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DIARY] BGF리테일의 삐약이, 이하림 주임의 탁구예찬

매거진 2024.09.30

 

퇴근 후, 심지어 회식 후에도 제가 절대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일을 마치곤 신나게 뛰어가는 저를 보고 동료들은 “집에 꿀단지라도 숨겨 놨냐”고 하는데요. 꿀단지보다 더 좋은 것이 저에게는 ‘핑퐁’! 다름아닌 탁구입니다. 장차 탁구천재 삐약이를 꿈꾸는 제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안산의 한 탁구장, 경기서지역부 경기서영업8팀 이하림 주임을 만난 순간 ‘앗, 삐약이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특유의 활기차고 사랑스러운 느낌에 언뜻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선수가 연상됐는데요. 이날 함께 탁구를 치기로 한 이하림 주임의 친구 김성은 씨와 강신우 주임 역시 슬며시 “하림이 별명이 삐약이”라고 귀띔합니다. 장난스레 “신유빈 선수가 생각나요!” 말을 건넸더니, 손사래를 치면서도 “에이, 그런 기분 좋은 소리는 더 크게 해주세요”라며 하하 웃습니다.

주 5회 이상 만나서 탁구를 친다는 탁구 메이트들과 함께 탁구대 앞에 선 신유빈, 아니 이하림 주임은 처음에는 ‘사진이 예쁘게 찍혀야 한다’며 다소곳이 탁구채를 잡더니 몇 번 리턴 실수가 나자 눈앞의 카메라는 잊어버린 채 이내 힘차게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에게 ‘탁친자’(탁구에 미친 자)라고 불린다는 사람답게 승부욕에 불타는 이하림 주임, 그녀의 지독한 탁구 사랑을 여기 풀어봅니다.

 

 


 

 

올림픽 이전에도 이후에도, 언제나 탁구

제 가방에는 얼마 전 큰맘 먹고 구입한 무려 30만 원짜리의 탁구채와 탁구공 세트가 늘 자리하고 있습니다. 탁구에 살고 탁구에 죽는, 탁생탁사의 장본인이라면 기본으로 탑재해야 할 필수품이죠. 지난 올림픽에서 신유빈 선수가 화제를 모은 뒤로는 이 탁구채가 더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그러고 보니 올림픽이 끝난 지도 벌써 한달이 지났네요. 시간이 무슨 국가대표 탁구공 속도보다 빠른 것 같습니다. 나름 탁구에 미친 공식 탁구인인지라 지난 올림픽도 목 빠져라 기다렸는데요. 안타깝게도 올림픽 기간이 휴가와 정확히 겹쳐 미리 예약해 두었던 강원도로 여름휴가를 가는 바람에 모든 경기를 챙겨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탁구 경기만큼은 본방사수했어요! (웃음) 친구들이 기분 내자며 바다로 나갈 때에도 “나 탁구 봐야 한다”며 바다를 등지고 숙소에서 혼자 TV를 볼 정도였는데요. 특히 ‘신유빈, 임종훈 선수의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환상적인 복식 조합과 국대 선수들의 ‘어나더 레벨’ 능력치에 푹 빠져 정신없이 경기에 몰두했죠. 혹시 이번 동메달이 무려 12년만의 대한민국 올림픽 탁구 메달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탁구인으로서 마치 제가 메달을 딴 것처럼 가슴이 벅차오르더라고요.

 

같이 할 때 더 즐거운 탁구생활

저는 고등학교 체육 시간에 탁구를 처음 접했어요. 수업 과목이었는데, 그때 기본 경기 룰이나 서브, 공격 방법을 배웠죠. 당시도 탁구가 재미있어서 체육 시간이 기다려졌는데, 성인이 되면서 현생이 바빠져 잠시 잊고 살았죠. 그러다 올해 초 친구와 놀다 우연히 탁구장을 보고 ‘오랜만에 탁구나 칠까?’ 싶어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렇게 다시 탁구를 치다가 다시 재미를 붙였고, 이렇게 취미 생활까지 이어졌죠.

저는 따로 동호회 활동은 하지 않고 팀 선배님 그리고 친구들과 탁구를 치고 있어요. 탁구 동호회를 만들고 싶기도 한데, 영업관리 업무에서는 담당 지역이 서로 달라서 동료들끼리 정기적인 탁구 모임을 갖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친구들과 주 3회에서 5회 탁구를 치게 됐고, 오늘처럼 회사 동료들과 시간이 맞을 때면 함께 탁구장에 와서 제 친구와도 함께 치는 거죠. 회사 동료와 제 ‘찐친’이 자연스럽게 서로 친해져서 정기 모임으로 발전하기도 했어요. (웃음)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친구가 되니 더 좋아요. 지난 주에는 승부욕에 불타올라 친구와 주7일 내내 탁구를 치기도 했는데요. 너무 열심히 쳤는지 탁구장 운영진들에게 “탁구클럽 회원이 되지 않겠냐”는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았습니다. (웃음) 바빠서 가입은 하지 않았지만, ‘내 열정이 남들 눈에도 보이는구나’ 싶어서 뿌듯했어요.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어

제가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는 탁구장은 탁구채를 대여해주지 않아서 개인 탁구채를 필수적으로 지참해야 하는데요. 처음엔 1만 원짜리 저렴한 것으로 구입했어요. 그러다 탁구 욕심이 생기니 ‘장비발’을 세우고 싶어지더라고요. (웃음) 지금 사용하는 탁구채는 거금을 투자하고 제 이름까지 각인했답니다. 제 스타일에 맞춰 승부에 유리한 러버를 직접 골랐고, 이름까지 뚜렷이 새겨서인지 제게 이 탁구채는 정말 소중해요. 탁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자신이 연습한 탁구채로만 경기에 나간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손에 익은 탁구채로 치는 게 좋아서 항상 가방에 구비하고 다닌답니다.

