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장애인 편의점 3호, CU부산글로벌테크점 비하인드 스토리

매거진 2025.01.13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12월의 어느 . 부산 강서구 산업단지 부산글로벌테크비즈센터 1층에 위치한 CU 사람들이 속속 모여듭니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가득 머금고, 손에는 꽃다발을 하나씩 들고서요. 이윽고 플랜카드까지 펼쳐 보이는데요. 과연 어떤 편의점이기에 이렇게 사랑받는 것일까요? 아주 특별한 사연을 가진 편의점 이야기를 지금 들려드립니다.

 


 

 

장애인 편의점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어서오세요, CU입니다.” 조금은 느린 말투이지만 상품을 나르는 손길은 야무진 이씨. 그는 20대 중반의 지적장애인이자, 이곳 CU부산글로벌테크점에서 일하는 스태프입니다. 하루 평균 4시간 CU에서 근무하면서 상품 운반과 진열, 계산, 소비 기간 확인, 매장 청결 등을 관리합니다. 아직은 포스기 앞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일이 조금 무서울 때도 있지만 직업훈련교사인 매니저님의 도움을 받아 직무를 하나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11월 25일 오픈한 이후로 두 달 남짓, 처음의 두려움도 많이 사라지고 이제는 일에 웬만큼 적응해 자신감도 생겼답니다.

CU부산글로벌테크점은 중증장애인이 스태프로 근무하고, 장애인 등 더 많은 고객이 찾아올 수 있는 편의점입니다. 공고를 통해 지역 내 거주하는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공개 채용 절차를 거쳐 스태프를 채용하는데요. 그렇게 채용된 스태프들은 최저임금을 보장받고, 4대 보험에 가입되며, 이후 운영기관 또는 지역 훈련 기관을 통해 이론 및 현장 교육을 받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직업훈련교사가 매니저로 근무하며 스태프들의 직업능력 수준에 맞는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부산장애인직업재활시설 직업훈련교사 최영숙 매니저 “현재 CU부산글로벌테크점에는 지적장애인 세 분과 담당 직업훈련교사인 저, 이렇게 네 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우리 스태프들은 “어서오세요” 인사하는 것조차 쑥스러워했는데 지금은 업무에 많이 익숙해지셨습니다. (웃음) 서툴어도 괜찮으니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독려했어요. 고객 분들도 따뜻하게 배려해 주셨고요. 스태프가 실수하거나 느려도 “괜찮다”, “천천히 하시라” 해주시는 덕에 더 열심히 훈련하고 즐겁게 일합니다.”

 

최영숙 매니저는 직장인의 ‘기본’을 학습하는 데 무엇보다 큰 힘을 쏟습니다. 특히 고객 응대는 점포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보다 정중하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방법을 교육하죠. 직장인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인 근태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스태프의 책임감과 신뢰를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교육은 편의점을 잘 운영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장애인들의 직무 능력을 향상하고 취업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탄탄한 근력이 되어줍니다. 어엿한 근로자로 단단히 설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과정인 것이죠.

 

 

 

 

 

 

장애인을 사회로, 일터로!

일할 수 있는데, 일할 수 없습니다. 이 모순적인 문장은 중증장애인에게 현실로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고용시장에서 중증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비장애인 대비 1/3 수준으로 매우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애써 찾은 일자리도 비장애인에 비해 다소 더딘 업무 속도 등을 이유로 쉽게 잃기 일쑤입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중증장애인들이 근로능력을 인정받으며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으려면, 우선 직업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일자리 마중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장애인 편의점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출범했습니다.

 

 


 

 

BGF리테일 홍다혜 책임 “장애인 편의점은 공공기관과 민간업체가 협력해 중증장애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특화 일자리 사업입니다. 작년 3월을 기해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그리고 BGF리테일이 함께 ‘중증장애인 신규 일자리 창출’ 업무 협약을 체결하면서 프로젝트의 가닥이 잡혔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이혜림 과장 “장애인 편의점은 2016년부터 추진해온 장애인 카페 ‘아이갓에브리씽(I got everything)’을 이은 두 번째 사업 모델이기도 합니다. 체계적인 프랜차이즈 시스템과 노하우를 갖춘 BGF리테일과 추진하기에, 편의점을 처음 운영하는 기관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BGF리테일 홍다혜 책임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중증장애인의 일자리가 제한적이기에 취업 기회를 잡는 것도 어렵다”며 “특히 서비스업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습니다. 더구나 편의점은 근무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 많은 편이죠. 근무하면서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지 내심 걱정했던 바와는 달리, 장애인 스태프들은 모두의 걱정을 불식시키듯 의욕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이혜림 과장 “편의점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기관이 비영리 사회복지법인이기에 경영 시스템이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컨설팅이 필요합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BGF리테일과 협력하여 초기 지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개소 후 집중 모니터링을 통해 영업 컨설팅, 운영 개선점 발굴 및 보완, 근로자 역량 강화 등 다방면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장애인 스태프와 고객 모두를 위하여

사실 CU부산글로벌테크점은 BGF리테일의 CU제주혼디누림터점, CU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점에 이은 세 번째 장애인 편의점입니다. 우선 장애인 편의점으로서 첫삽을 뜬 CU제주혼디누림터는 제주도 건물 1층에 위치한 편의점인데요. 베리어프리(Barrier-free) 인테리어를 처음 적용하는 등 장애인 스태프의 근무를 위해 많은 담당자들이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곳입니다. 전국 1호 장애인 편의점으로서 다양한 기관에서 벤치마킹차 탐방 오고 있기도 하죠.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청소년수련원 내에 위치한 CU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점은 제주에 힘입은 두 번째 장애인 편의점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와서 이곳을 이용하는데요. 미래 세대인 우리 청소년들이 장애인 근무자들의 근무 모습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한다는 인식을 키워 나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든 곳이랍니다.

