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김밥의 원조 아니랄까봐, 한국은 김밥 종류도 정말 다양합니다. 일단 김치김밥, 참치김밥, 치즈김밥, 불고기김밥 등 수백 가지 맛이 존재하죠. 그뿐인가요? 줄김밥, 삼각김밥, 꼬마김밥 등 형태별로 나눌 수도 있고요. 누드김밥, 키토김밥 등 뉴페이스도 무궁무진합니다. 이렇듯 김밥 본거지인 우리나라에서 만약 단 하나의 김밥만 먹을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시겠어요? CU는 김밥의 천국, 김천 김밥축제에서 그 정답을 찾아냈습니다.
BGF리테일의 김밥 전공자, 축제를 만나다
여기 하루 종일 김밥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BGF리테일에서 현재 주먹밥을 ‘전공’하고 있는 (웃음) 저 BGF리테일 간편식품팀 김진훈 책임입니다. 간편식품팀은 간단히 전자레인지로 데워 드실 수 있는 즉석섭취식품을 만드는 팀이에요. 도시락·주먹밥·김밥·샌드·햄버거 등이 있는데, 전 그중에서도 주먹밥을 맡고 있어요. 지난 11월까지만 해도 김밥과 주먹밥을 모두 담당했는데, 12월 들어서는 약간 직무가 바뀌었습니다.
직무가 직무이니만큼 김밥에 대해서라면 저는 각종 트렌드를 뚜루루 꿰고 있습니다. SNS 모니터링도 철저히 하고요. 그러던 10월의 어느 날 SNS에 ‘김천 김밥축제’가 딱 뜨더군요. 거의 동시에 동료에게서도 메시지가 왔습니다. “그거 봤어? 김밥축제?” 전국 ‘김밥 장인’들이 모이는 것도 놀라운데, 심지어 김천 농산물을 주재료로 삼아 쿠킹 대회까지 연다는 내용에 저희 간편식품팀의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망설일 이유가 하나도 없었지요.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김천시청으로 전화를 돌렸고, 또 다음날에는 아예 김천시청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김밥, 이 정도야?
저희의 제안은 세 가지였습니다. 하나, CU의 홍보채널을 십분 활용해 김천 김밥축제를 홍보하겠다. 둘, 경연대회 수상자 이름으로 김천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 그리고 셋, 경연대회 우승팀의 작품을 CU 1만8천여 개 점포에 출시하겠다는 것이었죠. 참가자들의 참여 동기를 북돋기 위한 저희의 과감한 아이디어에 다행히 김천시청 측에서도 호응을 해주셨습니다. 김천시만의 특산물을 전국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때부터 약 한 달간의 열혈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보통 하나의 상품을 출시하는 기간보다 현저히 짧은 기간이었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대회를 준비하면서 조금 놀라기도 했어요. 다른 게 아니라, 김밥축제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MZ세대는 물론 해외까지 화제를 불러일으킨 겁니다. 실제로 대회가 시작되고 나서 10만 명이나 되는 참관객들이 몰렸어요. 김천시 전체 인구가 12만 명이라는 걸 생각하면 굉장한 숫자입니다. 저 역시 쿠킹대회 심사자로 대회에 참여했는데요. 청년들이 북새통을 이루어 일단 놀라웠고 해외 관광객들의 얼굴도 많이 보였습니다. 최근 김밥이 해외에서도 웰빙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하던데, 그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김천을 그대로 담은 김밥 찾기
김천시의 특산물은 크게 네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과일 선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할 만큼 우수한 김천 호두, 전국 자두 생산량의 약 23%를 차지한다는 김천 자두, 국내에서 제일 먼저 재배를 시작한 김천 샤인머스캣, 또 김천시에서 거리까지 조성돼 있는 지례 흑돼지. 이러한 특산물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고, 맛과 비주얼 모두에서 득점해야 비로소 김천 김밥축제 쿠킹대회 우승을 노릴 수 있습니다. 과연 얼마나 참여하실지 귀추가 주목됐는데, 서류 제출에만 64팀이 몰려 김밥에 대한 뭇 사장님들의 열정과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본선에 오른 팀은 총 9팀. 식품조리학과 학생들과 내로라하는 손맛을 자랑하는 주부님 등 다양한 분들이 참가하셨습니다. 이에 저를 포함하여 김밥대회 우승자를 가리고자 BGF리테일의 담당자 셋도 심사위원으로 나섰는데요. 기본적으로 맛있으면서 김천시의 농산물을 2가지 이상 적절하게 사용했는가를 중점적으로 심사했습니다. 출시한 뒤 대중의 입맛에도 맞아야 했기에 너무 과하거나 특이해도 좋지 않고, 너무 평범해서도 안 됐습니다. 또한 맛이 좋다고 해도 비주얼이 좋지 않다면 제외시켰고, 무엇보다 제조 공장에서 생산을 할 수 있어야 했기에 ‘제조 실현 가능성’도 주요한 심사기준으로 뒀어요.
