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T]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편의점, CU가로수길점 이시원 점주님

매거진 2025.03.19 #PEOPLE #가로수길편의점 #이벤트

 

연일 오르락내리락하는 쌀쌀한 날씨에 정말 봄이 왔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편의점에서 라면 하나를 먹더라도 밥을 말아 든든하게 먹고 싶은데요. 이렇게 든든한 한 끼로 봄철 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편의점이 있습니다. CU가로수길점 한쪽 코너에는 항상 따뜻한 밥이 가득 채워진 밥솥이 있는데요. 밥뿐만 아니라 날계란, 김치도 무료로 제공하여 편의점 식사도 든든하게 느끼게 하는 곳이죠. 편의점을 찾는 모든 분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는 이시원 점주님을 만나봤습니다.

 

 

 



핫한 가로수길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이시네요.

네, 서울 가로수길에서 4년간 요식업을 하다가 작년 10월부터 편의점 점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어요. 

 

주로 찾으시는 손님들의 특징이 궁금해요.

이 근처는 새벽부터 많은 사람들이 출근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데요. 출근 전에 편의점에서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해결하고 하루를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답니다. 상권이 상권인 만큼 학생보다는 근처에서 일하시는 직장인이나 주변 가게 사장님 등이 많이 찾아와 주시는데요. 그래서인지 단골손님들도 많은 편이고요. 또, 요식업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분들이 계속 찾아와 주시기도 해요.

 


 

어떤 계기로 편의점에서 따뜻한 밥을 제공하게 되었나요?

편의점에서 식사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컵라면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시거나, 아침을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편의점 안에서 밥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어요. 이곳 손님들은 주로 새벽 5시 30분에서 6시 사이에 오시기 때문에 저는 이른 시각부터 밥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점주님 덕분에 든든한 아침이 시작되겠네요. 밥뿐만 아니라 계란과 김치도 무료로 주신다고 들었어요.

처음엔 밥과 김치만 준비했는데, 지금은 계란까지 챙겨 드리고 있어요.(웃음)

요즘 젊은 세대들이 참 힘들잖아요? 가끔 제 자녀 또래의 직장인 손님들을 보면 ‘엄마 마음’ 같은 게 들어서 자식 같기도 하고 위로도 해주고 싶고,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밥솥이나 계란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다른 편의점에서 보기 드문 일인 것 같아요. 처음 이런 시도를 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사실 처음에는 편의점에서 무료로 밥을 제공하는 걸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왜 이런 걸 하느냐고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특히 이곳 가로수길은 외국인 손님도 많은 지역인데요. 외국인 손님들이 한국의 ‘정’을 나누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처음엔 계란을 여러 개 가져가거나 혼자서 밥을 많이 드시는 경우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문화가 다르다 보니 처음엔 서로 나누고 배려하는 부분에서 어긋났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자주 오시다 보니 다른 손님들을 보고 ‘아, 뒷사람을 위해 배려해야 하는구나’를 자연스럽게 배우시는 것 같았어요. 역시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 같아요.(웃음)

 

 CU가로수길점 한 쪽 벽에 채워진 손님들의 메모.

 

많은 손님들께 정을 베푸셨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처음엔 누군가가 편의점 벽에 감사의 메모를 하나 붙여놓은 게 시작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메모들이 하나둘 쌓여 많이 늘어났죠.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예전에 편의점에서 식사를 하던 한 학생 이야기인데요. 부모님께 취업에 실패했다는 말을 못 하고 전화를 끊고는 혼자 울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가가서 괜찮냐고 위로를 해줬어요. 그런데 그 학생이 나중에 조용히 메모를 남기고 갔는데요, 그 메모가 아직도 잊히지 않고 마음에 남아 있어요.

 

“저도 어른이 되어 인정을 베풀고 나누고 싶은 마음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의점 곳곳에 점주님만의 편의점 레시피를 메모로 남겨두셨다고 들었는데요. 추천해 주실 만한 맛있는 조합이 있을까요?

 저희 편의점에서는 CU PB제품으로 나온 해장라면용 간편 채소를 판매하고 있어요. 이걸 편의점에 있는 라면 조리기에 넣고, 라면에 야채랑 김치까지 듬뿍 넣어 팔팔 끓여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마치 시원한 김치 해장국 같달까요? (웃음) 그리고 의외로 많이들 모르시는데, 전자레인지용 스파게티 제품에 날달걀을 하나 톡 넣어서 같이 데우는 것도 정말 추천해요. 계란이 들어가면 스파게티가 훨씬 부드럽고 고소해져서 진짜 별미랍니다. 이런 맛있는 조합을 손님들에게 꼭 추천하고는 하죠.(웃음)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정이 넘치는 편의점인 것 같아요. 점주님만의 편의점 운영 방식이 있을까요?
다들 ‘가로수길’ 하면 사람이 붐비는 상권이라 편의점 운영도 수월할 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 상권이 많이 줄면서 저희 편의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래서 편의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보자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동네 분식집이나 구멍가게처럼, 좀 더 사람 냄새 나는 편의점이 되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간단한 식사라도 집밥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편의점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집’처럼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CU가로수길점 운영 전에는 제가 분식집을 했었거든요. 아마 그때 손님들과 소통했던 경험이 지금의 편의점 운영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요.(웃음)


CU 신제품을 손님들에게 맛보라고 건네는 이시원 점주님

젊은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신 것 같아요.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고 계시는 점주님의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요즘 사회가 각박하고 개인주의가 우선되서인지, 고마움을 표현하는 데 서툰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런 부분에 공감이 가는데요. 그래서 더더욱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제가 직접 준비한 밥과 반찬을 소소하게 나누면서 CU가로수길점 안에서만큼은 감사와 나눔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길 바라고 있어요.

이제 곧 봄이 오잖아요. 우리 편의점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이 따뜻한 아침 식사로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하시고, 활기찬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CU가로수길점에서 시작한 이 작은 나눔의 마음이 퍼져서, 가로수길 상권도 더 활기를 찾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바쁜 대한민국의 학생, 직장인, 그리고 사장님들, 모두 힘내시고 파이팅입니다!



*모바일로 참여 시 더욱 간편하게 이벤트 응모 가능합니다.


인터뷰. 이시원 점주님(CU가로수길점)
글. 김도현
편집. 김도희
사진. 김홍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