올림픽 기간 때는 일시적으로 탁구장이 붐볐어요. 요새는 다시 줄어들어 단골들만 방문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경기를 보면서 ‘나도 신유빈처럼 탁구를 쳐보면 좋겠다’ 설렜던 분들이 계신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재미도 있지만, 탁구를 치다 보면 저절로 체력이 길러지기도 하거든요. 이번에 경기를 눈여겨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긴 경기시간 동안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탁구채를 휘두르는 선수들의 체력은 모두 탁구로 다져진 것이에요. 더욱이 탁구는 날씨에 제약을 받지 않는 스포츠라 ‘오늘 비 오니까 하루 쉴까’ 하는 변명이 통하지 않아요. 여름, 겨울, 눈, 비 상관없이 언제든 탁구장에 갈 수 있답니다. 점수가 바로 눈에 보이다 보니 중독성이 강한 스포츠이기도 하고요. 한 마디로,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는 겁니다. (웃음)

 

 


 

 

탁친자의 에너지는 인생을 바꾼다

늘 탁구를 좋아했지만 요즘에는 주5일 탁구를 치러 갈 정도인데요.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그 정도면 탁구에 미친 것 같다고. (웃음) 사실 탁구를 치기 전에는 퇴근한 다음 할일이 별로 없었어요.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휴대폰으로 웹서핑을 하고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냈죠. 주말에는 밤 늦게까지 휴대폰만 들여다보다 늦잠을 자는 일도 잦았고요. 그런데 탁구를 치기 시작하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었어요. 탁구를 치면 너무 피곤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거든요. 매일 탁구를 치다 보니 체력도 강해져서 SC 업무도 파이팅 넘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점주님들이 제게 더 에너지가 넘치고 밝아졌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탁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열심히 운동하고 숙면을 취하면서, 제 전반적인 생활 루틴이 건강해진 덕분이니까요.

워낙 밝은 성격이라 ‘너도 고민이 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요. 왜 힘들 때가 없겠어요. 업무에 매진하다 보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도 많습니다. 평소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생각도 많은 편이라 사서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종일 우울했던 어느 날, 스트레스도 풀 겸 탁구장으로 직행했어요. 열심히 치다 보니 집에 오자마자 곯아떨어지고 말았죠. 아마 탁구를 치지 않았다면 업무 생각으로 잠을 설쳤을 것 같아요. 탁구를 치는 시간만큼은 속상한 일, 힘든 일 다 잊고 승부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탁구를 열심히 치고 잠든 날에는 침대에서도 탁구공 소리가 타닥타닥 맴돌곤 해요. 그것도 모자라 꿈에서까지 탁구를 친 적도 있고요. 엄마는 ‘그나마 운동에 미쳐서 다행’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탁구공이 작고 가볍다 보니 그날 컨디션에 따라서도 공의 회전량이 달라져요. 그러다 보니 일대일 경기에서 잘 쳐지지 않으면 예민해지기도 하죠. ‘오늘은 글렀다’ 싶을 법도 한데, 저는 그런 날이면 오히려 승부욕이 강해져 오기와 끈기로 악착같이 칩니다. 그렇게 집중해서 경기를 끝내고 나면 업무나 일상의 고민이 싹 씻겨 내려가면서, 왠지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민이 즉각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머리속이 가벼워지면서 ‘내일 더 열심히 해야지’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게 운동의 선순환 같아요.

 

 


 

 

모두 자신의 ‘소울 스포츠’를 찾을 수 있기를

남녀노소 상관없습니다. 탁구가 처음이라면 BGF인들 누구나 제게 연락 주세요. 거리가 닿는 한, 언제든 첫 탁구 경험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저 역시 제게 딱 맞는 운동을 찾고 싶어서 오래 헤맸는데요. 지금은 드디어 ‘탁구’라는 소울메이트를 찾은 것 같아서 기뻐요. 탁구장에는 연세가 지긋한 분들도 많거든요. ‘나도 저 나이까지 탁구 열심히 쳐야지’ 싶어서 투지가 불타오릅니다. 옆 탁구대의 60대, 70대 어르신들 중에서는 아마추어 선수급의 실력을 갖춘 분들도 많아요. 그 나이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탄탄한 건강도 갖추셨고요. 저도 그분들을 롤모델 삼아 체력을 기르면서 오래도록 탁구와 함께하고 싶답니다. 꼭 탁구가 아니더라도, 모두들 저처럼 ‘인생 스포츠’를 찾아 즐겁게 해나가시면 좋겠어요. 자, 그럼 저는 아마추어 탁구대회 수상 소식을 들고 다시 인사하겠습니다!

 

 

 

 

인터뷰. 이하림 주임(경기서지역부 경기서영업8팀)

. 김송희

사진. 김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