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추석 전야입니다. 점주님들은 이맘때면 팔을 걷어붙이고 명절 선물세트 판매에 돌입하시는데요. 명절 때마다 선물세트 판매로는 전국 순위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점주님이 계신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CU 잠실파크리오점과 동작메가스터디점을 운영하는 황윤희 점주님이 그 주인공인데요. 대목에 대박까지 한아름 안아든다는 그곳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CU 잠실파크리오점과 동작메가스터디점을 운영하고 계시지요. CU 보라매점을 운영하시다 이 두 곳으로 옮기셨다고요.
편의점을 운영한 지 벌써 27년이에요. 여기 잠실파크리오점은 6년 됐지요. 이전 점주님에게 점포를 물려 받았는데, 제가 가게를 좀 넓혔어요. 그러니까 이전보다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동작메가스터디점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학원가에 위치해 있어요. 두 점포의 손님 층이 아주 다르죠. 잠실파크리오점은 아파트 주민들, 동작메가스터디점은 학생들이 많이 찾아주세요.
수년 동안 ‘추석특판왕’을 놓치지 않고 계세요.
운 좋게도 저는 매해 비슷한 수량을 팔아요. 판매처도 쭉 같은 분들이고요. 한 사람이 한 두개 사는 게 아니라 명절선물을 할 곳이 많은 분들, 그러니까 사업을 하는 분들이 찾아주시죠. 한 번에 50세트 이상 주문하시니 주문량이 커요. 가만 있자, 명절 판매 수량을 따져보면 400세트 정도 되겠네요. CU 보라매점을 운영할 때부터 그렇게 팔았으니 벌써 20년 정도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어요.
점포에는 따로 선물세트를 전시하지 않으신 것 같은데요.
그렇게 하는 점포도 있던데, 저는 하지 않아요. 일단 공간도 좁고. 제 고객들은 거의 배송으로 받는 분들이니까요. 노하우랄 것은 딱히 없는데…. 아, 특판 기간이 다가오면 한달 전 구매자 분들에게 전화를 돌려요. 대부분은 제 지인이었던 분, 혹은 지인 소개로 만난 분들이죠. 사실 명절 즈음에만 전화를 하는 건 아니고요, 평소에도 안부 인사를 잘 챙기는 편이에요. 별일 없어도 가끔 연락해 안부도 묻고, 어떻게 사는지, 별 탈은 없는지 챙기려고 해요. 그게 사람 사는 거니까요. 일년에 청첩장만 500장은 받는 것 같네요. (웃음) 바빠서 참석을 못하면 인편이나 계좌이체를 통해 부조라도 꼭 하죠.
처음부터 400세트씩 매출을 올리셨나요?
지인에게 판매하다가 소개가 이어지면서 조금씩 늘어났어요. 말씀드렸듯이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맥 관리가 중요해요. 명절이 오기 전에 전화 안부도 중간 중간 챙기고, 특판 기간이 되면 카탈로그를 보내면서 다시 한 번 연락을 드려요.
전 외환위기 시기에 직장을 잃은 경험이 있어요. 그 일을 계기로 편의점을 운영하기 시작했고요. 한창 직장에 다닐 적에 알고 지내던 인연들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데요. 그중 사업을 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분들에게 명절 선물세트를 권유하는 게 처음부터 쉬웠다면 거짓말이죠. (웃음) 하지만 한 번 하고 나면 어렵지 않아요. 나쁜 물건 파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그분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파는 거니까요. 전화 먼저 드리고, 또 배송까지 문제없도록 여러 번 챙기다 보니 신뢰도 쌓였어요. 덕분에 차츰 주문하는 사람이 늘어난 거죠. 사전 구매하면 20% 할인 행사도 하고요. CU에서만 진행하는 명절 선물세트 구매 혜택이 많거든요. 물론 카탈로그에 잘 안내되어 있으니 꼭 체크하시라고 전화로도 설명하죠. 참, 최근에는 정말 별별 상품이 소개되더라고요.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역시 참치나 햄 세트지만, 선물세트 종류가 과거에 비해 아주 다양해졌어요.
사실 요즘은 명절 선물도 줄어드는 추세죠. 그런데도 여전히 명절이 되면 비슷한 수량을 판매하신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가끔은 해마다 주문하던 고객께 전화를 걸어 “이번 명절에도 하셔야죠” 하면 “요즘은 들고 가는 것 귀찮아 한다”, “그냥 보너스 주는 걸 더 좋아한다”면서 거절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 말처럼 명절 때마다 각종 선물세트를 들고 고향을 찾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현금을 더 반기는 추세이긴 해요. 하지만 시스템도 그 못지않게 달라지고 있어요. 확실히 판매 시스템이 편해졌다는 걸 느끼거든요. 이제는 점주가 배송지만 입력하면 택배로 보내주니까요. 택배로 카탈로그를 보내드린 후 주문을 받아 주소만 입력하면 돼요. 그러면 들고 갈 걱정 없이 바로 받아보실 수도 있고요. 그래도 감사인사 챙기는 건 그때만 하는 일이 아니니까 신경은 일 년 내내 쓴다고 봐야죠.
