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CU 안암학사점 최은영·김동환 점주님

매거진 2024.09.20

 

고려대 안쪽, 굽이굽이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안암학사. 기숙사(이하 학사) 초입 1층에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학생이라면 절대 지나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올망졸망 참새 같은 학생들의 방앗간, CU 안암학사점입니다.

 


 

 

“안녕하세요!” 학생들이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며 들어서는 CU 안암학사점. 그 뒤를 따라 들어서니 이곳의 마스코트 수박이(푸들)가 최은영 점주님과 함께 계산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김동환 점주님은 진열대와 창고 물품 정리에 분주하고요. 학사에 자리 잡은 편의점이라 그런지 쉴 틈 없이 학생들이 오갑니다. 그중에서도 외국인 고객의 비율이 특히 높은데요. 입지적 장점도 장점이지만, 다정하고 살가운 점주님들의 접객 방식, 눈에 띄게 다양한 상품도 CU 안암학사점의 특징이자 매력입니다. 마트 운영 20년에 이어 대학교 학사 내에 있는 CU를 운영하기까지, 두 점주님의 애정이 담뿍 깃든 대학교 속 편의점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학사 안에 있는 CU 왠지 특별하게 느껴지는데요. 언제부터 이곳에서 CU 운영하셨나요?

김동환 점주님   2018년 11월 말부터 시작했어요. 원래 동네 마트를 오래 했는데요. 마트를 하다 보면 편의점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많이 받거든요. 마침 다른 곳에서 가게를 열어볼까 싶어 인터넷을 보던 중 이곳을 발견했어요. 저희 부부가 이 동네에 오래 살아서 잘 알거든요. 왠지 놓치면 안될 것 같아서 자리를 보러 온 그날 하겠다고 했죠.

 

 

대학 안에 위치한 자리라 끌리셨을까요?

최은영 점주님   원래 이 자리에 타사 편의점이 있었는데, 점주님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었다고 하더라고요. 편의점을 해본 분이 아니셔서 그런지 생각보다 힘이 들었나 봐요. 저희야 마트를 20년 넘게 했으니 힘들 게 없었죠. 그냥 여기를 보자마자 애정이 가더라고요.

 

 



 

마트를 오래 운영하셨지만 편의점은 달랐을 같아요.

김동환 점주님   음, 그렇죠. 일단 마트는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편의점은 24시간 열려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마트를 할 때도 거의 24시간 했어요. (웃음) 저녁 12시까지 영업하고, 두세 시간 잠깐 눈 붙인 뒤 사입하러 가고, 새벽 도매시장 가고. 결국 새벽 3시, 4시에는 마트에 출근했거든요. 편의점이 오히려 더 쉽죠. 24시간 문을 열어야 하지만 본사 시스템이 잘 되어 있잖아요. 지금은 하루 8시간만 근무하고 오후에는 운동도 할 수 있으니까 사는 게 한결 편해졌죠.

최은영 점주님   가장 다른 점을 꼽자면 고객 연령대 같아요. 당시 마트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고객들이 왔었지만, 여기는 학사 CU인 만큼 대학생 고객이 100%거든요. 저는 더 좋은 것 같아요. 학사 고객들은 저보다 다 어리지만 오히려 점잖고 어른스럽다고 해야 하나. 6년째 운영하면서 항상 실감하는 부분이에요.

 

 

외국인 고객이 정말 많아요. 거의 없이 들어오시던데요.

김동환 점주님   고대 학사에 외국인 학생들이 많아요. 초반에는 막 외국인 고객이 질문하고 그러면 막 얼었어요. (웃음) 그것 때문에 영어 공부도 했으니까요.

 

 

영어 공부를 하셨어요?

