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CU 혜화한아름점 장재훈 점주님

매거진 2024.08.27

 

생수도 박스째로, 라면도 박스째로. CU 혜화한아름점 앞은 일반 편의점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달라도 한참 다릅니다. 대량으로 쌓인 생수 앞에 적힌 ‘이 가격이면 샤워도 하겠다’는 카피에 웃음부터 터지는데요. 매일이 생생한 활기로 넘치는 이곳에서 장재훈 점주님이 풀어내는 ‘편의마트 운영 썰을 들어봅니다.

 


 

CU 혜화한아름점은 시즈널한 이벤트와 점두 행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빠른 기간 내 높은 수익을 내는 점포로 자리 잡았습니다. 크지 않은 규모지만 상품군을 다양하게 꾸리고, 지역 고객 특성을 분석해 유행 상품을 발빠르게 들여놓습니다. 이에 더해 친절한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으로 단골 고객을 점차 확대했죠. 이제 이곳은 편의점이 아니라 주민들이 즐겨 찾는 마트입니다.

장재훈 점주님의 명찰에는 걸그룹 뉴진스의 팬덤명인 ‘버니즈’가 새겨져 있습니다. 점포 안에서는 현재 가장 인기있는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흘러나오고요. 아이브를 좋아하다가 최근에 뉴진스가 더 좋아졌다는 그는 대학가 트렌드도 뚜루루 꿰고 있습니다. 고객의 마음뿐 아니라 스스로도 늘 즐겁게 일하는 장재훈 점주님의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CU는 언제부터 시작하셨어요?

2021년 12월, 그러니까 아마 말일 계약했던 걸로 기억해요. 본격적으로는 2022년부터 운영했다고 봐야죠. 원래 영상 음향을 했어요. 교회나 학교, 대형 빌딩에 빔 프로젝트나 스피커, CCTV 설치하는 일이었는데, 상당히 오래 했죠. 일도 많았고 수입도 좋았어요. 그런데 일해 놓고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어요. 스트레스 받던 참에 다른 일을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때 우리 형이 편의점을 하고 있었거든. 그러니 저도 CU에 관심이 생겨서 하게 됐죠.

 

 

점포 앞에 쌓아 놓으신 판촉 상품이나 홍보 문구를 보고 마케팅 공부를 하신 분인가 싶었어요. 이전에 사업을 하시면서 얻은 노하우일까요?

그건 아닌 것 같고 제가 CU 운영하면서도 사이버대학에서 공부를 계속했어요. 아이가 셋인데, 다둥이 부모는 사이버대학 국비가 지원되거든요. 얼마 전까지 세종사이버대에서 웹문예창작을 공부했고 얼마 전 졸업했어요. 생각해보니 예전에 유통관리사 자격증도 땄고. 자격증의 경우에는 제가 1회 취득자라 2회 준비하는 사람들 상대로 강의도 하고 그랬어요.

 

 


 

 

 

 

점주님이 점포에 상품을 진열하신 방식도 다른 점포와는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무엇보다 상품 수가 정말 다양해서 이 지역 주민이라면 정말 편리하겠다 싶었어요. 굳이 멀리 있는 마트에 갈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맞아요. 편의점이지만 마트처럼 이용하시는 고객들도 많죠. 우선 이쪽은 토박이 주민들도 많지만 직장인이나 학생 등 1인 가구도 많이 살아요. 근처에 대학이 있어 그런지 외국인 학생들도 자주 보여요. 자연히 연령대도 아주 다양하죠. 20대가 많은가 싶다가도 고개를 돌리면 아이들과 어르신들도 많이 다니고. 동네 주민들도 고객이지만 제가 영업을 열심히 해서 고객 범위를 조금씩 넓혀갔거든요. 지금은 성북구에서도 고객들이 찾아와요.

 

 

어떤 고객들이 멀리서 찾아오세요?

