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도 뜨거워도 맛있고, 여름에도 겨울에도 잘 어울리며, 깔끔하면서 향긋하고, 취하지 않을 듯 도취해버리는, 이중매력 반전느낌의 술! 바로 일본식 청주, 사케입니다. 장인정신에 따라 그 맛 또한 다채로운 사케가 최상의 맛과 가격으로 CU에 입성했습니다. 그 어디에서도 팔지 않는, CU만의 사케랍니다. BGF리테일 주류팀 조희태 책임이 CU 사케 ‘쿠우 오니노카나보’에 담아낸, 도깨비방망이(?) 같은 행운과 행복을 전합니다.
천의 얼굴을 가진 술
여러분, 사케 좋아하세요? 소주와도, 청주와도, 위스키와도, 와인과도 다른 매력의 주종이죠. 섬나라 일본의 술이라 그런지 특히 해산물과 페어링했을 때 그 고급스러운 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주류팀인 저는 다양한 주류를 접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이자카야에 가면 꼭 사케를 찾곤 해요. 특히 정미율이 낮은 사케나 단맛이 적은 가라구치 스타일의 사케를 선호하는데요. 사시미나 숙성회에 곁들이기 그만입니다.
일본에서 사케를 주문하면 꼭 이렇게 묻습니다. “뜨거운 사케(아츠캉)로 할까요, 차가운 사케(레이슈)로 할까요?” 이처럼 사케는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술이기도 합니다. 안주에 따라, 기분에 따라, 계절에 따라 아니면 그냥 취향에 따라 다르게 마실 수 있죠. 소주나 맥주처럼 빨리 마셔도 좋지만, 와인이나 양주처럼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면 그 향미가 한층 살아납니다.
사케 참 맛있는데요… 말해줄 방법이 없네
최근 위스키 등 양주가 2030세대에게 각광받으면서, 고급주였던 사케도 인기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하이볼이나 칵테일처럼 조주해서 즐길 수 있는 술은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있죠. 전체 주류 시장에서 큰 파이를 차지하지는 않지만 성장세는 보이는 주종이었습니다. 사케를 참 좋아하는 저로서는 사실 좀 안타깝더라고요. 이 맛있는 사케를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지난 12월, 눈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따뜻하게 데운 사케 한 잔 마시면서 결심했습니다. ‘CU만의 사케를 만들어보자!’고요.
사실 작년 1월부터 BGF리테일 주류팀에서는 이미 자체 위스키와 보드카 ‘프레임’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1년의 경주 끝에 올해 4월 초 CU에 선보일 수 있었고요. 양주도 만들었는데, 일본주를 못 만들 이유는 없지 않겠어요.
일단은 초심자의 눈으로
제조사를 알아보기 전 본질적인 고민부터 시작했습니다. “평소 사케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과연 어떤 사케를 구매할까?” 저야 사케를 좋아해서 정미율이나 맛을 따지지만 초보자라면 그렇지 않을 테니까요. 사케 관련 매출 동향을 주의 깊게 살피고 철저한 시장 분석을 거친 결과, 초심자는 다양한 구매요인 중에서도 ‘상품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둔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제조사(양조장)의 범위를 좁히고 리스트업할 수 있었죠. 품질 좋은 술을 생산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양조장을 찾기 위해 눈을 부릅떴습니다. 구체적으로는 300ml 기준에 소비자가 4,500원 수준을 맞출 수 있는 양조장이어야 했어요.
젊은 사케에 어울리는 양조장은?!
전반적으로 사케 시장의 가격이 인상되면서 제가 내세운 조건을 소화할 수 있는 양조장은 한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답은 있는 법, 오랜 탐색 끝에 일본 토야마 현(富山県)에 위치한 긴반주조(銀盤酒造)를 찾아냈습니다.
‘마음을 취하게 하는 양조’라는 슬로건 아래 제품을 생산하는 사케 메이커 긴반주조는 다양한 상품으로도 유명하지만, 양조사업 외에도 사케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다른 양조장과 여러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펀딩을 통해 한정 사케를 발매하는 등 적극적인 외부 활동도 펼치죠. 실험과 도전정신이 돋보이는 이곳이야말로 CU가 지향하는 젊은 사케를 만들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300ml에 소비자가 4,500원이요? 이 가격이라면 아무리 많이 잡아도 200ml를 넘지 못합니다.” 처음 제 계획을 말하자 긴반주조는 곧장 난색을 표했습니다. 게다가 CU 자체 사케로 개발해야 하니 판매할 타깃 시장 또한 좁은 편이었죠. 긴반주조 입장에서 어려움을 느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어요.
