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구기동 골목으로 들어서면 멀리 북한산 봉우리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북한산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편의점의 모습이 어쩐지 정겨운데요. 등산객들은 익숙한 듯 삼삼오오 CU로 들어가고, 귀여운 강아지를 안은 주민들도 테라스에 앉아 사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곳은 한여름의 옹달샘, CU 북한산구기점입니다.
CU북한산구기점은 내부와 외부에 고객 휴게 공간이 타 지점보다 넓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주류와 음료, 포켓 누룽지, 세척 사과와 곶감 등 등산객들을 위한 깨알 품목들도 가지런히 정렬해 두었죠. 점포 옆, 나무 탁자와 의자가 비치된 테라스는 투박한 모양새지만 그래서 더 편합니다. 귀여운 강아지를 품에 안은 구기동 주민들도 제집처럼 편안하게 앉아 담소를 나누네요. 한 여름의 뙤약볕과 열대야를 피해 이곳을 찾은 다양한 고객들은 익숙한 듯 임하수 점주와 인사하고요. 북한산을 오르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들러 목을 축인다는 우리 동네 사랑방, CU북한산구기점의 임하수 점주를 만났습니다.
평일인데도 등산객 손님이 있더라고요. CU북한산구기점은 북한산 출입구에 가기 전에 꼭 들르는 편의점이기도 한데요. 등산객이 전체 고객의 몇 퍼센트나 되나요?
다른 지점에 비해선 확실히 등산객 손님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전체 고객으로 비교하면 3~40퍼센트 정도예요. 평일에는 주민 분들이 더 많죠. 주말이었던 어제는 등산객 손님들이 많아서 상품이 많이 팔렸어요. 주류나 과자, 라면 등에서도 품절된 품목들이 있고요. 생각보다 이 지역에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눌 만한 공간이 많지 않아요. 주민 분들이 동네 사랑방처럼 이용하셨으면 해서 저는 점포 외부 테라스 공간과 내부 테이블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테라스 공간이 운치 있고 좋아요. 무엇보다 너무 깨끗해서 놀랐습니다. 내부 공간 역시 넓고 물건 수도 다양한데 정리 정돈이 굉장히 잘 되어 있고요.
여기서 만나서 함께 산행을 시작하는 등산객들이 많아요. 쉬면서 커피 한 잔 할 때 저 테라스에서 모이기도 좋고요. 편의점에 들어왔을 때 ‘쾌적하다’는 인상을 주고 싶거든요. 그래서 상품은 되도록 높이 적재하지 않고 손님들 눈에 잘 들어오게 진열, 배치를 하고요. 청소를 특히 신경 써요. 테라스가 항상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쓰레기가 없으니 고객들도 머물던 자리를 깨끗이 치우고 가세요.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면 고객들 역시 미안해서라도 치우고 가신다 그래요.
살펴보니 생수 등 음료도 시원하게 보관하시고, 막걸리 주종도 다양하더라고요. 포켓 누룽지나 에너지바의 종류도 아주 많고요. 등산객을 위한 상품군에 신경 쓰시는 것 같아요.
일단 주류가 가장 잘 팔려요. 등산객들은 여기서 막걸리와 간단한 먹거리, 물을 사서 산행을 시작하니까요. 다른 지점은 제가 잘 모르지만 아마 그 어느 곳보다도 막걸리가 잘 팔릴 거예요. (웃음) 단체 산행의 경우에는 삼다수를 세 박스씩 구매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비 올 때 산에 가시는 분들도 있어서 우비도 잘 팔려요. 곡물바, 에너지바를 챙겨 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산하고 난 다음에도 더우시니까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사드시곤 해요.
맞아요. 냉장고와 창고에 가보니 주류를 특히 신경 쓰신 것 같았어요.