점포 앞에서 저렴한 상품을 대량으로 쌓아 두고 판촉 행사를 하는데요. 이 상품을 구매해보신 고객들은 특정 시기, 특정 상품의 경우 CU가 다른 마트보다도 더 저렴하단 걸 알고 계세요. 그래서 꼭 저희 점포로 상품을 사러 오시죠. CU는 항상 어느 상품이든 +1이나 특가 행사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저희 점포만의 행사가 아니라 전국 CU에서 다 진행하는 행사지만 저는 그걸 꼭 눈에 띄게 점포 앞에다가 대량으로 쌓아두고 보여줘요. 그럼 잘 몰랐던 고객도 ‘아, 저기 CU는 특별히 더 저렴한가 보다’라고 인식하게 되죠. 때로는 ‘여기만 왜 이렇게 싸냐’고 하는 고객도 있으세요.

 

 


 

 

 

 

고객을 대하는 점주님의 에너지가 아주 활기찬 것 같았어요. 점주님을 보러 오시는 고객들도 있을 것 같아요.

아, 제가 잘생겨서 보러 오시는 분들도 있죠. (웃음) 농담이고요. 저는 ‘가치’가 중요한 것 같아요. 고객은 손해볼 행동을 절대 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고객이 기대하는 가치를 맞춰줘야 해요. 예를 들어 어떤 상품이 천 원이라면 천 원보다 더 높은 2천 원, 3천 원의 가치를 드려야 고객이 ‘이거 내가 천 원 냈는데 더 받고 가네?’라고 생각해요. 그게 친절함이나 서비스일 수도 있고, 더 좋은 상품 예컨대 같은 생수라도 더 시원한 생수일 수도 있고요.

저희 점포라고 뭐가 더 저렴한 건 아니에요. 다른 CU랑 다 같은 가격이거든요. 대신 저는 가치를 높이려고 해요. 예를 들어 콜라가 2,500원이라고 해봐요. 그럼 고객이 2,500원을 내고 사는데, ‘이야, 그 집 갔더니 콜라가 너무 시원해. 같은 가격이면 그 집 가서 마셔야지’ 싶잖아요. 요즘 얼마나 더워요.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온 고객이 음료를 집었어. 근데 이게 미지근해 봐요. 그럼 사고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냉장고 온도도 조금 낮춰놔요.

 

 


 

 

 

 

상품 중에서도 바나나와 라면, 생수를 여느 점포보다 많이 판매하셨다고 들었어요.

그것도 점두 판촉과 관련이 있죠. 제가 바나나와 봉지라면을 집중해서 판매했으니까요. 바나나는 하루에 300개를 판 적도 있어요. 칼국수 상품도 한달에 2천 개 판매한 적도 있고요. 특별히 저렴한 상품이 많다는 걸 보여주면 고객층이 넓어져요. 원래 ‘편의점은 비싸다’면서 좀처럼 오지 않으시던 어르신들도 일단 눈길이 가면 자주 오시거든요. 대량으로 쌓인 상품과 가격을 보고 ‘어라? 편의점이 더 싸네?’ 싶어서 한 번, 두 번 들르다 단골이 되신 분들도 있어요.

꼭 특정 상품이 아니더라도 달마다 다른 브랜드보다 저렴하게 책정된 상품들이 있거든요. 그런 걸 점주가 캐치해서 고객에게 알려야 해요. ‘점주님 돈 벌어가세요’ 하고 기획한 행사를 왜 못 받아먹어요. 저는 그런 상품을 적극적으로 대량 발주하고 고객들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려고 해요.

 

 

이전에 담당하셨던 SC인 이홍규 책임님이 점두 판촉을 많이 도와주셨다고요. 지금 담당이신 정민경 SC님과도 아주 돈독해 보이세요.

SC 역할이 그거잖아요. ‘스토어 컨설턴트’. 점포가 SC의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이홍규 SC는 다량 판매처럼 우리 점포의 핵심적인 컨셉을 잡아줬어요. 정민경 SC는 ‘기본을 다시 잡아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줬고요. 우리 점포가 행사에 치중하다 보니 점포를 운영하는 기본기가 좀 흔들리는 것 같다고요. 상품군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가격표가 제대로 붙어 있지 않다든지, 카테고리별로 제대로 진열되어 있지 않다든지. 다양한 부분을 저도 섬세하게 체크해 나가면서 기본부터 탄탄히 다지고 있죠. 스윙홀더나 POP도 재정비하고 있고요.

