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급식의 대가’ 이미영 조리사 인터뷰

매거진 2024.11.07

 

지난가을, 우리나라는 온통 요리 경연 프로그램 이야기로 들끓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셰프들과,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어도 맛은 정평이 난 셰프들이 한데 모여 사상 초유의 경연을 펼쳤는데요. 미슐랭 2스타, 유학파, 방송출연파 등 눈부신 경력을 갖춘 이들 속에서 단 한 줄의 경험으로만 승부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급식 조리사 15년차’, 경남 양산의 한 조리사가 보여준 급식의 저력! 그 2막이 CU에서 열립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반쯤 먹었더군요. 아직 심사해야 할 참가자가 수십 명 남았는데 말이죠. 사실 아직도 그 음식이 또 먹고 싶습니다.” ‘익힘 정도’까지 따지는 안성재 셰프가 이미영 조리사의 음식을 재평하며 남긴 말입니다. ‘까다로운 어린이들의 입맛’ 뿐만 아니라, ‘미슐랭 3스타’ 안성재 셰프는 물론 자타공인 외식업계의 큰손 백종원 대표까지 엄지를 치켜든 이미영 조리사. 그녀가 내놓은 급식 한 판은 1라운드부터 화제를 끌어 모으기에 충분했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에 큰 안경을 쓰고, 긴장한 와중에도 서글서글한 미소를 어렵지 않게 띄우는 ‘성공한 여자’ 그녀를 BGF LIVE가 만났습니다.

 


 

 

 

 

프로그램이 성황리에 마무리된 지도 한 달가량이 지났어요. 요새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이미영 조리사    아휴, 내 생에 이토록 바쁜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또 미팅도 해야 하고.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 주시니까 저도 신기해요. 남편은 부담스러운지 “꼭 마스크 쓰고 나가라” 그러죠. (웃음)

 

 

프로그램 전후로 일상이 확 바뀌었군요. 아드님(강나루 씨)도 어머님이 자랑스러우시겠어요.

강나루             정말 바쁘기는 해요. (웃음) 지금 생각하면 SNS에서 모집 공고를 접한 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보자마자 ‘이거 엄마 나가시면 좋겠는데’ 싶었으니까요.

이미영 조리사    진짜로 안 나가려고 했어요. 사흘 동안 방문 걸어 잠그고 거부 의사까지 비췄는걸요. 하지만 큰아들이 포기하지 않더라고요. 나중에는 남편도, 작은아들도 설득에 나섰죠. 그때서야 한 번 나가볼까 생각하게 됐어요.

강나루             일단 어머니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계셨기에 이런 경험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머니처럼 특이한 경력을 가진 분도 없을 것 같았고요. 하지만 제가 어머니 요리 솜씨에 확신이 없었다면 그렇게 설득하지 않았을 거예요. ‘급식의 대가’다운 맛을 알고 있었기에 강력히 추천했습니다.

 

 

 질문에 답하는 이미영 조리사(왼쪽)와, 그를 물심양면 지원하는 큰아들 강나루 씨(오른쪽)

 

 

 

 

아드님이 어머니의 일에 대해서 애착이 크신 것 같아요. 유튜브에 퇴직 기념 영상도 올리셨죠.

강나루             아무래도 제가 프리랜서 영상감독을 하고 있다 보니까, 어머니 퇴직하실 때 영상을 하나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사실 구독자 수를 늘리거나 조회수를 높이고자 제작한 영상은 아니고요. 오랫동안 열정을 다하신 일이니까, 두고두고 간직할 기념물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보시라 권했던 이유와 일맥상통합니다. (웃음)

 

 

출연 당시 닉네임도 아드님이 지으셨다고요.

