

 

그 유명한 ‘반값바나나’가 평택항을 거쳐 들어오는군요.

바나나 상품은 직수입하지 않고 협력사가 수입한 원물을 CU가 상품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반값바나나’의 경우 많게는 전국에서 3만 개 이상, 낱개로 치면 15만 개 이상이 발주되고 판매되는 셈인데요. 한 국가의 상품만으로는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수입량을 조절해 공급받고 있어요. 평택항을 거쳐 들어온 바나나 원물은 이곳 스미후루 공장에 모입니다. 현장에 나오면 주로 원물의 수입량이나 후숙도 등 운영적인 부분을 협력사와 논의하죠. 오늘은 바나나 원물의 후숙부터 포장, 그리고 센터 출고까지를 점검할 예정이에요.

 

 

 

필리핀, 베트남, 에콰도르 등 세계 각지에서 수입된 바나나 원물은 평택항을 통관한 후 스미후루 공장의 생과 저장소로 모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나라 계절과 날씨에 맞게 후숙 과정을 거친 후 포장대에 오르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넉살 좋은 웃음으로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던 윤 책임이지만,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되자 180도 눈빛이 달라집니다. 푸르스름한 바나나 원물이 담긴 박스들을 꼼꼼히 살펴보는데요. 특히 바나나의 경우 대표적인 후숙 과일로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답니다.

 

 

 

 

아무래도 바나나의 특성상 후숙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바나나 상품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게 ‘후숙 정도’거든요. 한마디로 바나나를 얼마나 익힐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죠. 여름에는 평택 공장에서 점포로 이동하는 동안 바나나가 자연스럽게 익기 때문에 후숙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되고요. 반대로 겨울은 날씨가 추워서 외부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미숙될 경우 클레임이 발생합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서 후숙을 얼마나 할 것인지 협력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해요.

 

‘반값바나나’가 처음부터 효자상품은 아니었다고요.

‘반값바나나’는 2019년 말에 출시되어 조금씩 성장하다가 작년과 올해를 기점으로 큰 매출 성장을 이뤘어요. 이제는 CU 전체 매출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뿐 아니라, 매년 50% 이상의 매출신장률을 보이는 효자상품으로 등극했죠. 특히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과 9월에는 판매량이 증가해 전달보다 수입/후숙량을 늘리고 있답니다. 하지만 처음 출시했을 때만 해도 이 정도 판매량은 아니었거든요. 작년부터 슈퍼세일과 월행사 등을 통해 더 많은 점포에서 판매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가 아닐까 싶네요. (웃음)

 

 

 

 

현장에 가면 새로운 것들이 많이 보일 것 같아요. 이를테면 상품 기획에 관한 아이디어랄까요.

작년에 출시한 ‘키위티바나나’는 키위의 상큼한 맛이 느껴지는 프리미엄 바나나인데요. 예전에 평택 공장을 방문했을 때 대형마트로 유통되는 ‘키위티바나나’를 보고 왜 편의점에는 없는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시장조사를 해보니 편의점 업계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아 판매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출시 이후 좋은 반응을 얻었고, 지금도 꾸준하게 사랑받는 제품 중 하나랍니다.

 




아침부터 강렬하게 내리쬐던 태양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갑자기 먹구름이 드리우더니 이내 시원한 빗줄기가 잠시 더위를 식혀줍니다. 신선식품 MD로 일하다 보면 한여름 예고 없이 내리는 소나기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로 당황하는 순간도 발생한다고요. 그럴 때마다 산지 및 공장 협력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일을 해결해 나간다는 그는 누구보다 소통의 힘을 믿습니다.

 

 


 

 

BGF리테일에서 유일무이한 직무인데요. 신선식품 MD로 일하면서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인가요?