SC 얘기 하고 있었죠. 제가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다른 점주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SC 말을 귀 기울여 듣자’는 거예요. 이것만 교육받은 전문가들이고, 우리보다 더 판매나 본사 상황, 마케팅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SC들이 점주들에게 제안하는 아이디어가 많아요. 일단 믿고 열심히 해보면 나중에 ‘그 말 듣기 잘 했다’ 하는 순간이 와요. SC들은 점포가 잘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잖아요. 우리가 파트너이자 동료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끊임없이 점포 운영 방식을 기획하고, 지속적으로 고객 섹터를 넓히려 시도하고. 편의점 일을 재미있어 하시는 것 같아요. 

저 일하는 거 안 좋아해요. 놀고먹으려고 열심히 하는 거죠. (웃음)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지만, 일하기 싫어서 일을 열심히 해요. 내 몸이 좀 쉬려면 시스템이 편해져야 하잖아요. 좋은 운영 시스템이 안착되면 점주가 조금만 움직여도 점포가 그대로 굴러갈 수 있죠. 아직 우리 CU 혜화한아름점이 그 단계까지 닿은 건 아니지만, 될 때까지 저도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거예요.

 

 

그런 마음 덕분에 CU 혜화한아름점이 더 특별해지는 거겠죠.

특별한 거 많지 않아요. 실제로 다 BGF리테일에서 하는 행사인데 제가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것뿐이에요. BGF리테일도 수익을 내야 하니까 때마다 뭐가 잘 판매될지 아이디어 내서 행사도 하고 이벤트도 하는 거잖아요. 그럼 저는 그걸 다 해봐요. 상품도 많이 발주하고, 크지 않은 규모지만 테트리스하듯 카테고리 안에서 상품도 다양하게 늘어놓고. 손해가 무서워서 보수적으로 발주하면 이렇게 못해요. 그러니까 저는 점주들이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점포에 물건이 있으면 결국은 다 나가게 돼있어요.

 

 


 

 

 

 

행사 말고도, 점포 안에서 고객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가치도 있을까요?

비포 서비스라고 하죠. 보통 애프터 서비스를 강화한다고 얘기하는데 비포 서비스가 중요해요. 애초에 불만이 없으면 애프터 서비스할 일이 안 생기잖아요. 저는 스태프를 교육할 때도 ‘우리는 물건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친절이라는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해요. 편의점에 들어올 때 고객들이 기대하는 바가 있거든요. 밝고, 상품이 다양하고, 신상이 많고, 깨끗하고, 친절하고.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게 비포 서비스 같아요.

다양한 상품군은 고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줘요. 저는 칫솔도 매장 규모에 비해 진짜 여러 브랜드를 들여놔요. 면도기도 그렇고요. 단백질 음료도 저는 안 먹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상품을 일단 다 들여놨어요. 비교군을 넓혀두면 고객들은 ‘저 CU는 물건이 많아서 고르기 좋아’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에너지 넘치시는 만큼 취미 생활도 많으시다고 들었어요. 캠핑도 가시고, 바이크도 좋아하시고, 또 글도 쓰시고요. 앞으로 점주님의 꿈이 궁금해지는데요.

음, 멋있는 얘기를 해야 하는 거죠? 저는 제 노동력이 투입되지 않아도 자금이 순환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그렇게 해놓고 저는 멋있게 놀고 싶어요! (웃음) 요즘도 캠핑 가서 혼자 좋아하는 음악 틀어 놓고 시집을 읽는데 참 좋아요. 근데 그런 게 진짜 꿈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없어도 점포에서 상향 평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다 훌륭한 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게 저의 단기적인 목표예요. 점주님들, 우리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놉시다!

 

 

 

 

인터뷰. 장재훈 점주님(CU 혜화한아름점)

글. 김송희 작가

사진.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