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있어 보자, 제가 편의점을 시작한 게...” 햇수를 손으로 꼽아보던 점주님의 손가락이 계속해서 새로 접힙니다. “18년? 19년? 그쯤 된 것 같네요. 기억이 잘 안 나요. 오래 됐네요.” 살짝 띄우는 미소 속 여유로운 노하우를 그녀는 아낌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CU에 꼭 필요한 멘토점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벌써 18년, 초보에서 베테랑까지
김화경 점주님은 벌써 편의점을 시작한 지도 20년을 향해가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입니다. 하지만 20대 시절에는 다른 일을 했었다고 하죠.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포워딩 업체에서 근무하던 직장인 시절을 떠올리는 점주님의 눈빛이 왠지 모르게 아련해집니다. 젊은 패기로 직장을 나와 학습지 교사로서 지역 1등을 거머쥐며 금배지까지 달았던 적도 있다고요. 도전에 목이 말랐던 그때, 다시 회사를 박차고 나와 학원강사로 일했습니다. 이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육아 도중에도 그녀의 가슴 속에는 뜨거운 도전정신이 가만히 숨어 있었습니다. 그때 편의점을 운영하던 친언니가 한 마디를 건넸죠. “편의점 한 번 운영해 볼래?”
그 말이 시작이었습니다. 잠자던 열정에 기다렸다는 듯 불이 붙었고, 그렇게 김화경 점주님은 편의점 점주로 완벽한 변신을 할 수 있었죠. “그때는 CU가 ‘패밀리마트’였어요. 어느덧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이렇게 오래 할 줄은 저도 몰랐는데…” 아이 키우랴, 집안일 하랴, 편의점 적응하랴 바빴던 그때에는 잠을 하루 두어 시간밖에 자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언젠가 편의점에 익숙해지면, 우왕좌왕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꼭 먼저 손 내밀겠노라, 그때의 그녀는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도전, 멘토 점포!
“멘토점은 점포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신규 점주님들을 도와드리는 점포예요. 우선 점포교육팀이 점포운영력을 점검하고, 이후 현장 인터뷰를 거쳐 최종 멘토점으로 선정되죠. 그 모든 과정이 참 떨리더라고요. 합격했을 때에는 내가 뭐라도 된 것 같고 (웃음) 참 기분이 좋았어요.”
그녀의 말대로 멘토 점주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BGF리테일 점포교육팀에서는 심사를 통해 점포 운영력이 우수한 점주님들을 멘토점으로 선정하는데요. 이렇게 선정한 멘토점은 도움이 필요한 멘티점과 소통하고, 상호간 점포를 방문하면서 운영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물론 개선점도 함께 해결해 나가고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김화경 점주님 또한 못내 자랑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시지만, 그래도 칭찬에는 손사래를 칩니다.
“점주님들은 다 비슷할 거예요. 이게 우리는 생업이니까 평소에 ‘누구한테 인정을 꼭 받아야지’, ‘내가 뭘 달성해야지’ 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그런데 멘토가 되고 나니까 내가 오랫동안 성실히 해온 걸 누구한테 인정 받았구나 싶었어요."
실무자의 A-Z, 멘토 점주 손안에
신규 점주님들은 가맹입문교육의 마지막날 멘토 점주들에게 교육을 받습니다. 이 시간은 현업 일선에서 직접 전하는 베테랑의 교육인 만큼 높은 호응도를 자랑하죠. 같은 점주 입장에서 건네는 조언이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멘토 점주님은 멘토점 방문 교육과 1:1 멘토링 교육, 두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신규 점주님을 만납니다. ‘멘토점 방문 교육’은 신규 점주님들이 가맹입문교육 시 배운 내용을 멘토점에서 복습하며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고, ‘1:1 멘토링 교육’은 멘토 점주님과 신규 점주님이 서로 점포를 방문해 멘티점에게 필요한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죠.
“1:1 멘토링 교육에서는 서로의 점포를 한 번씩 방문하며 교육을 진행합니다. 저는 주로 먼저 멘티점에 가는 편인데, 점포를 둘러보고 나서도 절대 지적은 하지 않습니다. 점주님마다 운영 방식이 다르니까요. 제가 더 경험이 있다고 해서 제 방식을 강요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 운영하든, 18년 운영했든 간에 자신의 생각과 방식이 우선적인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화경 점주님의 말에서 존중이라는 키워드를 읽습니다. 신규 점포를 ‘내 입맛대로 바꾸는’ 게 아니라, ‘더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특히 발주할 때 본사 이벤트를 눈여겨보라고 말씀 드려요. 예를 들어 이번 주에 핫바 이벤트가 있다고 하면 발주를 넉넉히 하셔도 된다고 조언 드리고요. 또 CU에 득템 시리즈가 있잖아요. 이 시리즈는 패키지가 보라색으로 통일돼 있어서 모아 진열하면 고객 시선을 끌 수 있어요. 주로 이렇게 실질적인 운영 팁을 알려드리죠.”