막걸리와 맥주는 무엇보다 냉장 온도가 중요해요. 저는 워크인 냉장고 온도를 각별하게 생각합니다. 막걸리가 배달되면 바로 냉장고에 넣고, 보관에도 신경 쓰죠. 막걸리는 특히 생산일로부터 몇 일 되었는지 그 유통기한을 면밀하게 체크해야 해요. 하루 이틀 사이에도 맛이 달라지거든요. 막걸리만 사가시는 분들은 맛의 차이를 바로 알기에 유통기한을 중시하시죠.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get커피를 빠르게 들여놨는데요. 원두와 기계를 수시로 살펴봅니다. 주류, 커피는 점주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고 확신해요. 그것이 곧 영업력의 신장과도 관련이 있죠. 고객들도 다 아시거든요. 북한산을 넘어 반대편에서 이 앞 입구로 나오려면 3~4시간이나 더 산행을 해야 해요. 그런데도 ‘여기 맥주 마시려고 일부러 이쪽으로 등산한다’고 하십니다. 어떤 고객은 ‘여기 막걸리가 맛있어서 꼭 여기서 산다’고 하시고요. 음료 맛도 있지만 공간이 쾌적하고, 시원하게 쉴 수 있어서 좋다는 분도 있어요. 혹자는 등산객을 그저 뜨내기 손님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저는 등산객도 단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옆에 계시던 손님들도 단골이시더라고요. 강아지 산책 후 쉬다 간다며 점주님과도 정답게 인사 나누시던데요.
결국 운영의 성패 여부는 단골에 달려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여기서 장장 10년 동안 점포를 지켰어요. 점주가 고객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주민들은 자주 보니까 다 느끼고 아시죠.
상품을 다양하게 들여놓거나 막걸리 입고일로부터 날짜를 따지는 등 단골을 관리하기 위한 일들은 물론 쉽지 않아요. 하지만 돈 버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한 동네에서 오래 장사하면서 지역에 봉사하는 마음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초코랑 라떼(강아지 이름)랑 같이 오신 분들도 일주일에 몇 번은 와서 커피 드시고 가세요.
오래된 고객과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나요?
제가 10년 있었으니까 ‘점주님 보고 다른 데 안 가고 여기 온다’ 하는 분도 있고요. 고생한다고 음료수 사서 주시는 분도 있고, 맛있는 음식 했다며 가져오시는 주민도 있죠. 무엇보다 어린이 고객들에게 잘하려 해요. 저는 무료로 줄 수 있는 상품이 생기면 유통기한 끝나기 전에 아이들에게 주곤 합니다. 그럼 애들은 정말 좋아해요. 입소문도 빠르죠(웃음). 집에 가서 가족에게 자랑하고, 친구들한테도 자랑하니까요. 아이에게 잘 하는 편의점을 지역 주민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어요.
공간도 정말 쾌적해요. 들어오자마자 느껴질 정도로요. 점주님이 직접 청소를 자주 하신다고요.
제가 솔선수범해야 다른 직원들도 잘 하죠. 근무자들에게 저는 친절을 특히 강조해요. 어떤 일이 있어도 친절을 기본으로 갖추면 절대 갈등이 안 생긴다고요. 제가 처음 오픈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지금은 매출이 두 배나 올랐어요. 지금 우리 점포를 담당하는 안영은 SC도 함께 많은 일을 헤쳐왔죠. 제가 많은 SC를 만났지만 가장 열심히, 정말 성실하게 잘 챙겨주세요.
근처 하비에르 국제학교에도 매년 기부하신다고요.
아주 적은 금액이라 자랑할 것도 못 돼요. 그래도 꾸준히 하는 이유는 지역에 공헌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하비에르 학생들은 우리 점포 고객이기도 하니까요. 적은 금액이라도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싶었어요. 어떤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다가 학교 발전 기금으로 기부를 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요.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은 만큼 지역을 위한 마음이 빛나시네요.
구기동 주민들에게 저는 고마운 게 많아요. 저는 원래 여기 살지 않고 점포만 운영했는데, 가까이 사는 게 관리하기 쉬울 것 같아서 근처로 이사도 왔고요. 여러 해 지내보니 이곳 고객들만큼 점잖고 품성 좋은 분들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답니다. 저희 점포가 무더위를 언제나 피할 수 있는 곳, 갈증이 날 때 언제든 목을 축일 수 있는 곳, 편하게 앉아 맥주 한 잔 하면서 고달프면서도 즐거운 인생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취재를 마친 후 숨을 돌리며 CU북한산구기점 나무 테라스에 앉아 봅니다. 무더위를 피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밤하늘 아래 청춘들의 고백이, 굽은 능선을 내려와
땀을 식히는 어르신들의 구수한 농담이 어제도 내일도 이곳에서 도란도란 흐르겠지요. 오늘 힘들었다면 잠시
CU 북한산구기점에 들러보세요. 다정한 일상이 옹달샘처럼 고인
이곳에서 작은 위안을 받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