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에는 여타 CU와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는 평범한 점포. 그런데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얼핏 산타클로스가 보이는 듯합니다. 알록달록 산타 모자를 쓴 김미숙 점주님이 그 주인공이죠. “어서오세요!” 목소리도 활기차게 운영하는 이곳, CU평택합정중앙로점에 다녀왔습니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12월 초의 어느 날. CU평택합정중앙로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왠지 모를 훈김이 훅 끼치는 것 같습니다. 고개를 슥 둘러보니 점포 곳곳 크리스마스 장식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네요. 입구 오른편 벽에는 초록의 크리스마스 리스가, 과자 진열대 위 천장에는 영롱한 오너먼트가, 계산대 뒤편에는 작은 알전구가 연말 무드를 가득 머금고 고객들을 맞이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점포 내에 울려 퍼지는 캐롤을 듣노라니 괜히 하늘 위로 마음이 둥둥 뜨는 듯 기분이 좋아집니다. 문득 바깥을 내다보니 찬바람 속에서 패딩을 여민 사람들이 바삐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들도 잠시 여유를 내어 CU평택합정중앙로점에 들어온다면 크리스마스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텐데요. 설날은 설날답게, 연말은 연말답게. 점포를 때때로 장식하면서 올해를 시작하고 정리한다는 점주님, 어떤 고객을 맞이하든 ‘높은 솔’ 음계의 목소리로 반갑게 맞이하는 극E의 아이콘! CU평택합정중앙로점 김미숙 점주님을 만났습니다.
점포가 참 예뻐요. 매년 이렇게 꾸미시나요?
그럼요. 이게 손님들 보시라고 하는 것보다는 내가 좋으려고 해요. 하루 종일 점포에 있는데, 이렇게 꾸며 놓고 나도 산타 모자도 쓰고 하면 크리스마스가 이미 온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평택합정중앙로점을 오픈한 해부터 연말마다 해왔어요. 장식들도 해마다 재사용하니 돈도 별로 안 들어요. (웃음)
건물 위층엔 학원들이 위치해 있고 건물 옆은 병원, 또 앞은 아파트예요. 주변은 빌라 상권이고요. 가족이나 어린이 고객이 많을 것 같은데요. 이런 장식 보면 특히나 좋아하겠어요.
애들도 좋아하지만, 의외로 어른들이 좋아해요. 편의점은 오래 체류하는 공간이 아니고, 대부분 바삐 들러 필요한 걸 사가는 곳이니 장식이나 모자를 못 보고 급하게 계산만 하실 때도 있는데요. 단골 고객께는 짐짓 “여기 뭐 달라진 거 없어요?” 또는 “제 모자 어때요?” 하면서 묻기도 해요. 집에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지 못했는데, CU 와서 캐롤도 듣고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도 구경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며 한참 있다가 가시는 분도 있어요. 우리 점포가 크지 않아서 휴게 공간이 따로 없는데, 그냥 서서 캐롤도 듣고 저랑 수다도 떠시는 거죠.
기억에 남는 고객도 있으신가요?
점포 내부를 둘러보신 대부분의 고객들은 “어머, (장식을) 벌써 했네요!” 하면서 좋아하세요. 굳이 상품 안 사가셔도 괜찮아요. (웃음) 그냥 제 만족이죠. 저는 그냥 고객님들 오시는 게 좋아요. 그래서 웬만하면 고객 얼굴도 다 외우는데요. 재밌었던 게 팬데믹 때는 서로 마스크 쓴 얼굴만 익혔잖아요. 마스크 지침이 해제된 어느 날 어떤 남성 고객님이 오셔서 담배를 사 가시는데, 그 담배가 좀 특이한 종류거든요. 저희 점포에서는 딱 한 분만 사가시고요. 그래서 “어머, 이거 사가는 분 우리 점포에 하나 계시는데, 또 있네요.” 그랬더니 그 분이 “점주님, 저예요.” 하시는 거예요. (웃음) 마스크를 벗으니까 다른 얼굴 같아서 못 알아본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잠시 지켜보니 어떤 고객이 방문해도 점주님과 서로 아는 사이 같더라고요. 단골 고객이 많아 보여요.