편의점 운영의 핵심은 재미죠
풍성한 이벤트 덕에 점포 교육할 맛도, 고객 맞이하는 재미도 난다는 김화경 점주님은 운영 20주년을 2년 남짓 남긴 지금도 매일 새롭습니다. 그리고 이 재미를 신규 점주님들도 꼭 느끼셨으면 한다고 덧붙입니다.
“이상하게 저는 처음 편의점을 오픈할 때부터 고객이 어렵지 않았어요. 다 무언가 필요해서 여길 찾는 분들이잖아요. 먼저 다가가서 ‘찾으시는 물건이 있느냐’고 묻는 게 뭐 힘든 일이겠어요.”
오래 운영한 만큼 고객에 대한 애정도 남다릅니다. 얼마 전 옆집에 만두 가게가 생긴 이후로는 고객들이 종종 만두를 포장해오기도 한답니다. 인터뷰하는 자리에 놓여 있는 자양강장제도 고객이 쥐어준 것이라고요. 장애를 가진 학생 고객이 건넨 요구르트는 밀려오는 감동에 개봉하기도 아쉬웠다고 합니다.
“벌써 만두 도시락을 세 번이나 받았어요. (웃음) 오래 일하다 보니 애들 커가는 것도 다 보이고요. 초등학생 때 봤던 애가 지금은 고등학생인데, 그런 걸 보면 마치 같이 키우는 것 같아요. (물건을 둘러보는 고객을 보고) 그 초코바 찾으시는구나. 그거 오늘은 다 나갔는데, 제가 다음에 꼭 갖다 놓을게요.”
잠깐 동안에도 고객들의 마음을 단번에 맞추는 점주님은 마치 ‘관심법’이라도 쓰는 듯합니다. “여기 위 탁구장 아저씨가 항상 이 시간에 사가는 음료수가 있다던데 뭐예요?” 수수께끼 같은 고객의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죠. “그 낚시모자 쓴 분이요? 항상 이것만 사가셔요.” 음료를 척척 꺼내는 모습에서 진정한 베테랑의 모습이 묻어납니다. 어쩌면 김화경 점주님은 신규 점주님들에게 바로 이 풍경을 전수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련하고, 여유롭고, 그러나 상냥하고 겸손한, 베테랑다운 태도를 말이지요.
지치지 않고 즐겁게 살기 위하여
작년 4월 리뉴얼을 마치고 나서 점포가 환해지니 고객들 보기에도 좋고, 출근길조차 신바람이 난다는 김화경 점주님. “이런 말 하면 다 안 믿는데, 저는 출근할 때마다 놀이터 놀러가는 어린애 같은 마음이다”라고 웃는 그녀에게서 진한 진심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말은 멘토 점주로서 반드시 전하는 그녀의 철칙과도 닿아 있습니다.
“제가 교육을 진행하면서 꼭 드리는 말씀이 있어요. ‘지치지 않게 일하셔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편의점의 주인으로서 매일같이 이 공간을 운영하고 관리하잖아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될 수 있는데, 아예 지쳐 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발주도, 접객도, 청소도 무엇 하나 성심껏 하기 어렵죠.”
그래서 김화경 점주님은 ‘자신만의 지치지 않는 법’, ‘스트레스 해소법’을 꼭 찾아두라고 조언합니다.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의욕이 앞서서 능력 이상으로 체력을 ‘불태워’ 버리면 롱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그녀 역시 훌륭한 취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전 퇴근한 뒤에는 배드민턴을 치면서 스트레스를 날려 버려요. 그러면 다음날 CU를 향할 에너지가 충전되죠.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신규 점주님들도 자신만의 방법을 하나씩 꼭 마련해 두셨으면 좋겠어요.”
남은 인생을 계속 CU와 함께하고 싶다는 김화경 점주님. 지치지 않게, 즐겁고 명랑하게 일해온 사람의 미소에서는 반질반질한 윤이 납니다. 누군가의 멘토이자 자기 삶의 즐거운 운영자이기도 한 김화경 점주님의 매일을 응원합니다!
● 멘토점이란?
운영 우수 점포로서, 멘토점은 도움이 필요한 멘티점과 소통과 상호 점포방문을 통해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개선점은 함께 해결해 나가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 멘토점 교육 프로그램은?
▷ 멘토점 방문 교육 : 가맹입문교육시 배운 내용을 멘토점에서 복습하고 현장을 체험하는 프로그램
▷ 1:1멘토링 교육 : 멘토점과 멘티점이 상호 점포를 방문하여 멘티점에게 필요한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 멘토점이 되고 싶다면?
[SC추천 → 점포교육팀 심사]를 통해 선정됩니다.
인터뷰. 김화경 점주님(CU시흥행운점)
글. 김송희
편집. 성지선
사진.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