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 약과의 역습

매거진 2023.06.08



레트로가 열풍이라지만 입맛까지 레트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 했던가요. 언제부터인지 초콜릿보다는 강정이, 빵보다는 약과가 당깁니다. 아니, 많고 많은 디저트 중에 왜 하필 그런 올드한 간식을 찾느냐 물으신다면 이웃집통통이 약과쿠키를 내밀며 말하겠어요. “다시는 할매 입맛을 무시하지 마라!” 



 

할매니얼들어보셨나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즐기는 입맛이나 문화가 MZ세대에서 인기를 끈다는 의미의 단어인데요. 그중에서도 약과는 단연 할매니얼을 대표하는 간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CU가 압구정 이웃집통통이카페와 콜라보레이션한 이웃집통통이 약과쿠키는 지난 4월 발매와 동시에 없어서 못 파는디저트가 되었으니까요. 맛도 맛이지만, 약과와 쿠키를 두툼하게 결합한 먹음직스러운 외양에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는데요. 연세우유 생크림빵에 이어 또 하나의 대박 상품을 만들어낸 BGF리테일 스낵식품팀 박민수 수석과 이웃집통통이카페 박현정 대표를 만나 약과쿠키의 탄생 과정을 들어봤습니다.



왼쪽부터. 박현정 대표 / 박민수 수석


블로그에도, 유튜브에도 이웃집통통이 약과 쿠키 리뷰가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콜라보레이션 과정이 궁금합니다.

박민수 수석   2년 전부터 약과나 떡 같은 전통 간식이 할매니얼이란 이름으로 유행을 끌고 있어 관련 상품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웃집통통이는 이미 입소문으로 검증된 베이커리죠. 소금빵과 약과쿠키로 대인기 양대산맥을 이루면서 고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고요. 약과쿠키로는 이웃집통통이를 따라잡을 수 있는 베이커리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대표님께 과감히 제안을 드렸고, 흔쾌히 응낙하셔서 함께 상품을 개발하게 됐어요.

 

박현정 대표   1년 전쯤 CU에서 다른 상품군으로 제안을 받은 적이 있어요. 아쉽게 무산됐는데 약과쿠키는 다행히 상품 출시까지 무척 빠르게 이뤄졌어요. 작은 카페의 디저트를 편의점 유통 상품으로 개발해보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좋은 기회였어요. 무엇보다 그 모든 과정에서 박민수 수석님이 저희를 존중해주신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요즘 약과는 줄을 서서 사먹는다고 하죠. 이웃집통통이 약과쿠키는 편의점에서 쉽게 사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품절 대란이 이어졌지만요.

박민수 수석   물량을 충분히 준비했는데도 발주 수량이 넘쳐 제조사에서 매우 힘들어 했어요. (웃음) 확실히 최근 약과가 인기였기에 흥행한 점도 있지만, 이웃집통통이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 패키지 반응이 참 좋았어요. 캐릭터가 귀엽다 보니 1020 소비자들이 특히 좋아해요.

 

박현정 대표   이웃집통통이 카페에서도 약과쿠키는 인기상품이에요. 하지만 편의점 상품으로 내놓았을 때 이 정도로 호응이 클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어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때 약과쿠키 본연의 맛을 잘 구현할 수 있을지 걱정도 있었고요. 그런데 수석님이 제조사와 함께 정말 고생을 많이 해주셨어요. 덕분에 CU 이웃집통통이 약과쿠키는 또 그만의 맛을 갖출 수 있었죠.

 

 

 

제품 개발 과정에서 가장 주력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박민수 수석   약과쿠키의 쫀득한 식감을 유지하려고 개발 단계부터 애를 많이 썼어요. 푸석해지지 않도록 약과 위에 조청을 발랐고, 바닐라와 시나몬 향이 쿠키를 은은하게 감싸도록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촉촉함과 쫀득한 식감, 그리고 바닐라 향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편의점 디저트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박민수 수석   약과를 대량 생산하는 제조사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웃집통통이의 레시피를 사용하더라도 대량으로 생산하려면 제조공장이 필요한데, 이만한 물량을 맞출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출시 후에도 판매 속도를 맞추기가 어려웠고요. 제조 공정 또한 까다로웠죠. 약과를 제조한 뒤 쿠키 공장에 보내고, 거기서 약과와 쿠키를 조합하고 포장하는데, 두 공장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등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습니다.

 

박현정 대표   정말 놀랄 정도로 아주 먼 곳에 제조사가 있어요. 수량을 맞출 수 있는 공장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당시 아주 늦은 시간까지 수석님과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그때마다 정말 전국 팔도를 누비며 아주 멀리서까지 공장을 찾고 계셔서 그 열정에 놀랐어요.

