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Y] 꿀꽈배기맛주 양조장에 다녀왔습니다

매거진 2024.07.24


 

글, 보글, 똑, 똑… 막걸리가 익으면서 나는 소리는 어쩐지 먼 우주에서 보내오는 신호처럼 신비롭습니다. 쪄낸 고두밥이 누룩과 만나 고르게 발효되는, 기분 좋은 소리입니다. 충북 청주에 자리한 양조장 ‘조은술세종’은 벌써 세 번째 CU와 손잡고 기분 좋은 막걸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올 장마철에는 CU와 농심이 함께 개발한 ‘꿀꽈배기맛주’ 생산에 여념이 없는데요. 2대째 술도가의 좋은 술에 대한 진심이 그윽하게 익어가는 현장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최고의 막걸리를 위하여

 

조은술세종은 2007년 창업해 올해로 만 17년 되었습니다. 그 사이 양조장은 대량 생산이 가능한 현대식 설비로 탈바꿈했죠. 하지만 술 빚는 공정만큼은 전통을 고수합니다. 신선한 쌀을 여러 번 씻어 찐밥을 짓고 누룩을 고루 섞은 다음 온·습도를 살펴 가며 발효하는, 선조로부터 이어온 막걸리 양조 방식 그대로입니다. 단지 생산 공장만 위생적인 현대식 설비로 바뀌었을 뿐이죠. 오와 열을 맞춰 돌아가는 병입 기계와 청결한 공장 내부가 특히 눈에 띕니다. 말하자면 전통과 현대의 강점만 조합한, 최적의 막걸리 양조장인 셈입니다

 

 

 

장마가 한창인 7월 중순, 양조장은 전날 첫 출시한 꿀꽈배기맛주의 출고 물량을 맞추느라 분주했습니다조은술세종 경기용 부대표는 이제 출시 이틀째라 잘 나갈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분명 인기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칩니다. 확신의 배경에는 꿀꽈배기주가 CU와 합을 맞춘 제품이라는 점이 주효합니다. CU와 조은술세종의 협업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창업자 경기호 대표가 전통 제조 방식과 좋은 원료를 고집하는 막걸리 양조 철학을 세웠다면, 대를 잇는 경기용 부대표는 MZ세대의 트렌드를 읽어 젊은 감각의 막걸리 개발을 지휘합니다.

 

 

 

 

 

역사와 전통의 과자, 막걸리에 빠지다

 


 

꿀꽈배기맛주는 농심 사내 스타트업 엔스타트팀의 아이디어가 조은술세종과 협업해 탄생한 막걸리입니다. CU에서 단독 출시했는데요. 농심의 스테디셀러 과자인 꿀꽈배기를 막걸리로 만들어 고객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고, 중소 양조장에 힘을 보탠다는 취지가 함께합니다꿀꽈배기맛주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주관하는 상생컨소시엄 기획사업 최종평가에서 1등을 수상하며 출시에 급물살을 탔는데요. 농심은 꿀꽈배기라는 인기 과자의 IP와 패키징을 제공하고, 조은술세종은 전통주 제조 노하우로 꿀꽈배기 맛을 막걸리로 재탄생시키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편의점 CU는 그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꿀꽈배기맛주의 유통과 확산을 책임졌습니다.

 

경기용 부대표  꿀꽈배기가 1970년대부터 있었던 과자래요. 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인기 있었으니까 얼마나 오래됐어요. 저희 아버지도 젊을 때 참 많이 드셨다고 하더라고요. 농심에서는 꿀꽈배기의 맛을 해치지 않는 막걸리를 만들고 싶어 했고, 저희도 역시 전 국민이 공유하는 추억의 맛을 해치고 싶지 않았어요. 분명 오랜 꿀꽈배기 팬들도 이 막걸리를 맛볼 테니까요. 다들 , 막걸리로 마셔도 맛있네? 진짜 꿀꽈배기 맛이네?’ 감탄했으면 했죠.”