그렇죠. 제가 이 자리에서만 6년 장사를 했는데, 오래 사시는 분들은 다 알아요. 요 앞에 사실 원래 타사 편의점이 있었어요. 근데 언제부턴가 그 편의점 근처 아파트 주민들도 우리 점포로 오시더라고요. 제가 달리 뭘 한 건 아닌데도 말이죠. 그냥 안부 종종 챙기고, 찾으시는 게 없으면 다음에 꼭 가져다 두고, 또 뭐 필요한 거 없는지 한번 더 물어보고… 그 정도예요. 조금 멀리 가면 대형 마트도 있긴 한데, 그래도 가는 게 일이니 보통은 집 앞에서 가볍게 장도 보고 싶잖아요. 그래서 돼지고기나 소고기도 과감하게 발주하고, 두부나 양파, 버섯 같은 야채도 발주해두고 그랬더니 팔리더라고요. 사실 저도 장을 여기서 보니까, 안 사가면 내가 가져가서 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발주해요. (웃음) CU에서 판매하는 육류 드셔 보셨어요? 소고기 진짜 괜찮아요. 소포장되어 나오는데 저도 자주 사요.
근처 타사 편의점이 폐점하면서, CU평택합정중앙로점도 상권최적화를 거쳐 리뉴얼했다고 들었어요.
네, 당시 타사 편의점도 장사를 오래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9월에 문을 닫았어요. 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객들 말로는 다소 불친절하고 상품이 다양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신상도 다양하게 발주하는 편이에요. 점포 안을 장식하는 것도 차별화 요소지만, 사실 상품들이야말로 우리 점포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난 주에 왔을 땐 이 자리에 다른 과자가 있었는데, 이번 주엔 새로운 과자가 있어. 그럼 매일 오는 고객도 여길 궁금해하지 않겠어요? ‘이 상권은 이런 게 안 팔려’, ‘우리 고객들은 이것만 사가’, 저는 이런 생각을 안 해요. 만약 유행하는 신상 디저트가 있다면 우리 점포에선 안 나갈 수도 있지만 일단 들여놔요. 제가 먼저 체험해보고 아직 안 접해본 고객들에게는 설명도 해드리죠. 그러면 궁금해서라도 새로운 상품을 사가세요. 제가 고객님들을 바꿔 놨어요. (웃음)
와, 홈쇼핑 쇼호스트 같아요. 원래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직장생활을 은행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결혼하고는 아파트 관리소에서 12년간 일했죠. 근데 50대쯤 되니까 다른 일도 하고 싶어서 사직을 했어요. 잠깐 쉬니까 다시 일이 하고 싶더라고요.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는데, 나이 때문인지 면접 오라고도 안 해요. 그렇게 오래 일을 잘 해왔는데도 말이죠. 그러다 이곳 CU에서 사람을 뽑길래 이력서도 안 넣고 무작정 찾아왔어요. 당시 점주님이 “아니, 어떻게 그냥 오셨어요?” 하더라고요. (웃음) 나이 때문에 또 서류에서 탈락할까봐 무턱대고 방문한 것도 있지만, 사실 앞으로 제가 일하게 될 곳을 살펴봐야 할 것 같아서 간 거거든요. 그때부터 CU 스태프로 일을 시작했죠.
그러니까 처음에는 이 점포의 스태프이셨군요?
네, 근데 당시 점주님이 점포를 정리하던 시기여서 상품을 잘 발주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고객들이 와서 찾는 상품이 없으니 뒤돌아 나가는 게 그렇게 아쉬웠어요. 제가 봤을 때는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과자나 장난감은 아이들 눈높이에 두고, 동선도 좀 바꾸면 좋을 것 같아서 이런 저런 제안을 했죠. 점주님은 “장사할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놔두라”고 했지만, 저는 이왕 하는 거 잘하고 싶어서 막 진열도 다시 하고 그랬어요. 평생 서비스직을 해왔으니까 고객 대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그러다 남편이 “그냥 당신이 해보지 그래?” 하기에 다음 점주로 바톤을 건네받았죠.