이름 그대로 신선식품이기에 원물의 품질 관리가 가장 어렵습니다. 최상급 원물을 공급해도 유통 과정에서 상처나 곰팡이 등 외부요인으로 인한 변수가 늘 존재하거든요. 또한 공급량을 맞추는 일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에요. 올해 여름만 해도 바나나 산지의 작황이 좋지 않아서 수입량이 부족해 애를 먹었죠. 하지만 돌발상황이 생길 때마다 제 고민에 귀 기울여 주고,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넸던 강미현 책임님과 이용구 책임님, 그리고 김배근 팀장님과 팀원들 덕분에 슬기롭게 잘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같은 신선식품 MD라도 편의점과 대형마트는 확연히 다를 것 같아요.

일단 편의점의 경우 포장 단위가 마트에 비해 매우 작습니다. 바나나 상품만 해도 봉 단위보다는 1~2입의 소규격으로 판매되고 있으니까요. 포장 단위가 작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의 손이 한 번 더 필요하다는 의미라 단가 측면에서 마트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럼에도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편의점 신선식품 MD의 역할이죠.

 


 

 

오전 일과를 마친 윤 책임이 다시 발걸음을 서두릅니다. 40여 분 거리에 위치한 천안의 배 농장으로 두 번째 현장 점검을 나서기 위해서인데요.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선물세트에 들어갈 배 상품을 직접 확인할 예정이라고요. 아침농원은 CU와 15년 넘게 함께한, 그야말로 눈빛만 봐도 손발이 척척 맞는 사이라고 소개합니다. 그가 도착하자 마치 자식 보여주듯 탐스럽게 열린 배나무들을 자랑하는 사장님. 윤 책임에게 직접 품질을 확인해 보라며 당도계를 건넵니다. 손바닥만 한 큰 배를 조심스레 잡은 그가 당도를 측정한 뒤 사장님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과수원이 정말 크고 멋지네요. CU와는 15년 넘게 거래한 산지라고요.

아침농원은 1971년부터 과수원을 조성해 2대째 배를 재배하고 있는 산지입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CU하고만 거래하는 오래된 협력사죠. 2014년에는 전국 배 품평회 대상을 비롯해 GAP(우수농장물관리제도) 인증 및 저탄소 농산물 인증을 받기도 했는데요. 평소 철저한 위생 관리는 물론, 당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수확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고가의 당도계를 사용하는 등 프리미엄 상품만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에요. 그뿐인 줄 아세요? 여기 선물상자도 한번 보세요. 사장님의 센스가 정말 남다르지 않나요? (웃음) 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저의 가치관과도 일맥상통하는, 그야말로 믿을 수 있는 협력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신선식품을 운영할 때 1순위가 품질인 이유가 궁금한데요.

네. 물론 상태가 좋지 않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국엔 점주님과 고객의 신뢰를 잃어 더 이상은 찾지 않는 상품이 되고 말겠죠. 그래서 조금 더 비싸더라도 좋은 품질의 상품을 공급하려고 노력합니다. 국산 과일을 출시하기 전에 산지를 꼭 방문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계절과일 산지는 모두 가봤는데요. 추석 즈음에는 과일 수확철을 맞아 사과 농장도 방문할 예정이에요. 산지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올해 작황을 확인한 뒤 계약된 농가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CU가 포장하는 상품의 경우 주의할 점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봅니다.

 

품질이 좋으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요?

아침농원은 농사부터 포장, 그리고 공급까지 사장님이 직접 다 하시거든요. 그리고 보셔서 아시겠지만, 배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엄청나세요. (웃음) 아침농원과 15년 넘게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가장 큰 이유죠. 덕분에 CU도 좋은 품질의 배 상품을 경쟁력 있는 단가로 운영하고 있답니다.

 

 


 

 

“윤 책임, 잠깐 앉아서 여기 한 조각 먹어봐. 올해 수확한 배가 참 달고 맛있어.” 뜻밖의 배 시식회가 열렸습니다. 방금 갓 따온 배부터 냉장고에 며칠간 후숙한 배까지 손 큰 사장님이 배 한 접시를 가득 내놓았는데요. “배랑 사과를 콜라보해서 꿀시리즈로 출시해 볼까요? 아님 커팅해서 다양한 토핑을 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산지에서 신선한 배를 맛보니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는다는 윤 책임. 신선식품이 CU에서 자리 잡은 계기도 상품이 다양화되면서부터라고 회상합니다.