강나루             그냥 딱 떠올랐어요. (웃음) 어머니의 경력을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또 자신감까지 느껴지는 네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머니도 ‘너무 잘 지었다’며 마음에 들어하셨고요. 조리사는 사실 요리사라는 직군 중에서도 가장 무명에 가까운 직군이 아닐까 싶어요. 레스토랑을 운영하시는 분들에 비해 이름이 알려지기도 어렵고요. 이렇게 학교에서, 기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도 충분히 훌륭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원래 요리에 관심이 있으셨어요? 취미로 즐기셨는지 궁금한데요.

이미영 조리사    저는 조리사를 하기 전엔 평범한 주부였어요. 아들 둘 키우는. 사실 요리를 즐겨 하는 편도 아니었고, 심지어 결혼하기 전에는 요리를 전혀 할 줄 몰랐어요. 결혼하고 남편한테 해주려고, 또 아이들 먹이려고 시작한 거죠. 그때는 유튜브도 없으니 요리책 들춰보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어요. (웃음) 저는 저를 위해서 요리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늘 누구 먹이려고 했으니까요.

 


 

“저는 저를 위해서 요리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늘 누구 먹이려고 했으니까요.”

 

 

 

 

경남 양산 하북초등학교에서 15년 동안 근무하셨죠. 조리사의 길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미영 조리사    어느 날 비가 세차게 내리기에 우산을 갖다 주러 작은아들 학교로 향하게 됐어요. 거기서 만난 지인이 ‘급식소에 한번 들어와보지 않겠냐’ 제안해서 처음 조리사를 하게 됐죠. 정작 제가 조리사로 근무한 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다닌 곳이 아니었지만(웃음) 그래도 우리 애들처럼 귀엽고 예쁘게 보이더라고요.

 

 

하북초 아이들 자랑 좀 해주세요.

이미영 조리사    요리는 누구에게 해줄 때 그 의미가 커진다고 생각해요. 나를 위한 요리조차 사랑이 담기지 않으면 맛있게 하기가 힘들죠. 조리사로 재직할 때도 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우리 하북초 아이들이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매일 하더라고요. 일상적으로 하기 쉽지 않은 말인데. 배식 받으러 와서는 “선생님, 사랑합니다” 항상 이야기하곤 했어요. 그러면 저도 “그래, 사랑해” 대답해주고. 교직원까지 120명 남짓의 작은 학교라 이름 외우기가 어렵지는 않아서, 얼굴 익은 아이마다 이름 불러주며 “○○아, 맛있게 먹어” 그랬죠.

 

 

아이들에 대한 사랑의 결정체가 조리사님께는 급식이었군요. ‘급식 공부’도 하셨을 것 같은데요.

이미영 조리사   애들이 기특하니까 뭘 좋아하나 연구도 하고. 학생 수가 많지 않으니 집밥처럼 해주면 맛있게 먹겠다 싶어서 조리법도 바꿔보고 그랬죠. 예를 들면 보통 조림류는 양념장을 발라서 오븐에 넣어 굽는데요. 저는 그냥 가스레인지 불 위에서, 코팅냄비에 조리했어요. 좀 번거롭긴 해도 국물 끼얹어가며 졸이면 양념이 골고루 배어 더 맛있거든요. 초등학교 아이들은 냉정해요. (웃음) 맛이 없으면 음식을 그대로 남겨요. 식사 후에는 꼭 잔반통을 확인하고 ‘애들이 뭘 싫어하나’ 확인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초등학교 아이들은 냉정해요. 맛이 없으면 음식을 그대로 남기죠.”

 

 

 

 

10대 학생들 가까이에 계신 분이세요. 학생들이 편의점을 좋아하는 것도 알고 계셨어요?

이미영 조리사    그렇다고 하데요. (웃음) 도시락, 삼각김밥처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많고. 부끄럽지만 이전까지는 편의점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 BGF리테일에서 협업 제안이 오면서 편의점을 다시 보게 됐어요.

 


말씀하신 대로 BGF리테일과 앞으로 다양한 협업을 펼쳐나가실 계획이죠. 프로그램이 방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아 BGF리테일 이동훈 책임님이 조리사님께 연락 드리셨다고요.

