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Y] 생과일 하이볼의 발상지, 종합주류회사 부루구루를 가다

매거진 2025.01.16

 

2024 CU 대히트 아이템을 꼽자면생레몬 하이볼 빼놓을 없습니다. 탭을 따면 두둥실 떠오르는 레몬 슬라이스와 달지 않고 산뜻한 하이볼 맛은 도시술꾼들의 입맛을 그야말로 매혹시켰는데요. 이토록 생생한 만들 생각, 누가 했을까요? BGF LIVE 생과일 하이볼을 탄생시킨 그곳, 부루구루 본사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캔을 따자마자 수면으로 살포시 떠오르는 생과일 슬라이스, 한 모금 마시면 코끝에 상쾌하게 퍼지는 과일향. 작년 4월 22일 출시한 생레몬 하이볼은 채 200일도 되지 않아 1천만 개 이상 팔려나가며 그야말로 RTD(Ready to Drink) 하이볼의 지각변동을 일으켰습니다. 반짝 뜨고 가라앉는 인기가 아니었죠. 백이면 백, “상큼하니 술맛이 안 나서 맛있다” “맛도 맛이지만 비주얼이 한몫한다” “얼음 없이 마시면 상큼하고, 얼음을 넣으면 부드럽다” 등 자체 바이럴이 뒤를 이었습니다.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출시한 생라임 보드카 하이볼, 생청귤 모히토 하이볼 또한 모두 나란히 밀리언셀러 명단에 자리 잡았고요. 이후 생유자 하이볼, 생감귤 하이볼, 여경래 펑리하이볼에 이어 생오렌지 하이볼까지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인기는 수치로도 증명됐습니다. 생과일 하이볼이 나온 이후, CU에서 하이볼을 포함한 기타주류의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뛰었답니다. 훌륭한 상품과 고객의 사랑, 그 뒤에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 쉼 없이 뛰었던 종합주류회사 부루구루와 BGF리테일 주류팀 장주현 책임이 있었습니다. “못할 것은 없다”는 장주현 책임의 도전장과 “한 번 해보자!”는 부루구루 박상재 대표의 실험 정신이 한데 모여 탄생한 작품인 것입니다.

 

‘부루구루’는 영어 브루(Brew: 양조)와 산스크리트어 구루(Guru: 도사)의 합성어로, ‘양조를 잘하는 도사’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수제맥주 브루어리로 처음 입소문을 탔고 지금은 위스키 분야까지 개척했다고 합니다. BGF LIVE는 이미 지난 5월 장주현 책임의 상품 출시 후기(품절대란! CU 생레몬 하이볼 탄생 비화)를 통해 생레몬 하이볼 제조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본 바 있죠. 사실 그때만 해도 제조현장 부루구루의 이야기는 꽁꽁 감춰져 있었는데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생과일 하이볼의 탄생지 부루구루에서 일어났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박상재 대표와의 인터뷰로 전격 공개합니다.

 

 


 

 

 

 

 

 

애주가 대표님이 차리신 종합주류회사라고 들었어요. 부루구루를 간단히 소개해주시고, BGF리테일과의 첫 인연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제가 술에 관심이 많아요. (웃음) 부루구루를 세우기 전에 사실 창업을 세 번이나 했거든요. 수제맥주를 비롯해서 다양한 형태의 양조장을 만들었는데, 그게 부루구루의 기반이 되었죠. 어쨌든 부루구루는 2018년 1월 1일부터 콤부차 양조장으로 출발했어요. 콤부차로는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2021년경 주류로 전환했고요. 그때부터 BGF리테일과 주류를 함께 개발했어요. BGF리테일에서 냈던 첫 하이볼이 이 어프어프(EARP-EARP) 하이볼 시리즈였고, 고맙게도 이 상품이 잘 자리잡아준 덕분에 저희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당시 한국에서 출시된 상품 중에서도 어프어프는 도수가 꽤 높았던 하이볼이었죠. 높은 도수에 그렇지 않은 귀여운 캐릭터가 주류에 그려져 있는 것도 신선했어요. (웃음)

어프어프는 지금도 저희 주력 상품 중 하나인데요. 제가 알기로 누적 500만 캔 이상 판매됐고 꾸준히 CU의 하이볼 매출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다고 해요. 처음 레몬토닉이 인기를 얻고 얼그레이, 자몽 허니 블랙티, 제로슈거, 체리샤워까지 총 다섯 개 상품이 순차적으로 나왔죠.