 

그의 말대로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꿀꽈배기 고유의 맛을 살리는 것이었습니다. 레시피를 바꿔가며 샘플링을 거듭했고, 농심 쪽의 피드백을 받아 맛과 공정을 수도 없이 수정했습니다. 무엇보다 매 단계 경기호 대표를 비롯한 조은술세종 내부 직원들의 관능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부터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경기용 부대표  꿀꽈배기 과자에 배합하는 향료를 막걸리에 그대로 쓸 수 없다는 게 가장 어려운 숙제였어요. 과자에 쓰는 향료는 수용성이 아니라서 물에 넣으면 향이 사라지거든요. 막걸리 제조에 적합한 향료를 찾아야 했고, 꿀과 사과향을 배합해서 꿀꽈배기 특유의 맛과 향을 내는 게 중요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국내산 원재료를 지켜 쓴다는 목표였고요.”

 

 

 

 

 

은은하고 깊은 단맛

 


 

꿀꽈배기의 시그니처 이미지는 반짝반짝 단맛 가루로 코팅된 외관이죠. 그래서 막걸리 역시 진한 단맛이 압도적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코를 슬쩍 대보면 상쾌한 사과향부터 스미는데요. 한 모금 마셔봤을 때에도 단맛보다는 사과향이 먼저 입안에 퍼집니다. 그다음 꿀과 쌀의 은근한 단맛이 기분 좋게 따라오죠. 

조은술세종 창립인이면서 한국막걸리협회장을 맡고 있는 경기호 대표는 막걸리는 기본 베이스가 좋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원료가 좋으면 어떤 부재료를 접목해도 자연스러운 맛이 구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막걸리 원재료, 즉 쌀을 고를 때 특히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은술세종에서는 반드시 국내산 유기농 쌀만 엄선해서 쓰는데요. 그래서인지 꿀꽈배기맛주 역시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럽고 은은한 단맛이 특징입니다. 

 

경기호 대표  막걸리에서 제일 중요한 게 잘 발효된 술떡이에요. 그러려면 좋은 쌀이 우선이고요. 꿀꽈배기맛주에도 이런 철학이 들어갔어요. 품질 좋은 국내산 쌀을 써서 꿀꽈배기 특유의 맛과 더불어 자연스러운 단맛을 이끌어내는 거죠. 베이스가 중요해요. 누가 뭐래도 베이스.

 

 

 

 

 

우리 농업, 우리 전통주를 위한 운명적 만남

 


 

경기호 대표가 처음 양조장업에 뛰어들 때만 해도 전통주는 지금처럼 인지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잘 하던 농업과 유통업을 접고 직접 술을 제조하겠다고 나서자 주변에서는 왜 거꾸로 가냐며 말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윤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쌀을 비롯한 우리 농산물을 대량 소비해서 농업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소망이 첫 번째, 그리고 우리 농산물로 이런 술을 만들 수 있다니!’ 하는 놀라운 경험을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두 번째입니다. 그 결과 조은술세종이 막걸리 제조에 소비하는 유기농 국내산 쌀이 많을 때는 한 해 20만 톤에 달합니다.

 

경기호 대표  옛날에 우리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술을 담그려면 쌀을 백 번 씻어야 한다고. 그게 진짜 백 번을 씻는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술은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죠. 유기농 땅에 벼를 심으면 유기농 쌀이 자라고, 옥수수를 심으면 유기농 옥수수가 자라요. 깨끗한 지하수가 논밑으로 흘러 들어가면 개천도 깨끗해지고, 벼에서 발생한 산소가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시키죠. 이게 농업의 선순환이고, 제가 농사짓다가 제조업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해요. 농사꾼만 열심히 한다고 우리 농업이 잘되지 않아요. 누군가는 소비해 줘야 해요.”

 

경기호 대표의 이런 소망은 우리 농업과 중소 양조장에 힘을 보태 유통 생태계를 확장하고 싶은 BGF리테일의 바람과 닿아 있습니다. CU가 이번 꿀꽈배기맛주뿐 아니라 좋은 막걸리 개발과 유통에 힘써온 이유입니다. 

