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DIARY] BGF리테일의 유일무이 DJ, 강성호 책임

매거진 2024.10.08

 

출근할 때, 점심 시간에, 그리고 또 퇴근할 때. BGF리테일 본사에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신기하게도 한 달마다 선곡도 바뀌죠. 이 노래, 누가 트는 걸까요? 스피커 속 숨겨진 비밀스런 DJ, 강성호 책임을 만나봤습니다.

 


 

 

출퇴근길 음악의 출처?!

상상해 보세요. 출퇴근 시간에 우연히,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면요?  차에서 나만의 콘서트를 열거나, 혼자서 이어폰으로 감상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또 반갑습니다. ‘이 노래가 다 나오네’ 미소가 흘러나오는 순간 그날 하루의 기분도 ‘업’ 되곤 하죠. BGF리테일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이처럼 작고 소중한 기쁨이 숨어 있습니다. 아침 8시 40분부터 9시 정각까지 20분간, 그리고 퇴근 무렵 3분 동안 선릉 사옥에 울려 퍼지는 노래는 BGF리테일의 하루를 열고 또 닫는 역할을 한답니다. 그리고 그 배후(?)에 바로 저 총무팀 강성호 책임이 있죠.

 

저는 본래 강원도 강릉에서 SC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7월에야 본사 총무팀으로 발령이 났고요. 7년간 SC로 일했던 게 마치 아주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질 만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지금은 법인차량과 행사, 방송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방송 업무에 바로 출퇴근 시간의 음악 선곡이 포함되어 있어요. 재미 있으면서도 살짝 부담도 되고, 또 자칫 실수라도 할까봐 조금 신경도 쓰이곤 합니다. 나름 BGF리테일의 ‘DJ’가 된 거니까요. (웃음) 친구들에게 “나 회사에서 DJ를 하게 됐어” 하니 다들 “아니, 너처럼 유행곡도 모르는 애가?”라면서 놀라더라고요. 사내연애를 통해 지금은 가족이 된 저희 아내조차도 “당신처럼 아이돌도 모르는 사람이 괜찮겠어?”라고 했으니 말 다했죠. 하지만 제가 음악을 선곡하게 된 건 애초에 다른 사람보다 음악에 해박하거나, 최신 유행에 민감해서는 아니었던 걸요.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방송 업무 중 하나였답니다.

 

 

 

 

 

 

 

조금 남다른(?) BGF리테일의 DJ

DJ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금 부끄럽긴 합니다만, 음악과 친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한참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취직 전에는 음악도 좋아하고 최신곡도 찾아 듣는 평범한 리스너였는데요.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사회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업무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음악과 많이 멀어져 있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요즘 어떤 아이돌이 인기인지, 유행하는 음악 스타일은 무엇인지, 심지어 유튜브나 SNS에서 어떤 밈이 통하는지도 잘 모르고 살게 됐어요.

BGF리테일에는 임직원 누구나 익명으로 문의를 올릴 수 있는 ‘톡톡게시판’이라는 사내 게시판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신청곡을 올려 주시곤 해요. 최근에는 80년대 일본 아이돌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틀어 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저로서는 좀 의아한 거예요. 아내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그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걸그룹 뉴진스의 ‘하니’가 팬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됐다고요. 들어보니 저도 참 좋더라고요. 시원한 보컬이 계절에도 어울리고, 레트로 감성에 흠뻑 젖어들 수도 있었어요. 이처럼 보통 DJ들과는 달리 제가 좋은 곡을 먼저 틀어드리기보다는 임직원분들 덕에 좋은 음악을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게 BGF리테일 DJ로서 얻을 수 있는 혜택 아닐까 싶어요. (웃음)

이와 비슷한 경로로 알게 된 뮤지션이 바로 ‘데이식스(DAY6)’입니다. 올여름 유독 데이식스의 음악이 신청곡으로 많이 올라왔어요. 톡톡게시판은 전부 공개되어 있어서, 신청곡이 하나 등장하면 회사의 모든 분들이 확인할 수 있기에 같은 뮤지션의 노래를 신청하는 경우는 잘 없거든요. 그런데 데이식스의 음악은 거의 종류별로 신청하셨던 것 같아요. 대중에게 유명한 <예뻤어>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물론이고, <Welcome to the Show>, <놓아 놓아 놓아> 등 ‘명곡대잔치’가 열려 저까지 찾아 듣게 되었답니다. 사실 전에는 데이식스라는 그룹을 잘 몰랐어요. 그런데 듣다 보니 왜 그렇게들 그 밴드의 노래를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출퇴근할 때 들으면 특히 힘이 나고 기분이 전환돼요.

