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Y] 최고의 바텐더가 지금, 당신에게로

매거진 2023.11.21

 

이곳은 한남동의 어느 골목. 켠에 위치한 비밀스러운 문을 살그머니 열자, 색다른 향기가 끼쳐 나오며 후각을 자극합니다. 지하로 연결된 계단을 하나씩 내려갈 때마다 향기는 짙어지고요. 귓가에는 누군가 속삭이는 같아요. “여기부터는 당신이 지고 있는 일상의 짐을 덜어 버려도 좋습니다. 뒤에서는 경성의 밤이 시작되니까요.”

 

 

 

 

일상을 잠시 떠나 만나는, 또 다른 세계




끼이익, 지하에 또 하나 위치한 대문을 열자 작은 감탄이 터졌습니다. 수백, 혹은 수천의 술병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고, 온화한 미소의 정중한 바텐더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이곳은 1920년대의 경성을 모티프로 운영하고 있는 ‘소코바(Soko Bar)’. 손석호 바텐더의 이름에서 비롯한 클래식바인데요. 클래식바의 1세대 격인 역삼동 ‘커피바K’와 한남동의 ‘탄산바’, 그리고 소코바까지 총 세 군데의 바를 운영하는 손석호 바텐더의 첫 번째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술꾼’들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대표적인 클래식 바라고 하네요. 

 

혹시 ‘클래식바’라는 걸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면 영화 <소공녀>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집은 없지만 취향은 가지고 싶었던 주인공은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무조건 바로 가서 위스키 한 잔을 주문하죠. 그렇듯 클래식 바는 생각보다 어려운 곳이 아닙니다. 요즘 유행하는 위스키와 다양한 칵테일을 전문 바텐더가 추천해 주기도 하고, 스스로도 몰랐던 주류 취향을 전문가의 제언을 통해 찾을 수도 있답니다.

 

 

 

월드 클래스 바텐더의 자존심을 담은 하이볼




같은 음식이라도 셰프가 누구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듯, 칵테일 역시 같은 위스키와 리퀴르, 베이스를 사용하더라도 바텐더에 따라 가지각색의 맛을 냅니다. 소코바의 오너 바텐더인 손석호 대표(바텐더)는 클래식 바텐더 경력 14년차의 베테랑인데요. 월드칵테일 컴페티션, 페르노리카 바텐더 챔피언십, 디아지오 월드클래스 2015 파이널리스트 탑10 등의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명실공한 한국 최고의 바텐더 중 한 명이랍니다. 이곳 소코바 역시 ‘코리아 베스트 50 어워드’에서 46위 뉴엔트리바에 올랐습니다.

 

CU 신상 하이볼버블 위스키 이름난 바텐더의 하나뿐인 레시피를 집에서도 편하게 맛볼 있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는데요. 대중적인 맛의 레몬진저를 베이스로 위스키 쿨러’, 유명한 칵테일 맨하탄을 개성 있게 변형한 스위트버무스 베이스의소코 맨하탄 주인공입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복합적인 맛을 내는 버블 위스키를 탄생시킨 손석호 대표와 BGF리테일 주류팀의 장주현 책임을 만나, 깊어가는 겨울밤 마시기 좋은 술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하나의 술을 탄생시키기 위해 두 분 여러 번 만나고 또 시행착오를 거듭했을 것 같습니다. 장주현 책임님이 직접 소코바를 찾아 손석호 대표님께 협업을 제안하셨다고요.

장주현 책임    네, 바로 이 시간대였던 것 같아요. 최근 하이볼이 고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면서 색다른 컨셉의 하이볼을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우연히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춘 손석호 대표님을 알게 됐어요. 소코바에 처음 방문했을 때, 대표님이 직접 다양한 칵테일을 만들어 주시면서 시음을 권하시고 일일이 설명을 해주신 기억이 납니다. 그 정중한 태도나 술에 대한 전문성, 열정에 감탄해서 ‘이분이 만드는 레시피로 새로운 하이볼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손석호 대표    바텐더들은 서로 다른 바끼리 콜라보레이션도 하고, 주류 브랜드 행사에서는 셰프들과 협업을 하기도 하거든요. 저희 팀도 예전부터 이런 상품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레시피야 제가 전문이지만 유통과 대량 생산은 또 낯선 분야였기에 BGF리테일의 제안이 저로서도 아주 흥미롭고 좋은 기회였습니다.

 

 

‘버블 위스키’는 프리미엄 바에서 마실 수 있는 고급 칵테일을 편의점에서 편안하게 만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시작이었죠. 대표님 레시피로 이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실현했는지 궁금해요. 

손석호 대표    ‘버블 위스키’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싶었어요. 협업 과정에서 테스트를 정말 많이 요청했는데요. 협력 공장과 CU랩실에서 상품 퀄리티를 위해 그 어려운 과정을 다 맞춰 주셨어요. 바에서 칵테일을 만들 땐 웬만한 원료는 만들어 쓰지만, 대량 생산하는 상품은 그렇게 하기 어렵잖아요. 다행히 정말 고급스럽고 복합적인 맛의 위스키와 초콜릿 향이 진한 농축액을 찾아냈어요. 클래식한 칵테일에 가까우면서도 첫향과 끝맛이 다른, 한 잔에 담긴 다양한 뉘앙스를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소코바의 바텐더로서 칵테일을 주조할 때와, 이번처럼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상품을 만들 때 어떤 차이를 느끼셨나요.