저는 국내 시장의 사케 성장세를 들어 설득을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팬데믹이 지나가면서 일본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었고, 더불어 사케의 수입량과 매출량이 증대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의 호응도 높아지는 중이었거든요. 이때 긴반주조의 상품을 선보인다면 한국 시장을 개척하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어필했죠. 끝없는 설득과 협의 끝에 결국 해냈습니다. 처음 제안 그대로, 300ml에 소비자가 4,500원을요.
갖고 싶은 술이 즐기기도 좋다
가격만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또 있었습니다. 바로 디자인입니다. 새로운 사케는 무엇보다 ‘일본다웠으면’ 했어요. 정말 일본다운, 전통적인 이미지라. 가장 먼저 역사가 깊은 신사들, 뿌리깊은 토착신앙, 민간설화와 전설 등이 떠올랐습니다. 뭔가 미스터리한 이미지를 좀더 구상해 보니 일본의 요괴들이 연상됐고요. 하천에 산다는 상상 속 동물 갓파, 눈 내리는 밤에 나타나는 여자 요괴 설녀, 산에 살면서 축지법을 쓰는 덴구, 붉은 피부에 우락부락한 얼굴을 한 오니…. 뭔가 오싹한 듯 익살맞으면서도 다채로운 요괴들을 디자인에 접목하면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았죠.
그리하여 탄생한 이번 사케의 이름 또한 ‘쿠우 오니노카나보(クウ鬼の金棒)’입니다. 우선 쿠우(空/食う)란 일본어로 ‘하늘’을 의미하면서, 또한 ‘먹다’라는 뜻을 가진 속어이기도 합니다. CU 브랜드도 음독(音讀)해 읽으면 ‘쿠’잖아요. (웃음) 이중적인 의미를 주고 싶었어요. 오니노카나보(鬼の金棒)는 ‘도깨비방망이’란 뜻입니다. 요괴 모티프를 잘 살려주는 이름이에요. 뚝딱! 하면 금과 은이 쏟아져 나오는 도깨비방망이처럼, 이 사케를 마시는 분들의 일이 전부 술술 잘 풀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제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맛
가격도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역시 맛이 없다면 모든 것이 말짱 도루묵이죠. 5천 원대 사케부터 1만 원대 사케까지 아홉 종류가 넘는 사케들은 물론 우리나라 청주까지 테이스팅하고, 10회가 넘는 관능검사를 거치며 맛에도 만전을 기했습니다. 그 결과 처음 기획한 대로 이번 사케는 초심자를 위한 가벼우면서도 부드러운, 밸런스가 좋은 맛을 갖추게 됐답니다. 사케는 크게 단맛이 강한 아마구치(甘口), 단맛이 적은 가라구치(辛口) 스타일로 나뉘는데요. 쿠우 오니노카나보는 한국 음식과의 페어링을 고려해 목넘김이 깔끔한 가라구치 스타일을 택했습니다. 쌀 특유의 담백한 맛과 풍미, 은은한 산도를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일본 업무 문화는 우리나라와 무척 다르더군요. (웃음) 저는 국내 제조사와 막걸리도 함께 개발하고 있는데요. 확실히 국내 제조사와 소통하는 것과는 훨씬 어려웠습니다. 업무 처리가 하염없이 늦어질 때면 개인 연차를 써서라도 일본에 날아가야 할지 몇 번이고 고민했을 정도입니다. 5월에 계획했던 출시일이 7월로 미뤄지면서 속도 많이 탔지만, 그만큼 만족스러운 가격과 맛에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 기쁩니다.
요괴들의 사케는 이제 시작
CU만의 사케는 앞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고객을 만날 계획입니다. 유자, 복숭아 등 향긋한 사케를 후속작으로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선보인 오니 이외에도 다양한 요괴들이 사케병에 등장하게 될 거예요. 이거 왠지 ‘소장각’ 아닌가요? (웃음)
현재 쿠우 오니노카나보는 세 병에 12,000원이라는 파격가로 CU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사케가 궁금했던 분이라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과 용량으로 도전해보세요! 제철 해산물과 오븐에 구운 치킨을 곁들인다면, 글쎄요, 이번 연말 즈음엔 사케 마니아로 거듭나 있을지 모릅니다.
인터뷰/이미지 제공. 조희태 책임(BGF리테일 주류팀)
글. 성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