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완구의 여왕

매거진 2023.07.24

 

하교한 아이들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어디일까요? 예전에는 문방구나 슈퍼마켓이었다면 요즘에는 편의점입니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에겐 가히 천국 같은 곳이 있으니 바로 CU 동탄M메디컬점입니다. 자타공인 완구의 여왕으로 등극한 정지온 점주의 일상을 기록해봅니다.


CU 동탄M메디컬점이 문을 당시에는 주변 상가가 다소 쓸쓸했습니다. 주변 상가에 가게들이 채워지기 , 병원이나 학원보다 먼저 문을 것이 동탄M메디컬점이었습니다. 번역가로 일하다 CU 점주로 인생을 시작한 정지온 점주는 누구보다 신상 발주에 열심입니다. 때론 MD 추천보다 빠르게 상품을 들여놓을 때도 있는데요. 크지 않은 매장에 빼곡하게 다종다양한 상품들이 채워져 있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습니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소중한 고객이라며 완구와 키즈 제품으로 미니 코너까지 꾸린 동탄의 핫플레이스, 동탄M메디컬점의 정지온 점주를 만났습니다.

 

 



아이들 장난감으로 아기자기한 미니 코너를 꾸미셨어요.

동탄이 유아가 많은 동네거든요. 애들이 CU에서 구경하고 살 만한 게 없으면 곤란하겠단 생각을 했어요. 신상을 발주할 적에 캐릭터 상품이 보이면 하나 둘 점포에 진열해 놨는데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일례로 플리퍼즈(오뚝이의 종류)를 들 수 있죠. 그 아이템이 유행이 될 줄 몰랐어요. (웃음) 그런데 키즈 유튜버들 때문에 갑자기 플리퍼즈를 찾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이후 마이스탠드, 마이키링이 나왔는데 그것도 인기가 많았고요. 트렌드를 빨리 포착해 들여놓은 상품들이 잘 나가니까 저도 신나서 발주하게 되더라고요. 어느 날은 한 젊은 어머님이 “여기 오면 (상품이) 있다고 해서 왔다”며 들른 적이 있어요. ‘맘카페에서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인기 많은 키즈 제품은 금방 품절되니 카페에서 정보를 공유하는데, ‘CU 동탄M메디컬점에 가면 다 있다’는 소문이 났나 봐요. 근처에 키즈카페가 있는데 아이들 선물도 여기 와서 사가세요.

 

안경에 거신 스트랩도 귀여워요. CU 판매 제품인가요?

네, 원래 마스크 스트랩인데 저는 안경에 써요. 마스크를 끼고 있으면 표정이 안 보이고 또 제가 키도 큰 편이라 아이들에게 무서워 보일 수도 있어서요. 그럼 아이들이 말을 걸기 어렵잖아요. “그건 어디 있어요?” 하면서 쉽게 말을 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귀여운 스트랩을 착용했어요.

 

신상품이 잘 팔리면 신날 것 같아요.

어휴, 짜릿해요. 신상품을 찾다가 다른 데 없어서 오셨다는 분, 한 시간 걸려서 찾아왔다는 분들이 “여기 오면 있을 것 같았다” 하시더라고요. 단골들 사이에서는 신상을 빠르게 들여놓는다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반면 고객이 찾는 상품이 없으면 왠지 진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아, 그걸 왜 놓쳤지? 내가 졌다!’ 하면서요. (웃음) 주로 어린이들이 “그거 없어요? 왜 없어요?” 하면서 찾는데 그럴 때에는 그 친구에게 진 기분까지 드는 것 있죠.

 



‘여기 오면 있다’는 피드백을 들으면 뿌듯하시겠는데요.

네, 재밌어요. 상품이 다양하면 점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힘들어요. 진열할 때에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하고 수량도 체크했다가 발주도 제때 넣어야 하고, 유통기한도 그렇고요. 저희 점포가 좁은 편인데, 이 공간을 테트리스처럼 활용했으니 찾기도 어렵죠. 그래서 제가 근무하는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나고, 저는 더 힘들고. (웃음)

 

그래도 재미있어 하시는 듯해요. 어린이 손님이 많아서 미소 짓는 일도 있겠어요.