은행이나 아파트 관리소와는 또 다른 영역이었을 것 같은데, 어려운 점이 없으셨어요?
저는 재밌었어요. 고객이 오면 계산대 안에 그냥 있지 않았거든요. 뭐 찾으시면 가져다주고, 먼저 상품을 추천하기도 하고요. “이 마스크팩도 해보셨어요? 이거 진짜 좋아요. 하나 남았네.” 하면서. (웃음) 우리 CU 상품이 진짜 다양하잖아요. “이 마시는 비타민도 진짜 좋아요. 제가 마스크랑 비타민이랑 다 써보고 먹어 봤는데 효과를 봤거든요.” 친한 단골 고객님들 오시면 이렇게 추천도 하고 그러죠. 어린이 고객에게는 과자나 사탕도 챙겨주고, 간혹 유통기한 지난 상품 가운데 장난감이 들어있는 상품이 있잖아요. 그런 건 장난감만 빼서 아이들에게 선물로 줘요. 그럼 애들도 좋아하고, 손잡고 온 엄마도 기분 좋아하죠. (마침 고양이 사료를 구매하는 고객을 보고) 꽃님이 요새는 잘 먹어요? 이 사료 괜찮죠. 아팠던 건 어때요? 이거 남는 건데 하나 가져가세요.
내부 사무실에 기타가 보이더라고요. 점주님 것인가요?
아이고, 그걸 보셨구나. 줄이 하나 나가서 고치려고 갖다 놨는데 바빠서 못 고치고 있어요. 한번 보실래요? (유튜브 채널을 열어서 보여주며) 이게 제 꿈이었어요.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버스킹도 하고, 봉사도 하고. ‘내가 한 번 태어났으면 하고 싶은 것 좀 하고 살아야겠다’ 생각해서 기타 들고 노래 부르러 다니기 시작했어요. 받은 기부금은 차곡차곡 모아서 노인복지회나 시청에 기부도 하고 그랬죠. 이제 연말이니 또 구세군 모금함이 등장할 때잖아요. 사는 게 팍팍하지만 다들 서로 도우며 살았으면 해요.
지금은 안 하세요?
CU를 운영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체력 문제로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점포 시작하고 초반에는 주말에 노래하러 나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잠시 쉬고 있어요. 나중에라도 꼭 다시 하고 싶은데, 이제 내년이 코앞이니 계획을 새로 세워볼까 봐요.
점주님의 이번 연말과 연초가 궁금해져요.
원래 연말마다 반려견 동반 가능 숙소를 잡아 가족 여행을 갔거든요. 그런데 이번달 초에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당분간은 추모하는 마음으로 지낼 것 같아요. 뮤지컬도 보고 싶고, 나훈아 공연도 가고… 여러 계획이 있었지만 잠시 미뤄두려 해요. 마침 올해는 우리 점포가 상권최적화를 통해 새롭게 단장했으니, 지금은 매출 증진과 고객 응대에 최선을 다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직 CU에만 매진하는 연말이 되겠네요.
연초에는 미국 라스베가스에 여행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디즈니랜드 등 놀거리와 볼거리 많은 곳이지만 제 관심사는 역시 편의점이죠. (웃음) 여행도 하고 편의점 답사도 하면서 어떻게 운영하는지, 어떤 아이템으로 우리 점포를 홍보하면 좋을지 참고를 해보려고요.
연말 인사 한 마디 부탁드려요.
벌써 올해가 보름도 남지 않았네요. 크리스마스는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고요. 사실 특별히 기분 내지 않으면 그냥 휴일로만 지나가는 게 또 크리스마스인 것 같아요. 우리 CU평택합정중앙로점에서라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만끽하시면서 행복을 듬뿍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모두 메리 CU-MAS!
인터뷰. 김미숙 점주님(CU평택합정중앙로점)
글. 김송희
편집. 성지선
사진.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