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도 많고, 물건도 많고, 할인율도 다양한 편의점 업무. 가격표 교체하고, 재고 체크하고, 배달·픽업 상품 찾느라 헤매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와인 종류 숙지하랴 즉석조리 판매하랴, 점주님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라죠. 쉴 틈 없이 바쁜 어느 날 누군가 물었습니다. “ESL을 아십니까?”
가격표, 종이 아니었어요? (충격)
네, 대형마트의 가격표는 지류가 아닙니다. 놀라셨죠? (웃음) 그 정체는 바로 전자가격표시기(이하 ESL; Electric Shelf Label)랍니다. 전자제품판매점이나 뷰티스토어에서 간혹 볼 수도 있죠. 편의점은 대부분 지류 가격표를 쓰고 있지만, CU는 2019년 무인점포에 한해 시범적으로 ESL을 도입한 바 있고요.
종이와 어떤 점이 다른데요?
ESL은 말 그대로 가격표 데이터를 디지털로 변환하여 실시간으로 그 내용을 변경해주는 기계입니다. 가격표를 일일이 바꾸는 데 드는 공임비와 인쇄비를 모두 줄일 수 있어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는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기간할인을 진행할 때가 많은데요. 디지털 작업을 통해 간단히 가격표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그냥 종이가 디지털로 바뀌는 거군요?
음, 보통 대형 마트에서는 그렇게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BGF리테일 CVS Lab에서는 ESL의 가능성을 더 넓게 생각했어요. 단순히 가격표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거든요.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고요?
그럼요. 예를 들어 즉석조리식품의 정확한 영양정보를 표기할 수도 있고,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편의점 와인들의 정보를 노출할 수도 있답니다.
글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는 CVS Lab에 몸담기 전 여러 직무를 경험했는데요. 그때 점주나 고객의 관점에서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 불편사항을 ESL로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요.
① 즉석조리 판매 가능 시간 및 원산지, 영양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요.
편의점 즉석조리식품은 깨끗한 환경에서, 정해진 시간만 판매합니다. 하지만 편의점 튀김에 대해 막연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고객님도 있죠. 이처럼 ESL을 통해 정확한 조리 시간은 물론 조리 수량까지 안내받을 수 있게 됩니다. 튀김의 신선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이죠.
② 배달·픽업 접수 시 LED 깜박임으로 상품 준비 시간을 줄일 수 있어요.
포켓CU로 배달·픽업 주문이 들어오면 점포 근무자는 제한된 시간(30분) 이내에 점포를 돌며 상품을 찾고 포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상품이 있다 보니 그 사이를 헤매다 시간을 초과하거나 주문이 취소되는 일도 종종 발생하죠. 배달 주문 상품의 ESL에 LED가 깜박이도록 조치하면 상품을 쉽게 알아볼 수 있어 점포 근무자의 부담이 훨씬 줄어듭니다.
종류도 많고 할인율도 각양각색인 와인들, 어떤 것을 사면 좋을까요? 점주님이 와인 정보를 모두 숙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요. NFC 기능을 활용해 ESL에 휴대폰을 가까이 접촉하는 것만으로 와인 안내페이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외국에서도 이렇게 활용하고 있나요?
ESL을 편의점에 도입하고 유통환경에 맞게 활용하려는 시도는 CU가 최초입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일이었던 만큼 어려움도 있었어요. 편의점 유통환경 특성상 행사가 정말 많거든요. 1+1, 2+1 등의 행사는 물론이고 요일별 할인, 수량할인까지 세분화되어 있죠. 그 모든 행사구조를 연결하고 데이터로 만들어 프로그래밍해야 했기에 BGF리테일 점포시스템팀과 본부시스템팀, 인프라운영팀 등 수많은 팀이 다함께 힘을 보탰습니다.
사용 후기가 궁금한데요.
올해는 원재료값이 인상되다 보니 가격 변동폭이 아주 컸어요.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하루에도 열두 번 바뀌었는데요. (웃음) ESL은 가격을 바로바로 변경할 수 있어 정말 편하다며 많이들 칭찬해주고 계세요.
저도 사용해보고 싶어요.
현재 ESL은 CU BGF사옥점, 그리고 CU 갈매씨엠파크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남은 올해, ESL 도입 후 매출 증가와 폐기 감소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는지 비교 분석해보고 확대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에요.
듣다 보니 ESL 대단한데요?
그렇죠? (웃음) ESL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어주는 허브예요. 머지않은 미래에 많은 일이 ESL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봐요. 예컨대 점포 근무자 입장에서는 진열상품이 소진됐을 때 직접 창고에 가지 않더라도 ESL로 재고를 확인할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상품에 휴대폰만 갖다 대도 포켓CU로 연동해 바로 예약하는 등의 일들이죠. 가격표 그 이상인 ESL의 역할을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