 

BGF리테일 홍다혜 책임 “CU부산글로벌테크점은 이 두 편의점의 시설 설계 부분에 아이디어를 더해 장애인 근무 편의를 강화했고, 그간의 노하우와 기관의 협조로 개점이 좀 더 원활히 진행되었습니다. 장애인 스태프도, 고객도 쉽게 편의를 누릴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고민했답니다.”

 

 


 

 

그 말대로 장애인 편의점 모습은 여느 편의점과는 약간 다릅니다. 우선 세 곳 모두 휠체어가 상품 진열대를 사이를 지나다닐 수 있도록 통로 너비를 넉넉하게 안배하였고, 휠체어 고객들도 상품을 살필 수 있도록 집기의 높이도 1.2m(기존 1.6~1.8m)로 낮췄습니다. 또한 불편을 느낄 적에 언제든 근무자를 호출할 수 있도록 곳곳에 도움벨도 설치했습니다. 특히 CU부산글로벌테크점의 경우 실제 병원 소재 점포를 담당했던 BGF리테일 직원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는 후문입니다. 그 의견을 바탕으로 카운터 공간은 좀더 여유롭게 제작되어 휠체어가 보다 쉽게 들어갈 수 있게 됐고, 냉장고 문 또한 여닫이에서 미닫이로, 쓰레기통 편의성도 높이는 등 다양한 변화가 수반되었습니다. 진정 ‘편의로운 편의점’의 탄생이었죠.

 

한국장애인개발원 이혜림 과장 “소규모 편의점의 경우 출입문 턱과 좁은 내부 때문에 휠체어 등의 출입이 제한되어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설계 단계부터 접근성을 고려하여 ‘장애물 없는 편의점’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 결과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동반자 등 더 많은 분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돼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의로운 편의점’을 위해 맞잡은 수많은 손들

작고도 큰 이러한 변화에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숨어 있었습니다. BGF리테일 프로젝트개발팀은 제주, 평창, 부산을 넘나들며 장애인 편의점을 위한 입지 분석에 힘썼고, 시설기획팀과 점포시설팀에서는 장애인 스태프와 고객이 편안하게 점포를 운영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동선과 집기 등을 세심하게 고민했죠.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장애인 스태프들이 더 좋은 환경과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조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홍다혜 책임은 “’Be Good Friends’라는 비전에 따라 사명감을 가지고 정성을 기울여 주신 BGF리테일 임직원 분들, 그리고 한국장애인개발원 이혜림 과장님과 고귀염 부장님 외 많은 분들의 노고 덕에 CU가 지역 사회에서 공익을 실천할 수 있게 됐다”며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이혜림 과장 역시 “BGF리테일은 ESG활동에 진심이라고 여겼다”면서 “어려운 협조 요청에도 ‘안 된다’가 아닌 ‘해 보겠다’고 답하며 최선을 다해 노력해 주셨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화답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이혜림 과장 “BGF리테일 대표님과 권역장님부터 사회적 기여에 남다른 마인드를 가지고 계셨고, 함께 사업을 기획한 ESG팀은 물론 사업을 추진한 프로젝트개발팀, 그리고 지역의 권역지원팀, 개발팀, 영업팀 등 다양한 직군의 임직원들을 만나며 ‘Be Good Friends’ 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마땅히 일할 수 있도록

CU부산글로벌테크점은 지난 12월 17일 특별한 개소식도 치렀습니다. 장애인 스태프들은 “발달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 이렇게 매일 출근하는 일터가 있어 행복합니다”, “돈과 물품 등이 눈앞에서 거래되는 상황에 긴장과 책임이 앞서지만, 고객에게 친절히 대하며 물품을 진열하고 계산 업무도 정확하게 해 나가고 있습니다”라며 뿌듯한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직업훈련교사로 이들을 교육해온 매니저, 가족, 그리고 사업 관계자들까지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이었죠. 장애인 스태프의 가족은 “우리 딸이 CU에 출퇴근하며 즐거운 미래를 그리게 됐어요”라며 감사를 전했고요.

 

 


 

 

BGF리테일 홍다혜 책임 “편의점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편의를 경험하는 곳이죠. CU부산글로벌테크점에서는 그 즐거움과 편의를 그대로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일하는 기쁨’에 열정을 다하시는 스태프 분들이 계시니까요. 조금은 더딜 순 있어도 조금만 기다려 주신다면 보다 특별하고 행복한 쇼핑 경험을 얻어 가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집에서 나와 출근하는 길에는 설렘이, CU를 나와 퇴근하는 길에는 기쁨이, 월말 받아드는 통장에는 보람이 있습니다. 그 소박하고 평범한 삶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BGF리테일은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마땅히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갈 CU부산글로벌테크점! 그 찬란한 미래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인터뷰·이미지 제공. 홍다혜 책임(BGF리테일 ESG팀), 이혜림 과장(한국장애인개발원 직업재활팀)

. 성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