이동훈 책임      학생과 CU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죠. 학생과 급식 또한 너무나 긴밀한 키워드고요. 그러니 편의점업 현직자로서 ‘급식’이 들어간 닉네임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눈여겨보던 차에 안성재 셰프님이 조리사님의 음식에 푹 빠지시는 걸 보고 ‘도대체 무슨 맛일까?’ 너무 궁금했습니다. 어린 시절 급식도 생각나면서, 편식하기 쉬운 어린이들의 입맛을 어떻게 맞추셨을지 알고 싶었지요.

 

 

 이번 콜라보레이션을 성사시킨 BGF리테일 전략MD팀 이동훈 책임(왼쪽)과 급식의 대가 이미영 조리사(오른쪽)

 

 

  

우리나라에 최대 점포수를 갖추고 있는 기업인 만큼 협업 결심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이미영 조리사    고민은 조금 했는데 (웃음) 이동훈 책임님이 바로 양산까지 내려오셔서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셨어요. ‘이 기업은 진심이구나’ 하는 진정성을 느껴서 함께하자 마음먹었죠. 편의점3사 가운데 CU가 간판도 예쁘고 내부도 늘 깨끗해서 호감을 갖고 있기도 했고요.

이동훈 책임      콜라보레이션을 처음 진행할 때는 항상 긴장이 돼요. ‘어떤 말씀부터 드려야 하나’ ‘어떻게 제안을 드려야 할까’ 고민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이미영 조리사님과 아드님을 뵙는데 ‘아, 참 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마치 원래 친분이 있던 사람을 만난 듯 반갑고. 이렇게 편안하고 상냥한 조리사님의 이미지를 CU의 상품을 통해 널리 알려드리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요즘 편의점 간편식이 상향 표준화되면서 학생들이 식사 대용으로 찾기도 하는데요. 조리사님께서도 편의점 푸드를 접해보셨는지 궁금해요.

이미영 조리사    사실 저는 편의점 도시락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어요. 이번에 CU와 함께하게 되면서 집앞의 모든 편의점을 순회하며 도시락을 시식해봤습니다. 시식하고 나니 제가 만약 도시락을 만든다면 학생들에게 만들었던 음식처럼 좀 더 건강하고 맛있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조리사님의 강점이 유감없이 드러날 CU의 상품이 있을까요?

이동훈 책임      협업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상품을 떠올려보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특정 상품군을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도 그럴 것이 MD 분들이 제안하시는 상품 모두가 조리사님과 찰떡으로 어울렸거든요. (웃음) 조리사님과 상의하며 상품군을 점차 좁히고, 레시피를 수정하는 등의 철저한 검토를 거칠 예정입니다. 어떤 상품을 기획해도 조리사님의 식견이 가득 담길 테니, 기대 그 이상의 상품을 경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도시락을 만든다면 좀더 건강하고 맛있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은퇴한 이후에는 배우자와 조용히 국내 여행을 다니며 여유를 즐기려 했다는 이미영 조리사. 하지만 그의 재능과 노력은 기어이 새로운 가능성을 틔워냈습니다. ‘언젠가 분주한 일상이 잦아들면 그때는 나만의 식당을 차리고 싶다’며 웃음 짓는 그녀에게서 익숙한 얼굴을 봅니다. 어린 날 어느 때, 급식실 유리벽 너머 뽀얀 김 속에서 만났던 그 미소를 말이지요. 우리를 먹여 살린 맛, 하지만 지금은 예약할 수 없는 그 맛이 곧 CU에 찾아올 테니 기대해 주세요. 대가의 솜씨는 이제 시작입니다!

 

 

 

 

인터뷰. 이미영(조리사)/강나루(아들·영상감독)/이동훈 책임(BGF리테일 전략MD팀)

글. 성지선

사진.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