 

 

CU의 이웃집통통이 약과쿠키가 인기를 끈 데에는 SNS 인증샷도 한몫했는데요. ‘통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주 두툼합니다. 쿠키와 약과 크기를 키우는 게 어려웠을 것 같아요.

박민수 수석   처음부터 이건 크기가 커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대표님 레시피를 구현하려고 최대한 테스트를 했는데 대량으로 생산하다 보니 쿠키가 클수록 옆으로 퍼지는 현상이 있었어요. 그럼 약과를 위에 올렸을 때 예쁘지 않잖아요. 쿠키를 약과 크기에 맞추는 게 정말 어려웠죠. 제조사에서도 창립 이래 가장 많은 테스트를 거친 제품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박현정 대표   레시피를 변경해야 할 때마다 저에게 의견을 물어봐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대량 생산 유통 과정에 맞추되 최대한 고유의 맛을 훼손하지 않으려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CU의 약과쿠키가 거의 핸드메이드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조청을 기계로 바르면 고르게 발리지 않아 전부 수작업하고 있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브랜드에 대한 존중을 느꼈어요.

 


 

 

약과나 개성주악, 쑥과 흑임자 같은 할머니 입맛이 최근 인기인데요. MZ세대와 결합해 할매니얼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죠. 옛날 간식이 최근 유독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박현정 대표   일단 맛있어서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웃음) , 어떤 아이템이든지 거기 몰입한 소수의 사람들이 있잖아요. 예전에는 이렇듯 마이너한 취향이 겉으로 드러나기 어려웠지만, 요즘은 유튜브나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취향을 공개하고 확산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대중적인 인기로 연결되고요. 요컨대 마니아들의 취미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최근의 미디어 환경이 할매니얼이라는 새로운 유행을 만든 셈이죠.

 

박민수 수석   맞아요. 사실 전통 디저트의 인기는 2년 넘도록 식지 않고 있습니다. 초반에 유행을 끌었을 때는 반짝이라고들 했는데, 이제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어요. 빵이나 쿠키 같은 서양 간식에 한국적 입맛을 적용한 것도 킬링 포인트였고요.

 

 

박민수 수석님은 상품 출시 후에도 맛과 퀄리티를 유지시키는 데 매우 까다로우시다고요. 약과쿠키 맛을 보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박민수 수석   무엇보다 품질 관리를 철저하게 해요. 주변 편의점을 돌아다니면서 일주일에 두세 번은 직접 사 먹고요. 약과쿠키가 출시되고 한번은 맛이 조금 바뀐 적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물량이 많다 보니 꼭 지켜달라고 한 공정이 조금 소홀해진 거죠. 쫀득한 식감이 처음과 달라진 것 같아 직접 찾아가서 공정 체크 후 수정 요청했습니다. 제품이 많이 팔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탄에 이어 2탄도 출시됐죠. 2탄 상품은 어떤 제품일까요?

박민수 수석   이웃집통통이 약과쿠키 2탄은 브라우니 약과쿠키입니다. 초콜릿 쿠키 위에 초콜릿맛 약과를 올렸어요. 기존처럼 꾸덕하게 만들었더니 브라우니와 유사해졌고, 여기에서 힌트를 얻은 박현정 대표님의 제안으로 브라우니 약과쿠키라는 이름을 갖게 됐어요.

 


 

 

약과쿠키 다음에는 또 어떤 디저트 트렌드가 이어질까요?

박현정 대표   저는 사실 먹는 데 진심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신상품도 제가 좋아하는 식품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전 요즘 바게트를 맛있게 먹고 있어 바게트 브랜드도 만들었어요. 바게트는 심플하면서도 무슨 토핑이든 잘 어울려요. 밥 대용으로 손색 없어서 좋고요.

 

박민수 수석   , 잘 들었습니다. 다음엔 바게트를 대표님과 함께 해야겠네요. (웃음)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저에게도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대표님께서 의사결정이 빠르시면서도 굉장히 유연한 마음을 가지고 계시거든요. 저희의 제안을 주의 깊게 들어 주시고 함께 노력하신 덕분에 이런 성과를 맺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박현정 대표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박민수 수석님과 같이 일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고 항상 존중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서로 시너지가 커서 고객들도 자연스럽게 그 노력을 알아봐주신 것 같아요. 앞으로도 CU에서 다양하고 참신한 제품들을 많이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




전통 간식은 일반 스낵에 비해 오랜 정성과 섬세한 손길이 필요합니다. 기획 단계부터 대성공을 이끈 지금까지, 쫀득하고 꾸덕하면서도 달콤한 이웃집통통이 약과쿠키의 이면에는 그보다 더 끈끈한 콜라보레이션의 힘이 있었죠. 그토록 공들였기에 이웃집통통이 약과쿠키가 더 빛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식사 후에는 할매 입맛 따라 정성 가득한 약과쿠키 한입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