어프어프를 처음 출시했을 때는 부루구루의 규모가 상당히 작고 생산량도 그렇게 크지 않았어요. 레몬토닉과 얼그레이, 2종 각각 10만 캔씩 먼저 만들어서 납품했는데, 센터 재고가 빠지는 게 한 시간도 안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2022년 11월 말 출시했는데 다음날 BGF리테일 측에서 전화가 세 번 왔어요. “대표님, 종당 30만 캔 추가해주세요” 하고, 또 그 다음에는 “종당 50만 캔 추가요” 하고. 그 다음에는 “대표님, 대박 났어요!” 하시더라고요. 담당자님의 들뜬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나요. (웃음) 당시 부루구루는 24시간 주 7일 공장을 돌려도 겨우 180만 캔 생산에 그쳤거든요. “50만 캔을 즉시 납품하기는 어렵다” 말씀드렸더니, “그럼 되는 대로 해서 다 주세요” 하시더라고요. 솔직히 믿어지지 않아서 전화 말고 문서로 발주서를 달라고 요청 드렸더니 채 5분도 안 돼서 발주서가 왔죠.

 

 


 

 

그도 그럴 것이, 어프어프는 국내에 캔하이볼이 없던 2022년경 BGF리테일 주류팀과 함께 처음 선보인 캔하이볼이었죠.

맞아요. 돌이켜보면 BGF리테일 주류팀 장주현 책임님, 이승택 팀장님도 캔하이볼을 기획하시면서 많이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주류 시장이 포화 상태인 만큼 차별화 상품을 개발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셨죠. 사실 부루구루 내부에서 저는 직원들에게 혼 많이 났어요. 이거 도저히 못 만든다고. (웃음) 크리스마스 전날에도 사돈의 팔촌까지 다 불러서 공장 돌리고, 보건증 있는 직원들은 모조리 불러서 일하고. 고생 많이 했죠.

 

 

아예 없는 상품을 개척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개발 과정은 어땠나요?

당시 국내 하이볼 시장이 지금처럼 커지기 전이었는데, 일단 저희는 도수는 조금 높게, 맛은 단맛이 확 느껴지게 조정했어요. 고객들의 구미를 당기는 여러 요소들을 많이 연구했고 상품에 반영하려 노력했죠. 코로나19 기간에 ‘홈바(Home Bar)’가 유행하면서 국내 위스키 시장이 확 성장했잖아요. 이 성장세에 힘입어 도수가 높은 하이볼을 찾는 마니아들도 있으리라 예상했어요. BGF리테일 주류팀 역시 하이볼 시장을 주시하고 계셨고,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주시면서 회의를 정말 자주 했어요. 뭐랄까, 우리 회의는 술 좋아하는 ‘알코올 덕후’들의 회의라서 서로 막 시너지가 튀는 게 느껴지거든요. (웃음) 주류팀에서 아이디어를 제안하시면 저는 그걸 발전시켜서 “이런 것도 있다” 제시하고. “이거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데?”하다가 “아 너무 힘든데?” “해볼까?” 하기도 하고.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저도 많이 배우죠.

 

 


 

 

부루구루와 주류팀 모두 리큐르 시장이 분명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셨군요.

