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의 간편식, 건강한 쌀을 만나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에 풀내음이 느껴집니다. 넉넉한 평야 위로 내려앉는 초봄의 햇살, 이제 이곳 강진군에도 새싹이 돋을 참인가 봅니다. 파종을 마치고 나면 이곳은 ‘새청무’ 쌀의 새싹으로 논이 푸르게 물들거든요.
지난 2021년부터 CU의 간편식에는 모두 전남 강진군과 해남군의 새청무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남도청과 협약을 맺어 매년 일정 수량 이상의 쌀을 수매, 삼각김밥, 도시락 등 간편식에 쓰는 것이죠. 쌀 소비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이처럼 로컬과 기업이 협약을 맺어 안정적으로 매년 1만 톤 이상의 쌀을 소비하는 것은 지역과 기업이 모두 상생하는 좋은 예시입니다.
새청무쌀은 기존 품종 ‘새누리’와 ‘청무’의 장점만 골라내 만든 신품종인데요. 씹을수록 올라오는 단맛과 쫀득한 찰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삼각김밥을 집어드셨다면 한 번 식감을 온전히 느껴 보세요. 다른 품종에 비해 쌀알이 단단하고 탱글탱글한 것이 바로 새청무의 특징이니까요.
곡창지대의 넉넉함을 품은 새청무쌀
새청무의 모태, 새누리로 거슬러 올라가봅시다. 우리나라 주요 곡창지대 중 하나인 전남 지역에서는 수년 전부터 새누리 품종을 주요 쌀 품종으로 재배하고 있었습니다. 재배하기 수월하고 생산성이 뛰어났기 때문이죠.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기온이 높아지면 밥의 단맛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에 해외 품종 견학을 다녀온 농부들의 제안으로 진흥청에서 개발해 만든 품종이 바로 ‘청무’입니다. 청무는 찰기가 좋고 식은 밥이 되어도 그 고소함이 살아 있어 처음 나주에서 ‘왕건이 탐낸 쌀’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팔리며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청무에게도 단점이 있었죠. 바로 병충해에 약하고 생산 기간이 길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품종 벼가 8월 15일이면 꽃이 피어 고개를 숙이지만 청무는 8월 25일은 되어야 등숙되었으니까요. 맛은 좋으면서, 재배기간이 짧고 생산성은 뛰어난 쌀을 향한 농부들의 바람은 갈수록 깊어졌습니다. 그 바람에 힘입어 탄생한 쌀이 바로 새청무 품종입니다. 새누리의 재배 편의성에 청무의 단맛을 고스란히 간직한 새 품종이죠. 새청무는 밥맛이 좋을 뿐 아니라 식감이 단단해 쌀의 탱글탱글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답니다. 이제 전남 농가의 52% 정도가 새청무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쌀알 하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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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7년을 개발하셨다고요.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2009년에 개발을 시작했는데, 2016년에 품종으로 최종 등록했어요. 보통은 벼 품종 하나를 개발하는 데 10년이 걸립니다. 새청무는 꽃가루 배양을 통해 7년 정도 걸려 개발했죠. 빠르게 개발한 편이지만 보급이 어려웠습니다. 기존부터 경작하던 새누리쌀이 잘 팔리고 있어 품종을 바꾸기 쉽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입소문이 힘을 내줬습니다. 재배 과정은 편하면서도 맛이 좋다고 정평이 나면서 약 3년 정도 지나니 전남 농가에 모두 보급됐죠.
일반 쌀의 도요식미값에 비해 새청무가 약 5% 정도 높아요. 5%면 맛이 어느 정도 좋은 걸까요?
보통 밥맛을 연구하거나 품종을 개발할 때 ‘도요식미값’을 기준으로 합니다. 맛이라는 건 개인차가 크니 기준점을 도요식미값에 두고 간접 활용하는 것이죠. 저희는 보통 70에서 80사이에 참고를 두는데, 그 정도면 일단 ‘괜찮은 맛의 품종이 되겠다’ 하고 후보군으로 선정합니다. 새청무는 도요식미값이 83.3으로 삼광이나 신동진보다도 높았죠.
연구원을 둘러보니, 벼의 신품종을 일부 재배하는 벼 연구소도 있었어요.