손석호 대표    바에서는 보통 핸드크래프트 방식을 고수하죠. 사용하는 얼음은 물론 재료 또한 바텐더가 추구하는 컨디션으로 만들고 또 사용해요. 수제작의 느낌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반면 버블 위스키를 만들 때에는 비록 ‘수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공정을 살펴보면서 최대한 제가 표현하고 싶은 색깔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어요. 다양한 물감을 찾아내서 그 색감을 맞춰 나가는 것이죠. 같은 레시피를 써도 미세한 맛의 균형을 잘 맞추는 바텐더가 훌륭한 바텐더라고 생각해요. 버블 위스키 시리즈를 만들면서도 같은 마음이었어요. 최고의 바텐더라는 자부심을 갖고, 한계 안에서도 맛의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바에서 주조한 칵테일과 편의점 하이볼 간 차이가 있을 수도 있어요.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손석호 대표    술을 제외한 거의 모든 원료를 직접 만들어 쓰는 바와 달리, 대량 생산에서는 칵테일 맛을 향료와 농축액으로만 표현해야 한다는 한계점이 존재했어요. 그래서 신경 쓴 부분이 재료의 품질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위스키’인데요. ‘버블 위스키’는 알코올 주정이 아닌 실제 위스키 원액을 함유한, 몇 안되는 캔 칵테일입니다. 술을 좋아하는 분은 얼음 없이, 술이 약한 분은 얼음과 함께 드시기에 딱 좋은 도수를 맞췄습니다. 

 

 

위스키 쿨러와 소코 맨하탄을 마셔보고 깜짝 놀랐어요. 기존 하이볼의 맛이 단편적이었다면 두 상품에서는 여러 향이 느껴졌거든요. 어떤 베이스를 사용하셨는지 궁금하던데요.

손석호 대표    ‘위스키 쿨러’는 이번 상품명이기도 하지만 사실 칵테일의 한 장르이기도 해요. 기존 위스키 쿨러에 소코바만의 개성을 살리는 데 주력했죠. 우리 위스키 쿨러는 깊은 위스키 풍미와 알싸한 생강이 중심을 잡아주되, 상큼한 레몬이 뒷맛을 정리하면서 캐러멜의 달콤하고 풍성한 여운을 남기는 칵테일입니다.

맨하탄은 많이들 아시는 이름이죠. 오랫동안 사랑받은 클래식 칵테일인데요. 본래의 맨하탄 클래식은 아메리칸 위스키, 그리고 포도와 약초로 만든 스윗 버무스가 직관적인 맛을 내는, 도수가 강한 칵테일입니다. 저는 이 맨하탄을 하이볼 스타일로 만들어보았어요. 맨하탄을 한 모금 마신 뒤 잔에 장식한 체리 한 알을 씹었을 때 느껴지는 다채로운 풍미를 초콜릿과 체리, 시나몬의 향과 맛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지금처럼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 시즌 뉴욕의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버블 위스키’는 캔 디자인도 독특해요.

장주현 책임    손석호 대표님이 직접 디자인하셨어요. 버블 위스키의 기본 컨셉이 ‘클래식’에서 출발했기에 디자인 역시 클래식하게 완성됐죠. 하단에는 종류에 따라 다른 잔에 담겨있는 칵테일 이미지가 장식되어 있는데요, 집에서도 이렇게 예쁜 잔에 따라 드시면 보는 재미가 더해지지 않을까 해요. (웃음)

 

손석호 대표    레시피에서 디자인까지 전체적인 컨셉을 다 연결하고 싶었어요. 저희가 구현하고자 한 칵테일이 바로 ‘클래식 칵테일’이었기에 처음부터 생각을 정리해 봤어요. 캔을 보시면 이 위에 그려진 그림이 바로 소다수에 가스를 주입하는 사이폰이에요.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도 등장하는 기구인데, 과거에는 이렇게 탄산을 주입해서 탄산수를 만들었거든요. 독한 위스키를 얼음과 함께 마시던 과거의 모습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입니다.

 

 

 

 

곧 연말이 도래하겠어요. 아무래도 겨울에 어울리는 칵테일은 또 달리 있을 것 같은데요. 위스키 쿨러와 소코 맨하탄이 겨울에 어울리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손석호 대표    위스키 쿨러와 소코 맨하탄은 더울 때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지만 특히 겨울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 위스키 쿨러가 가지고 있는 캐러멜과 진저의 풍미는 모닥불에서 불멍과 함께 하기 좋고요. 겨울, 특히 크리스마스의 낭만에는 초콜릿과 계피 향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소코 맨하탄에서 그 두 가지 풍미를 모두 느낄 수 있답니다.

 

 

위스키 쿨러와 소코 맨하탄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손석호 대표    저는 일단 애주가여서요. 버블 위스키를 시원하게 칠링하고 얼음 없이 마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위스키 쿨러는 하이볼 잔에 따라서 레몬 한 조각 넣고, 치킨 같은 기름진 음식과 함께 하면 좋을 것 같고요. 맨하탄은 와인잔과 같이 볼륨 있는 글라스에 따라서 향을 즐기시면서 디저트류과 함께 매칭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버블 위스키는 고객들이 언제까지 만나볼 수 있을까요.

장주현 책임    호주산 위스키가 직접 들어가는 상품인 만큼 현재로서는 10만 캔 한정으로 제작되었어요. 고객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뒤에 다음 계획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추가 생산을 할 수도 있고, 다른 레시피로 신규 출시를 할 수도 있겠죠.

 

손석호 대표    바텐더의 자존심을 걸고 만든, 게다가 겨울을 빼닮은 이번 칵테일로 고객님들이 연말 풍성하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마치 바에서 연말 파티를 듯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