김동환 점주님   기본적인 답변은 할 수 있어야 될 것 같아서 혼자 책 사다가 공부했죠. (웃음) 지금도 말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고객들이 물어보는 걸 알아는 들어요. 외국인 고객들 중에 다정한 친구들이 많아요. 매일 오다 보니까 얼굴이 눈에 익잖아요. 그러면 자기 이름이랑 어디서 왔다고 알려주고, 인사 꼬박꼬박 하고, 먹을 것 나눠주는 친구들도 있었으니까요. 그런 친구들은 본국으로 돌아갈 때에도 자기 떠난다고 꼭 인사하러 와요. 가서도 연락하고 싶다고 함께 사진도 찍고, 연락처를 알아가는 친구도 있었어요. 이란 친구였는데, 잘 지내시냐고 간혹 연락해오더라고요.

 

 


 

 

그런 학생들에게는 특히 고마우시겠어요.

김동환 점주님   학생들에게야 늘 고맙죠. 제가 소통을 좀 어려워해도 잘 이해해주고. 학생들 덕분에 제가 이렇게 돈도 벌고 활기차게 살고 있으니 언제나 고마워요. 1+1 상품 있으면 하나는 저 먹으라고 선물하는 학생들도 많고, 졸업 후에도 학교 올 일이 있으면 잊지 않고 들러서 “사장님 아직 계시네요” 반갑게 인사하고 가는 친구들도 있고요. 한국 떠나기 전에 같이 사진을 찍었던 외국인 학생이 몇 년 뒤 다시 왔다면서 그 사진을 들고 온 적도 있어요.

 

 

2018 겨울부터 시작하셨으면, 팬데믹 시기에 힘드셨을 같아요. 학사 CU 정말 타격이 컸겠는데요.

최은영 점주님   아유, 그랬죠. 게다가 CU 안암학사점뿐 아니라 고대병원 앞 CU를 같이 운영했을 때라 정말 힘들었어요. 당시 병원도 면회가 안 됐잖아요. 대출받아가며 버텼죠. 그래도 그만 해야겠단 생각은 안 했어요. 이전에 이곳 저곳에서 마트만 20년 넘게 했거든요. 그때에도 별별 일을 다 겪었는데 이제는 버티면 다 지나간다는 걸 알아요. 평생 장사만 해왔는데 이제 와 다른 일을 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을 안 할 것도 아니니까 그냥 이겨내자 싶었어요.

 

 

CU 안암학사점 베스트 상품도 궁금해요.

최은영 점주님   1위는 무조건 도시락이요. 아무래도 대학교 내에 있는 점포이다 보니 식사시간에 방문하는 학생들을 위한 도시락이 가장 많이 나가요. 다음으로 삼각김밥, 라면 종류도 잘 나가고.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이라 그런지 주로 간편식을 찾아요. 라면은 특히 볶음면이 인기가 많고요. 외국인 학생들이 매운맛 볶음면을 좋아하더라고요. 아, 재미있는 게 외국인 학생들이 바나나우유를 정말 좋아하는데, 요즘은 거기에 커피를 넣어서 마시더라고요. 그게 숏츠에서 유행이었대요. 우리나라 오기 전에 한국에서만 파는 편의점 식품이 있는지 영상으로 많이들 찾아보나 봐요. ‘한국 가서 이렇게 먹어야지’ 했다고요. 국가별로 사는 게 좀 다르기도 해요. 일본 학생들은 100원을 쓰더라도 영수증을 꼭 받아가요. 중국 학생들은 한 끼에 3만 원, 5만 원 투자할 정도로 많은 양을 구매하고요.

 

 


 

 

근무 시간이 어떻게 되세요?

김동환 점주님   저는 새벽 6시에 출근해요. 10시에는 아내가 출근해서 발주하고, 저는 3시까지 상품 진열하고, 빠진 상품 채우고 퇴근하죠. 우리 점포가 물건이 금방 빠져서 바로바로 채워야 해요. 제가 CU 말고도 프리랜서로 부동산 중개회사 일을 하고 있거든요. 아내는 오후까지 일한 뒤 세종대학교 사이버대학 공부를 하고요. 점주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끔 BGF리테일의 상생혜택제도*를 통해 도움을 줘요. 아내도 그 제도를 통해 사이버대학에서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죠.

*2024년 기준 점주님/스태프 상생혜택제도 : 대학교 교육 할인 지원

중앙대학교 원격 미래교육원 및 세종 사이버 대학교 수업료 50%(점주님), 30%(스태프) 할인 혜택

 

 

모두 공부를 열심히 하시네요. 혹시 대학생들을 많이 만난 영향이 있었을까요?