육종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단 작물을 키워야 하잖아요. 작물은 하우스나 온실에서 키우는데, 벼는 논에서 키우죠. 그래서 저희는 벼 연구소에 논의 환경을 만들어 1년 동안 벼가 어떻게 커가는지 그 과정을 전부 메모합니다. 가을이 오면 이 벼가 1년 동안 어떻게 자랐는지, 일반 농가에서 재배할 때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판단하죠. 최종 가려낸 종자로 또 재배를 시작하고요. 새청무는 그 과정을 다 거쳐서 선택된 품종이고, 지금은 새로운 종자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새청무는 다른 쌀보다 식감이 단단한데요. 이게 어떤 장점이 될까요?
말씀하셨듯이 새청무는 식감이 좀 단단한 편입니다. 어떤 품종 쌀은 입안에서 스르르 퍼져 버리거든요. 새청무는 쌀이 알알이 느껴지는 품종이에요. 그래서 볶음밥이나 주먹밥 같은 것으로 만들었을 때 쌀의 식감이 치밀하게 느껴지는 편이죠. 고슬고슬한 밥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선호할 만한 쌀 품종입니다.
간편식에 잘 맞는 쌀이네요.
네. 특히 다른 식재료들과 있을 때 밥의 모양이 살아 있어요. 김밥, 주먹밥, 초밥 같은 음식을 만들었을 때에도 식감이 단단하고 쌀 모양이 입체적으로 살아 있는 쌀이죠. 물 양을 잘 맞추면 찰기가 살아있기 때문에 볶음밥으로 아주 훌륭해요. 그리고 국밥 같은 것에 말아먹기에도 아주 좋죠. 보통 국에 밥을 말면 밥이 퍼지거나 흐물흐물해지잖아요. 그런데 새청무는 단단하기 때문에 뜨거운 국에 넣어도 밥알이 살아 있어요.
댁에서 쌀밥과 함께 자주 드시는 최애 조합이 있나요.
저는 밥에 조미되지 않은 김을 싸서 먹는 걸 좋아해요. 다들 쌀밥과 가장 좋아하는 자기만의 반찬 조합이 있겠지요. 쌀 그 자체는 주인공이 아닐 수 있지만, 곁들여 먹는 다른 국, 반찬들과 함께 조화를 이룰 때면 더욱 존재감이 빛난답니다.
BGF와의 새청무쌀 활용 협약은 전라남도 지역 활성화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벼 재배면적과 생산량 중 전남이 20%를 차지해요. 그런데 인구는 얼마 안 되죠. 전라남도 인구만으로는 이 쌀을 소진할 수 없으니 당연히 외부에 유통을 해야 해요. 요즘 도시락이나 간편식품을 먹는 인구가 많이 늘어났으니 CU와 협업을 하게 된 것은 필연적이었죠. 우리 쌀도 사용할 수 있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어줍니다.
새청무쌀은 도정율이 매우 높은데요. 다른 쌀들에 비해 도정율이 높다는 것은 어떤 장점을 가지나요?
도정율이 높을 수록 최종 생산량이 늘어납니다. 도정은 왕겨 껍질을 벗겨내는 과정이거든요. 새청무는 껍질이 얇아 도정 과정에서 버려지는 쌀이 적어요. 보통 벼 1톤을 가져가면 도정 후 700~750kg 정도의 쌀이 나와요. 그런데 새청무는 780~790kg 가까이 나오니까, 수만 톤씩 소비하는 도정 공장에서 도정률 1%면 수확량에 엄청난 차이가 있죠.
농가로부터 쌀 품종에 대한 이야기도 직접 들으실 것 같아요.
농부 분들이 가을, 겨울에 ‘내가 농사 지은 거니까 먹어보라’며 쌀을 조금씩 가져다 주시거든요. 근데 농가마다 밥맛이 다 달라요. (웃음) 같은 품종이지만 정말 밥맛이 아주 달라요. 어떤 농가에서 준 쌀은 정말 너무 맛있어서 반찬이 없어도 맛있게 먹을 정도고, 또 어떤 농가 쌀은 정말 못 먹겠다 싶은 쌀도 있어요. 같은 지역 기후에서 자라는 쌀인데도 농가 재배법과 토질에 따라서 맛이 다른 거죠. 농사도 결국 사람이 하는 거니까요. 좋은 땅인지도 중요하고, 기술을 잘 가지고 정성 들여 농사짓는 농가의 쌀이 더 맛있을 수밖에 없죠.
‘농사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서글서글 웃는 신서호 연구원, 그의 말대로 어쩌면 농사도, 음식도, 유통도 사람의 정성이 담긴 일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간편식이어도 더 좋은 품질의 국내산 쌀을 선보이려는 CU의 마음처럼 말이죠. 전남의 풍요한 곡창지대에서 오랫동안 정성 들여 키운 마음이 여러분의 식탁에 온전히 전달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