네. 미국 같은 경우는 벌써 리큐르 시장이 약 30조 원 가까운 규모가 됐어요. 일본이 20조 원 규모를 자랑하고요. 특히 일본 같은 경우 맥주보다 하이볼 시장이 더 크거든요. 도쿄에 하이볼 거리도 조성돼 있고, 편의점 냉장고 진열대 한 칸이 모두 하이볼일 정도로 인기 있어요. BGF리테일에서 이러한 시장 추이를 선제적으로 살펴봤고 저희도 그게 옳다고 생각했죠. BGF리테일 주류팀이 존경스럽기도 한 게, 출장을 가시면 정말 공격적으로 해외 주류시장을 조사하시거든요. 휴대폰 사진만 열어 봐도 새로운 상품 사진을 수천 장 찍어 오셔서 저와 같이 검토하시고요.

 

 

生과일 하이볼 시리즈 이야기를 해볼게요. 시리즈 중에서도 시초인 생레몬 하이볼은 작년 CU의 메가히트 상품이었죠. 시장을 뒤집어 놓은 이런 반응을 혹시 기획 초창기에도 예상하셨는지요?

물론 기획 당시에도 ‘만들 수만 있다면 잘될 것이다’라는 생각이 있었죠. BGF리테일 주류팀 장주현 책임님이 아이디어 뱅크세요. 상품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를 않으시고 모두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가 어떻게든 만들고 싶어 하시거든요. (웃음) 근데 그 상품의 제조 과정을 따져보면 단순하지가 않아요. 저희 같은 제조업체는 설비를 다 바꿔야 하는 수준이니까요. 난색을 표해도 “일단 시도나 해봅시다”라는 마인드로 임하시니 저희도 의욕을 꺾기 어렵고 도전 의식에 불이 붙죠. 생레몬 하이볼도 마찬가지였어요. 되면 무조건 성공인데, 그 되는 게… (웃음) 쉽지가 않았으니까요.

 

 

그 어려운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한데요.

일본에는 ‘레몬 사와’라는 술이 있어요. 주로 식당에서 판매하는, 레몬 조각을 넣은 하이볼이죠. 그런데 이걸 캔 하이볼에서는 구현하기가 어렵거든요. 일본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캔 하이볼을 만들긴 했지만 건레몬을 넣는 데 그쳤고요. 장주현 책임님은 이 레몬사와를 식당에서 서브하는 것처럼 생레몬을 넣어 만들자고 하셨는데, 그러면 확실히 풍미가 좋지만 제조 난이도가 ‘극악’이에요. 보통의 레몬사와가 초등학교 수준의 제조라면 저희 생레몬 하이볼은 대학원 논문 써야 할 정도의 수준이랄까요. 기획 이후 제조를 시도하는 과정만 9개월 걸렸어요. 장주현 책임님이 “그거 어떻게 되고 있냐” 한 스무 번 물어보고, 저는 “조금만 기다려봐라” 말리고. (웃음)

 

 

 

 

 

만듦새만 봐도 보통의 노력이 아니다 싶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9개월간 서른 명의 인원이 달라붙어서 미친듯이 만들었어요. 사실 저희는 ‘꼭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상품이 망할까’를 먼저 생각했어요. 모든 상품이 그렇지만, 생레몬 하이볼은 과일 원물을 쓰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정말 높았거든요. 위험요소가 아주 많았던 만큼 긍정적인 얘기보다는 위험을 따지는 데 집중했던 거죠. 이 상품을 만들 수 없는 이유를 수십 가지 생각하고, 하나씩 제거하면서 실현에 접근하는 방식이었어요.

 

 

돌다리도 두드려 봐야 한다는 속담이 떠오르네요.

그럼요. 그냥 두드려 보고 건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완전 튼튼한 다리를 깔아 버리는 수준이어야 했어요. 일단 생과일 원물의 가장 큰 위험 요소가 잔류 농약이었는데요. 세척 과정을 마친 과일에서 미세하게라도 잔류 농약이 검출되면 안 되잖아요. 미생물균 안정성도 떨어지면 안 되고요.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일단 잡음이 없어야 하고, 또 그 혁신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어야 해요. 그렇기에 간단한 징검다리 수준이 아니라 강을 막고, 돌을 치우고, 콘크리트로 타설하는 수준까지 가야한다 싶었죠.