이것 뭐예요? 새로운 김밥의 출현
오삼이김밥이 심사대에 올랐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새롭다’였습니다. 일단 비주얼부터 호기심을 끌어당기더라고요. 오징어 먹물을 넣어 지은 흑미밥에 김천 자두청과 호두로 맛을 낸 불고기 토핑을 김밥 단면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그뿐 아니라 여기 발라먹을 수 있는 매콤 소스와 고소한 소스가 함께 제공되어 한 김밥에서 각각 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먹는 재미도 있고 비주얼도 좋고, 거기다 맛까지 완벽했죠. 레시피가 어렵지 않아 제조 실현 가능성도 높았습니다. 각고의 고심 끝에 우승을 수상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웃음)
대회는 무사히 마무리됐지만 바로 그때부터가 저에게는 시작이었습니다. 우선 우승팀에게 바로 연락을 취해 레시피를 공유 받았습니다. 레시피를 토대로 원재료를 빠르게 공수하고, 상품 개발자에게 레시피를 맡겨 현실화 가능성을 바탕으로 레시피를 수정하는 작업도 진행했고요.
문제는 원재료 수급이 생각보다 어려웠다는 점이에요. 오삼이김밥 같은 경우 김천 특산물을 주재료로 하다 보니, 제품을 생산할 만큼의 충분한 원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부족한 물량을 채우려 한 군데가 아닌 여러 곳에서 원재료를 구해야 했는데요.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원재료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려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웃음) 도저히 방안이 나오지 않을 때는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재료 비중을 조정하기도 하면서 개발자 분과 상의를 거듭하기도 했고요.
가장 정확한 맛을 찾아서
레시피가 확정되고 나서 공장에서 한 번 돌려봤는데, 저희가 목표로 했던 그 맛이 안 나오더라고요. 특히 자두청과 고기의 조화가 상당히 맞추기 어려웠습니다. 자두는 단맛도 나지만 쓴맛과 신맛도 함께 있지요. 그래서인지 첫 레시피에서는 신맛이 강하게 올라왔던 것 같아요. 우승팀에서도 관능평가 후 수정을 요청하셨고, 저희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배합비를 조정하면서 축제 때 감동받았던 그 맛을 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세 번 정도 수정 과정을 거치고 마침내 그 맛을 찾았습니다. 저희가 느꼈던 감동을 고객 분들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패키지 디자인에서도 난항이 있었습니다. 김천엔 마스코트가 참 많아요. 실제 김천시의 마스코트인 반달가슴곰 ‘오삼이’도 있고, 이번 김천 김밥축제 캐릭터 ‘꼬달이’도 있죠. 어떤 마스코트를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 또 반반 김밥의 특성을 살린 패키지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수차례 토의했습니다. 다행히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 모두가 만족하는 패키지가 탄생했고요. 이렇게 돌이켜 보니 약 한 달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네요. (웃음)
맛과 가치를 모두 달성하는 프로젝트
이번 프로젝트는 제게 상당히 새롭고 도전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덕분에 배운 것도 많았어요. 무엇보다 지역 상생에 CU가 기여하도록 힘썼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주 뿌듯합니다. 김밥은 굉장히 흔한 음식이지만, 그래서 항상 새로운 음식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주먹밥 담당자로서 많은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수입산 돼지고기를 한돈으로 변경한다든지, 이번처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면서 지역농가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든지 등 상품 매출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살릴 수 있는 프로젝트를 꾸려보고 싶습니다. 고객님들께서 많은 응원을 보태 주신다면 더 힘이 날 것 같아요. (웃음) 일단 김밥축제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단 하나의 김밥, 오삼이김밥부터 맛보시고 결정하시죠!
인터뷰·이미지 제공. 김진훈 책임(BGF리테일 간편식품팀)
글. 성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