 

 

 

요즘은 쌀과 허브류, 정육, 생선 등 신선식품이 무척 다양해졌더라고요.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을 선호하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신선식품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났어요. 실제로 CU에서 판매하는 과일과 채소의 경우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CU에 가면 계절과일과 야채는 물론, 쉽게 접하기 어려운 용과와 코코넛, 그리고 고수와 페퍼민트 등의 허브류까지 다양한 신선식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과일과 채소, 생선 등을 냉동제품으로도 판매하죠. 더불어 편의점 최초로 냉장 한돈 삼겹살/목살을 전국 매장에 출시했는데요. 한우 스테이크와 캐나다산 삼겹살/목살까지 이제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편의점에서 그대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신선식품의 영역을 확대하고 운영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으셨겠어요.

‘편의점 최초 냉장 한돈 삼겹살/목살 출시’라는 타이틀의 무게만큼 전국에 확대하고 운영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냉장 정육의 경우 많은 부분을 사전에 확인하고 준비해야 했거든요. 믿을 수 있는 협력사를 찾고, 편의점 환경에 맞는 포장 형태와 유통기한을 설정하기까지 몇 달간 준비했죠. 사육장과 도축장을 방문해 유통 과정을 눈으로 확인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특별히 애착이 가는 상품이 있다면요?

작년에 출시한 ‘싱싱상생’ B급채소인데요. 채소 협력사를 둘러보던 중 작업장 한 곳에서 상처가 있어 제값을 받지 못하는 마늘을 따로 포장해 마트 등으로 납품하고 있더라고요. 편의점에서도 분명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규격을 줄이고 디자인부터 네이밍까지 새로 구상해 출시했죠.

또한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스망고컵’도 저의 애착 상품 중 하나입니다. 올 초에 SNS에서 유행했던 ‘아망추(아이스티에 망고 추가)’를 상품화한 것인데요. 기존에 파우치 형태로만 판매했던 냉동 과일을 컵에 담은 후 파우치 음료인 ‘복숭아아이스티’를 증정해 ‘아망추’를 구현했죠. 타사에서 CU의 ‘아망추’를 따라서 출시하려고 진땀을 흘렸다는 소문도 들었답니다. (웃음)

  

올해도 벌써 하반기에 접어들었네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2024년 목표는 품질 관리와 미운영 및 신상품 출시였어요. 올해 다양한 형태의 컵과일 상품들을 출시했는데요. SNS 인기 레시피를 상품화해 고객이 더 트렌디한 상품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했답니다. 앞으로도 이슈 상품뿐 아니라 신선하고 좋은 품질의 계절과일을 계속 공급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바람인데요. 주어진 업무를 누구보다 잘해내서 인정받고 싶어요. 지금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다양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현장 점검을 마친 윤 책임이 사무실로 복귀할 채비를 합니다. 요즘은 1차 상품 전문가로 성장하고자 ‘농산물품질관리사’ 자격증도 준비한다는 윤 책임. 어느덧 8월의 끝자락, 더위는 곧 가시겠지만 산지와 공장을 누비는 그의 투지는 언제나 한여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뜨거운 열정을 거름 삼은 신선식품 MD의 노력이 CU에서 환한 열매로 영글기를 기대합니다.

 

 

 

 BGF리테일 신선식품 MD로 말할 것 같으면

 

 

① 소통을 하면 품질이 보인다

품질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여러 협력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최대한 자주, 그리고 많이 대화할수록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상품이 탄생한다는 것은 진리 오브 진리죠.

 

② 신선식품, 현장에 답이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산지에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상품 기획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공장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파악할 수 있어요.

 

③ 자격증은 선택, 원물 공부는 필수!

모든 상품의 기획은 1 상품에서 시작되죠. 과일과 채소, 정육, 수산 식재료마다 산지의 조건이나 상품의 특성이 제각각이기에 신선식품 MD라면 다양한 원물에 대한 공부는 필수랍니다.

 

 

인터뷰. 윤승환 책임(BGF리테일 HMR팀) 

글. 김민혜

사진.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