김동환 점주님   그런가? 영어 공부는 학생들 때문에 시작한 게 맞는데… 아무래도 학생들이 많은 환경이니까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어요. 마트를 운영할 때에는 공부할 생각을 안 했으니까요. (웃음) 그보다도 BGF리테일에서 지원해준 덕을 보는 것 같아요. 아내가 공부할 결심을 한 것도 그래서니까요.

 

 

부부가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서 다투지 않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김동환 점주님   20년 넘게 같이 일하고 있는데, 잘 안 싸우는 편이에요.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그건 일과 관련된 거지 감정적으로 싸울 일이 아니잖아요. 같이 고생하고 일하는데 싸울 필요가 뭐 있어요. 서로 잘 하는 거 칭찬해주고, 놓치는 거 있으면 대신해주고 그래야죠.

최은영 점주님   남편이 원래 좀 다정하고 화를 잘 안 내요. 발주를 너무 많이 하면 잔소리는 좀 하는데 제가 들은 척도 안 하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죠. (웃음) 저희 딸들도 이상형이 아빠라고 해요. 아빠처럼 잘생기고 멋진 사람 아니면 결혼 안 한다고요.

 

 

 

 

 

학사 학생들에게 24시간 편의점이 정말 든든하게 느껴질 같아요.

김동환 점주님   그렇죠. 학사 내 식당이 24시간 운영하지 않고, 또 메뉴가 입맛에 안 맞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래서 간편식이 많이 나가는 것 같아요. 저도 젊을 때는 뒤돌면 배고팠거든요. 외출했다가 돌아오면서 뭐라도 사가는 친구들이 많죠. 거기다 그 편의점이 CU라서 더 좋다고들 그래요. 인터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제 생각에도 다른 브랜드였다면 지금보다 학생들이 덜 찾았을 것 같거든요.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상품도 빠르게 들여오고, CU가 유행을 잘 따라가는 것 같아요. 저보다 학생들이 먼저 신제품을 물어볼 때도 많고요.

 

 

발주하실 신경 쓰는 부분도 있으세요?

최은영 점주님   저는 인기를 따지지 않고, 상품에 빈자리가 없게끔 많이 발주하는데요. 농담 삼아 “우리 점포는 돌멩이를 갖다 놔도 팔릴 거다” 해요. (웃음) ‘이런 게 팔릴까?’ 생각하는 상품도 결국엔 다 판매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간편식도 많이 발주해요. 남편은 “그러다 폐기 많아지면 어쩌냐” 잔소리도 했는데, 점포에 오는 학생들의 끼니를 위해서 계속해서 발주하고 있어요. CU는 신선식품도 다양하고 디저트도 신제품이 많잖아요. 최근에는 트렌드였던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 이웃집통통이 쿠키 시리즈가 잘 나갔어요. 제대로 구비해 놔야죠.

 

 


 

 

학사 점포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최은영 점주님   모든 일에 장단점이 있잖아요. 우리 점포는 학내에 있기 때문에 주류가 없어요. 주류가 있다면 매출이 더 높겠죠. 담배도 판매율이 높지 않아요. 대신 식사류, 과자와 음료가 잘 나가요.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단백질 음료나 샐러드도 찾으시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주류가 없다는 게 단점만은 아니에요. 주취 사고도 미연에 방지하고 좋죠. (웃음)

김동환 점주님   인터뷰를 앞두고 저도 그걸 생각해 봤는데,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웃음) 일하는 건 항상 재미있고 보람 돼요. 저는 그래요.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좋아서, 아무리 어린 학생들이라도 절대 반말하지 않습니다. 우리 점포에 오는 고객들이 다 고마우니까요. 집중이 안 될 때, 미래가 공연히 두려워져 잠을 설칠 때, 꿈꾸느라 고단할 때 우리 CU가 학생들의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최은영·김동환 점주님(CU 안암학사점)

. 김송희

편집. 성지선

사진.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