 

 


 

 

 

 

계절과 취향이 담뿍 녹아 있는 플레이리스트 

20분이 꽤 길어요. 대여섯곡 정도 틀 수 있죠. 말씀드렸듯이 BGF리테일 본사에서는 8시 40분부터 근무가 시작되는 9시까지 음악을 트는데요. 주로 신청하신 곡들로 선곡표를 만듭니다. 신청해주신 곡들을 정리해보면 달마다 대략 50곡 정도의 리스트가 완성돼요. 여기에 제가 추천하고 싶은 곡도 한두 곡씩 끼워 넣고, 계절에 맞는 곡을 추려서 한 달 동안 들을 수 있도록 세팅해 둡니다.

유독 길고 더웠던 올여름에는 대부분 아이돌 댄스곡을 많이 신청해 주셨어요. 지긋지긋한 더위가 지나가고 서늘한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기다렸다는 듯 느린 템포의 가을 발라드를 신청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났답니다. 지난 9월의 BGF리테일 플레이리스트만 참고해도 가을을 흠뻑 느낄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명곡 중의 명곡,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도 있고, 권진아의 <위로>와 <운이 좋았지>, 아이유의 <가을 아침>, 잔나비의 <가을밤에 든 생각>……. 그 외에 윤마치의 <항복>,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엔믹스의 <별별별> 등 언제 들어도 좋은 곡들 역시 섞여 있었는데요. 임직원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만든 이 34곡의 플레이리스트는 개인적으로 회사 밖에서도 듣고 있습니다. (웃음) 혼자 감성에 취해 ‘아, 좋은 노래들이 참 많구나’ 느끼기도 했고요.

 

 

 

 

함께 들을 때 더 좋은 노래! 시크릿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한다.

(좌) 10월에 울려퍼질 BGF리테일의 출근송 리스트, (우) DJ를 담당하면서 자주 받았던 신청곡들 TOP 10.

 

 

 

음악으로 전하고 받는 마음

신청곡 외에 제가 동료들과 함께 듣고 싶어서 틀어드리는 ‘금요일의 곡’도 있습니다. 8월에는 태연의 <위켄드>를 금요일 퇴근송으로 올려 두었는데요. 고단한 한 주를 열심히 살았던 우리 BGF동료들의 주말이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선곡했어요. “나를 재촉하던 모닝콜 없이 일어나 Cheese cake 한 입 / 유리컵 한가득 내린 커피 한 잔 / 아이스로 할래 아주 여유롭게 / 문득 시곌 보니 벌써 시간은 열두 시 / 그래도 아주 느긋해 / 그리곤 하품 한 번 / 한껏 기지개도 켜고 생각해 오늘 뭐 할까” 금요일 저녁과 너무 잘 어울리는 곡 아닌가요? (웃음)

사실 DJ를 맡고 지난 두 달 동안은 적응하랴, 장비 공부하랴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정작 음악에 대해서는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없었어요. 방송 장비를 처음 다뤄 보기도 했고요. 그래도 이제 조금은 여유가 생겨 어떤 곡을 들려 드리면 출근 시간에 더 기운이 날까, 또 어떤 노래를 틀어야 여러분들이 고단한 하루를 잘 마무리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라디오처럼 직접 멘트를 하거나 길게 운영하긴 어렵지만, 달마다 열심히 올려 주시는 신청곡을 빠짐없이 읽어보면서 저도 이 업무를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함께 들어요

중학생 시절, 야자 시간에 MP3로 라디오 듣는 게 유일한 낙이었어요. 특히 옥주현 DJ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매일 들었는데, 친구들과 열심히 신청곡도 보냈던 게 생각나요. 그녀처럼 편지를 읽어드리거나 선물을 보내드리는 DJ는 아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함께 들을 노래를 고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참 특별합니다. 누군가는 “이 노래 뭐야?” 옆사람한테 묻기도 할 테고, 또 누군가는 속으로 ‘어, 나 이 노래 좋아하는데’ 생각하기도 하겠지요.

이번 9월 말과 10월 초는 사실 DJ로서 조금 힘든 기간이기도 했어요. 긴 연휴가 낀 데다 방송 장비가 고장 나는 바람에 잠시 음악을 틀지 못했거든요. 연휴 기간도 긴 만큼 임직원분들이 그리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의외로 ‘왜 음악이 나오지 않느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왔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출퇴근 때 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계시단 걸 실감했어요. 여러분의 일상이, 또 순간이 보다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 채워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DJ는 ‘열일’하겠습니다. 듣고 싶은 곡이 있다면 바로 톡톡게시판으로 신청해주세요. 좋은 노래 같이 들어요!

 

 

 

 

 

인터뷰. 강성호 책임(BGF리테일 총무팀)

글. 김송희

편집. 성지선

사진.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