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8일, 아주 특별한 시상식이 BGF리테일 본사 대강당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이런 자리가 쑥스러운 듯 상기된 얼굴로 연단 위에 오르는 주인공들. 과연 어떤 사연을 품고 이 자리에 왔을까요? 은밀한 비밀을 털어놓듯 수줍게 입을 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구세군 종소리가 울려오는 12월, BGF리테일 본사에서는 예년과 다름없이 ‘BGF 아동안전시민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2019년 제정한 이 시상식은 해마다 아동의 안전을 지킨 공로로 사회적 귀감이 되는 시민을 찾아 상금과 감사패를 수여하는 행사인데요. 올해는 고속도로에서 길을 잃고 서성이던 아이를 구조한 대학생 나병건 씨와 장기실종아동 이슈를 세상에 널리 알린 사회혁신 동아리, 연세대학교 ‘파동’의 강민주·강효은·박세현 씨가 연단에 올랐습니다.
밝은 빛이 있는 곳에 반드시 그림자가 있듯이, 사회적인 인프라가 발전을 거듭해도 우리가 계속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야 할 사각지대와 취약계층이 존재하죠. 그 가운데서도 아동 문제는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상자인 아동들이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표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미디어에 노출되기도 어려운 약자인 까닭입니다. BGF리테일이 전국에 분포한 CU 점포망을 활용해 오직 CU라서 할 수 있는 아동안전지킴이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도 그래서죠.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아동안전! 아무도 모르는 사이 위대한 뜻을 실천한 두 팀을 만났습니다.
①
가슴이 시키는 일을 따라서
나병건 님
친구를 데려다 주고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평소처럼 운전을 하는데 믿기 어려운 광경을 목격했죠. 고속도로를 뛰어다니는 아이가 보인 거예요. 퇴근 시간대라 차도 많고, 고속도로이니만큼 차들이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 말이죠. 아이를 본 순간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몸부터 움직였어요. 그래서 당시를 떠올리면 그냥 차 밖으로 급하게 뛰쳐나갔던 것만 생각나고 다른 건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나중에 ‘한문철TV’에서 당시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었는데요. 제3자의 눈으로 그 상황을 다시 관찰하니 정말 아찔하더군요.
뛰쳐나가자마자 아이를 단박에 안고선 조금이라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어요. 바로 경찰에 신고도 했죠. 6살에서 7살 정도 되는 아이였는데, 많이 놀랐는지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찻길로 도망치려 해서 사력을 다해 부둥켜안고 있었어요. 잠시 후 경찰 분들이 오셔서 아이를 안전하게 데리고 가셨죠. 이후 연락을 받았는데 해당 아동이 실종 신고가 되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파출소에 부모님이 달려오셔서 아이를 데려가셨다고 연락 받았습니다.
제게도 조카가 있어 그런지, 아이들이 특별하게 느껴지기는 해요. (웃음) 체육을 전공한지라 실습을 나갔을 때 유소년을 많이 만나기도 했고요. 자연스럽게 아동 권리 확대나 아동 학대 방지 등 아동 문제에 관심이 생겨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정기적인 후원도 하고,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도 했죠. 지금은 대학생이지만 추후 전공을 살려 이와 관련한 일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셨던 어떤 분께서는 ‘위험할 수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뛰쳐나갔냐’ 물어보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누군가 그 일을 대신 해결해 주길 기다리기보다는 제가 먼저 나서는 편이에요.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시민영웅’이라고 불러 주시고, 제 사례를 보시곤 ‘나도 용기 내서 나서야겠다’는 응원을 해주실 때 가장 뿌듯합니다.
CU 점포는 전국 어디에나 있잖아요. 오늘 시상식에서 “동네 어귀마다 24시간 환하게 불을 밝힌 CU가 위험에 한 아이들에게 등대 같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BGF리테일 대표님 말씀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주변에도 CU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많아 CU가 아동 안전과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포스 단말기에 미아 신고 버튼이 있다고도 하더라고요. 오늘 아동안전시민상으로 저를 격려해주신 BGF리테일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아동 안전에 앞장서는 기업이 되어주면 좋겠어요.
②
진심의 파동이 멀리 가닿기를
연세대 사회혁신팀 파동, 강민주, 강효은, 박세현
저희는 연세대 아동가족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에요. 3년 전, ‘이대로 졸업할 순 없다!’를 외치며 만든 혁신 프로젝트 팀이 바로 <파동>인데요. 저희가 모두 아동가족학을 전공한 만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어떤 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장기실종아동에 생각이 미쳤죠. 장기실종아동은 워낙 오래된 이슈이지만 여전히 발생하는 사건이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그 심각성과는 달리 잘 잊힐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어요. 장기실종아동 문제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려면 새로운 시각, 신선한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 취지를 발판 삼아 지난 3년간 실종아동찾기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데요. 교내에 실종아동정보 홍보물을 부착하는 일부터 시작해 유명 유튜버와의 콘텐츠 협업 등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실종아동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특히 실종아동들의 사연, 상세한 실종 과정, 실종 당시의 모습 설명, 생일과 현재 나이 등을 카드뉴스 이미지로 만들어 SNS에 꾸준히 업로드하죠. 단 한 사람이라도 우리 콘텐츠를 통해 실종아동의 사연을 들여다보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열심히 활동하다 보니 주변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진 것을 느껴요. 저희가 학교를 기반으로 활동해서 아무래도 친구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가 많은데요. 실제로 학생들도 예전에 비해 실종아동 문제에 관심을 더 갖게 됐고, 실종아동을 찾았다는 뉴스도 간간히 접하고 있어요. 저희 콘텐츠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종아동의 정보를 확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활동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 예전에는 실종아동을 그저 ‘어린이’에 국한해서 생각했는데, 실종아동의 기준이 18세 미만의 아동뿐 아니라 치매 노인,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까지도 다 포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또 보육원에 맡겨졌다가 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외 입양된 아이들이 ‘해외입양인연대’라는 곳을 통해 자신이 실종아동은 아닌지, 부모님이 나를 찾고 있지는 않은지 알아보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놀라웠죠.
파동은 CU와도 인연이 있어요. 1년 전 CU와 함께 실종아동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인스타그램에 CU와 합작한 카드뉴스 슬로건을 올리고, 유저들이 뉴스를 전파하면 한 건당 100원이 기부되는 프로젝트였죠. 실종아동찾기협회에 기부금을 전달했고요.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BGF리테일이 단지 일회성이 아니라 진심으로 실종아동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기업이라는 걸 느꼈어요. BGF리테일처럼 저희 파동도 지속적으로 활동을 펼쳐 나가고 싶어요. 우선은 아동이 실종된 장소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전하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고, 여건이 된다면 실종아동을 주제로 하는 매거진도 발행해보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잃어버린 아이를 찾으면 참 행복할 거야’ 생각하지만, 정작 그게 내가 도와야 할 나의 일이라고는 생각치 못해요. 시민들이 아이들의 얼굴을 더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신고한다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좋은 어른들과 주변의 도움으로 저희가 잘 자라왔듯이, 앞으로도 어린이를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보다 큰 울림을 사회에 전할 수 있도록, 저희 파동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