귀여운 일이 많죠. 한 어린이가 플리퍼즈를 뽑고 싶어한 적이 있어요. 랜덤이거든요. 여기서 자신이 찾던 아이템을 발견했는데 용돈이 부족한 거예요. 부모님께 바로 전화를 걸었는데, 오히려 꾸중을 듣고 얼른 오라는 소리를 들었나 봐요. (웃음) “제가 나중에 꼭 사러 올게요. 보관해 주세요.” 라고 부탁하더라고요. 고객 말씀인데 들어야죠. 그 친구가 오기 전 포켓CU에서 보고 사러 온 고객도 있었는데, 판매하지 않고 따로 챙겨 뒀어요. 열흘 정도 지났나, 아이가 살며시 들어오더니 “용돈 모아서 왔다”고 하더라고요. 절로 미소가 나오는 순간이었어요.

 


 

 

친해진 어린이 손님도 있나요?

저는 학교를 졸업한 지 꽤 됐으니까 방학이나 시험 기간을 잘 몰라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물어보곤 하는데요. 처음에는 무뚝뚝하게 굴고 대답을 잘 해주지 않아요. 그런데 한두 번 얼굴을 트면 아이들이 먼저 말을 걸어온답니다. 10대 아이들이 낯선 어른을 경계하는 것 같아도 그게 아니더라고요. 여기 있으면서 아이들에 대해 알게 된 게 많아요. 주말마다 오는 친구 무리가 있는데 그 애들은 오면 자기 이름을 말해요. “사장님, 저 누구예요!” 하고 이름을 외워 주기를 바라는 거죠. (웃음) 그런 모습을 접하면 정말 귀엽죠.

 

상품군이 너무 다양해서 점주님이 아니면 찾기 어렵겠어요.

그래서 SC나 스태프가 힘들어해요. (웃음) 밸런타인데이에 SC님이 상품 진열을 도와주러 오셨는데, 물건이 많으니까 다른 지역 SC님들도 오셨거든요. 저희 담당 SC님은 저희 점포 상품이 다양한 걸 아시니까 ‘그런가 보다’ 하시는데, 처음 오신 SC님들은 “와, 점주님! 무슨 대형 문구점 같아요. 거기 없는 상품도 여기 있겠는데요?” 하시더라고요. (웃음) 본사에서 신상 스낵을 자주 선보이잖아요. 팔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찾는 고객이 있다면 저는 꼭 들여놓아요. 이 건물에 병원이 있는데, 한 번은 당뇨를 앓는 고객이 저당 아이스크림을 찾으셨어요. 다른 점포에서는 찾기 힘든 제품이지만 저는 이렇게 찾는 분이 있으면 꼭 발주합니다. 그럼 또 구경하다가 사가시는 고객이 생기고요. 호기심에 새 상품을 시도하는 고객들이 요즘은 많아졌어요.

 

점주님의 학생 시절도 궁금해요.

저는 외국에서 공부했다가 번역 일을 시작했어요. 외국어 재능을 살려 영어 과외도 했었고요. 사실 학생 때에는 외국에 있다 보니 편의점에는 많이 다녔던 같아요. (웃음) 제가 일을 하게 줄도 정말 몰랐고요. 아무튼 매너리즘이 때쯤 어머니께서 편의점 일을 권하셨는데요. 처음에는 경험이 전무해서 하루에 14시간, 아니 16시간도 근무하면서 몸으로 업무를 익혔어요. 그전에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없었는데 일하면서 저도 많이 변한 같아요. 평소 관심이 없던 키즈 유튜브까지 여럿 시청하면서 트렌드가 어떤지 공부도 한답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처럼 놀고 가는 바람에 점포가 어지러워질 때도 있지만, 그것 또한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저희 점포만의 특성 아닐까요? (웃음)

 


 

 

그것이 무엇이든 고객이 찾는 상품이라면 제일 먼저 들여놓고, 어떤 트렌드이든 가장 먼저 흐름을 타본다는 정지온 점주. 어떤신상’ 발주 두렵지 않다는 그의 얼굴에서 우리는 도전과 변화의 물결을 읽습니다.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여름엔 어떤 도전이 꿈틀댈지, 편의점 문으로 와아 달려가는 아이들 따라 지켜봐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