점포가 둘이라 평소에도 아주 바쁘실 것 같아요.
아유, 바빠요. ‘내가 왜 이걸 시작해서 이 고생을 하나’ 생각할 때도 있죠. 제가 바보 같아서 편의점만 27년 하는 것 같아요. (웃음) 그래도 제가 운영하면서 잠실파크리오점도 매출을 키웠고, 동작메가스터디점도 아주 잘 돼요. 점장도 두지 않으니 정말 바쁘긴 하죠. 새벽 3시에 일어나 재택 발주를 넣고, 아침이 밝으면 동작메가스터디점으로 출근해요. 물류 체크하고 근무하다가 여기(잠실파크리오점)로 넘어오죠. 여기도 상온 상품이 오후 2시에 오는데, 그것 정리가 끝나면 3시경 다시 동작메가스터디점으로 가고요. 거기서 5시까지 일하다가 비로소 퇴근해요. 점주가 직접 하지 않고 스태프에게만 맡겨 놓으면 지금처럼 두 점포가 모두 잘 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오래 운영했으니 저보다 정리랑 진열을 잘 하는 사람도 없죠.
이곳 CU 잠실파크리오점을 살펴보니 신상품이 많고 종류도 아주 다양해요.
대규모 아파트가 있으니 어르신부터 어린이까지 고객 연령대 폭이 넓어요. 그래서 되도록 구색을 다 갖추죠. 요즘은 유아동부터 10대 학생들까지 편의점 신상품에 빠삭하거든요. 그러니 저도 신상품이 있으면 아주 빠르게 들이는 편이에요.
경험은 무시 못할 자산이에요. ‘이건 우리 점포에서 잘 팔리겠다’ 하는 감이 이제 잡히거든요. 잘 팔릴 것 같은 신상품은 많이 주문하는데, 또 공간은 좁으니 진열에도 신경을 많이 쓰죠. 그래서인지 요 밑에 대형마트가 있어도 저희 점포는 여전히 바빠요. 저도 노력하지만 요즘은 편의점 이벤트를 잘 활용할 경우 마트보다 저렴하게 장볼 수 있다는 사실을 고객들이 더 잘 알아요.
27년 동안 거의 쉬지도 못하고 일하셨겠어요. 올해 추석에는 어떤 계획이 있으세요?
쉬면 뭐 하나요. 저는 술도 못 마셔요. 그냥 일하는 게 취미고 재미예요. (웃음) 그래도 이번 추석에는 2박3일 쉬고 고향에 가려고요. 제 고향이 경북 영덕인데 어머님이 거기 계세요. 아내와 함께 어머니도 찾아 뵙고 강릉에 가서 잠깐 쉬고 오려고 해요. 제가 쉴 때 큰애가 대신 점포에 나가 일해주기로 했어요. 직장인인데, “용돈 줄 테니 아빠 대신 하루 일 좀 해달라”고 했더니 하겠다데요. (웃음) 재택 발주를 할 수 있으니 이렇게 멀리도 갈 수 있지, 예전에는 꿈도 못 꿨어요.
직장 다니는 자녀분에게도 모처럼의 긴 휴가일 텐데 정말 착하네요. (웃음)
제가 그런 복은 있어요. 애들 때문에 속 썩은 적이 없거든요. 젊을 때 정말 가난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CU 시작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진짜 열심히 사는 것밖에는 한 게 없죠. 그래도 CU 잘 운영하면서 살아왔고, 그래도 지금은 쪼들리지 않으니 이만하면 괜찮지 않나 해요. 우리 애들도 알아서 대학 가고 취직도 하고, 잘 자라줬으니 고맙죠. 또 이렇게 오래 운영하면서도 스태프도 좋은 친구들만 만났어요. 다들 제 할 일 잘 하고 성실하죠. 인복도 있는 것 같아요.
올해 추석에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덕담이 있으신가요?
추석에 일하는 점주나 스태프도 많을 거예요. 일단 편의점 하는 분들은 건강이 중요해요. 저는 따로 운동을 하지는 않지만 대신 매일 걸어요. 집에서 동작메가스터디점까지 걸어가면 20분인데 꼭 걸어 다니고, 잠실에서 노량진 갈 때에도 지하철을 타요. 점주님들 건강을 꼭 챙기시라고 하고 싶네요.
‘추석특판왕’의 특별한 노하우를 물으니 “평범해요. 평소 고객들을 친밀하게 대하고 자주 안부를 나누는 것이죠”라며 미소 짓는 황윤희 점주. 인터뷰 중 ‘그게 사람 사는 거니까’라며 무심하게 덧붙인 그의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봅니다. 사람에 대한, 당연하고도 깊은 애정이 그를 오늘의 ‘특판왕’ 자리까지 이끈 것은 아닐까요. ‘점주님들 이번 추석에도 모두 건강하시라’며 따뜻하게 말을 맺는 황윤희 점주에게서 풍성한 명절의 진짜 의미를 알아갑니다. 이번 명절에는 선물세트에 보고 싶었다고, 항상 생각했다고 말 한 마디 보태 보세요. 그게 사람 사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