 

경기호 대표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만큼 그 쌀로 술을 빚고 싶어요. 우리 농업과 전통주 산업이 같이 성장하려면 그래야만 합니다. 지금 우리밀로도 술을 만들어보려 하고 있고 고구마, 옥수수, 복분자, 땅콩, 전부 우리 농산물로 막걸리를 빚고 소주를 증류했어요.”

 

 

 

 

 

꿀꽈배기맛주, 만든 그대로 식탁까지

 

 

이번 꿀꽈배기맛주는 생막걸리와는 다르게 병입한 뒤에는 발효를 멈춥니다. 완전히 밀봉된 상태로 고객의 술상까지 도달하는데요. 그래서 맛과 품질이 변함 없이 균일하게 유지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경기용 부대표  “꿀꽈배기맛주는 살균 과정을 한 번 더 거쳐 완전 밀폐합니다. 술이 계속해서 익지 않는다는 게 생막걸리와 다른 점이지만 그게 또 이 막걸리만의 맛이기도 해요. 우리가 구현한 첫 맛이 끝까지 유지되는 것 말이죠.”

 

최근에는 찐밥을 쓰지 않고도 막걸리를 빠르게 발효시키는 기술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조은술세종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전통 막걸리 제조 방식을 고수합니다. 시간도, 정성도 더 들여야 하지만 어쩔 도리 없습니다. 쉬운 방법을 따라해 봤더니 ‘그 맛이 그 맛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경기호 대표  “우리도 다 해봤죠. 공장도 키우고 설비도 신식으로 다 바꿔서요. 근데 그건 눈속임이란 말이지. 똑같은 맛이 나온다면 나도 몸 편하고 맘 편한 신식으로 제조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그 맛이 아니야. 내가 느끼기에도 맛이 딱 다른데 고객이라고 그걸 모르겠어요? 느리더라도 원래의 방식을 지킬 수밖에.”

 

 

 

 

 

더 힙한 아이디어로, 꾸준히 맛있게

 


 

젊은층에서 전통주가 힙한 술로 떠올랐다지만 양조장들은 여전히 생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느리게 제조하는 대신, 제품군을 다양하게 넓혀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키고 트렌디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신제품을 발 빠르게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조은술세종이 선택한 생존 방식입니다. CU-크라운제과와 손잡고 만든 땅콩카라멜막걸리도, CU의 차별화 막걸리로 출시했던 요걸리와 밤값막걸리도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경기호 대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거죠. 전통주 제조에 뛰어든 게 벌써 15년인데 제조, 유통, 마케팅 모두 누구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부딪히면서 해나왔어요. 사람들이 잘 모르고 많이 좋아하지 않을 술들도 계속 만들었어요. 우리 농산물로 이런 술도 만들 수 있다, 이걸 보여주고 싶었거든. 꿀꽈배기맛주도 아마 마셔 보면 놀라실 거예요. ‘생각보다 달지 않네? 달지 않은데 꿀꽈배기 맛이 나네?’ 하면서요.”

 

 


 

경기호 대표는 “꿀꽈배기맛주는 꿀꽈배기 과자와 함께 먹어보라”고 권합니다. 꿀꽈배기맛주를 한 모금 마시고, 꿀꽈배기 과자를 한 입 먹으면 술과 안주가 서로 어떻게 맛을 보완하며 상승시키는지 느낄 수 있을 거랍니다. 그것이 당초 꿀꽈배기맛주의 기획 방향이기도 하고요. 똑똑 떨어지는 장맛비 소리를 BGM 삼아 꿀꽈배기맛주 한 잔 들이켜 보세요. 꿉꿉한 장마도 달큰한 낭만으로 물들 겁니다. 

 

 

 

 

 

인터뷰. 경기호 대표, 경기용 부대표(조은술세종)

글. 김송희

사진. 조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