 

 

레몬 조각이 둥실 떠오르는 그 쇼츠 영상이 그냥 나온 게 아니군요.

‘이 정도까지 하면 되겠다’ 생각이 들었을 때가 왜 없었겠어요. 그래도 만족하지 않고 계속 ‘다시, 다시’ 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캔을 따면 생레몬이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탄산상압으로 점점 떠오르거든요. 이렇게 퍼포먼스가 나오게끔 적정 탄산 압력을 맞추는 것까지 미세하게 조정했어요. 레몬이 떠오를 때 저희 크리에이티브팀 친구들이 막 영상을 찍더라고요. (웃음) 그걸 보고 저희 모두 ‘이게 소비자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생각했죠. BGF리테일과 저희 아이디어가 적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식품 관련 법이 워낙 까다로운 만큼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엄청나게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별의 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웃음) 이를테면 ‘생레몬’이라는 단어부터 맞는 말인지 토론할 정도로요. “생레몬이라고 하면 온전한 원물 형태여야지, 자른 형태는 안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러면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가 ‘생레몬 하이볼’이라는 상품을 접했을 때 캔 속에 정말로 온전한 레몬 하나가 들어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내고. “생(生)이라면 보통 착즙을 생각하지 않느냐”, “레몬이 움직여야 살아있는(生) 것 아니냐”까지 온갖 의견이 오갔죠. 국립국어원에 문의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웃음)

 

 

그렇게 힘든 개발 과정 속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요.

초창기엔 레몬 수급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저희도 협력사 입장에서 굉장히 놀랐던 게, 레몬이 품귀 현상이라고 말씀드리니 BGF리테일에서 즉시 조치를 취하시더라고요. 동원할 수 있는 내부 팀이란 팀은 모두 동원해서 마트며 시장에서 판매하는 레몬을 모조리 걷어 오신 거예요. 그 열정에 저희도 탄력 받아서 이렇게 좋은 상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껏 부루구루에서 출시한 하이볼 시리즈를 살펴보면 하나 하나의 개성이 살아 있어요. BGF리테일의 열정에 부루구루의 혁신적 시도가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싶은데요.

저희는 대기업이 아니기에 혁신을 계속할 수밖에 없어요. 살아남기 위해서, 생존하기 위해서 혁신을 추구하는데, 그러다 보니 그것이 저희의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부루구루는 우리나라 주류법상 절대 나올 수 없는 상품이라고 해도 아이디어가 좋으면 일단 고려해요. 법은 언제 바뀔지 모르는 거잖아요. 미래를 예상하고 미리 개발해 놓은 회사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맛, 품질, 디자인, 기획 다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 모두 혁신이 있어야 해요.

 

 

그 과정에서 생과일 하이볼이라는 혁신도 태동한 것이겠네요.

언젠가 BGF리테일에 회의를 하러 갔는데, 회의실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더라고요. ‘남들과 같아서는 남을 이길 수 없다, 오늘 내가 안 하면 내일 남이 한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일단 시도해야 성공이든 실패든 경험할 수 있어요. 실패한다고 해도 괜찮아요. 그 과정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으니까요. 야구와 비슷해요. 홈런타자는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기 스윙을 해야 언젠가 홈런을 칠 수 있잖아요.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윙도 하지 않으면 야구선수는 절대 성장할 수 없어요. 일단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고, 그러면서 타율을 높여 가야죠. 생존 능력이 곧 성장력이라는 믿음으로 좋은 상품, 이전에 못 보던 상품을 앞으로도 다양하게 시도하겠습니다. BGF리테일과 함께 선보일 부루구루의 生生한 혁신을 많이 기대해 주세요!

 

 

 

 

 

 

인터뷰·공장 이미지 제공. 박상재 대표이사(부루구루)

글. 김송희

편집. 성지선

사진. 전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