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글로벌트레이딩팀 송서영 책임의 우산 찾아 삼만 리

매거진 2024.07.04

 

 

막 대문을 뛰쳐나온 찰나,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맞다 우산!’과 동시에 ‘요즘은 비닐우산도 비싼데…’ ‘집에 쌓여 있는 것만 몇 개야’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가지만 어쩔 도리가 있나요. 눈물을 머금고 편의점 문을 여는 당신, 걱정 마세요. 올 장마에 때맞춰 초가성비 우산이 CU에 상륙했습니다.

 


  

 

전국의 비자발적 우산 콜렉터들을 위하여

작년 포켓CU에서 진행한 ‘제1회 내맘대로 어워드’를 기억하시나요? 엉뚱한 편의점 시상식이라는 콘셉트로 한 해 포켓CU를 이용한 고객들에게 특별 시상품을 드린 행사였죠. 모두 재미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비자발적 우산 콜렉터상’을 보고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수상자 분은 비가 오는 날마다 우산을 구매하셨고, 하루에만 세 번 구매한 이력도 있었다고 해요. 시상품으로는 CU 우산 교환권이 증정되었죠.

 

사실 남의 일은 아니에요.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정말 많거든요. 특히 출퇴근길 지하철을 탈 때면 십중팔구 안전봉에 우산을 걸어 놓고 그냥 내려버리곤 했답니다. 거의 서울메트로의 우산 기부천사였죠. (눈물) 심지어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우산을 그대로 두고 내려서 또 다시 편의점에서 구매했던 경험도 있고요. 이제는 비 오는 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반드시 우산을 손에 들고 있는 습관까지 생겼습니다. 

 

 

 

 

 

역대급 우산을 기획하다

실제로 장마 시즌이 도래하면 CU의 우산 및 우의 판매량도 올라간답니다. 저처럼 갑작스럽게 비가 내릴 때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하신 분들이 급하게 사가는 일이 많습니다. 또 페스티벌이나 캠핑 등 여름 야외활동을 위해 우의도 많이들 찾으시고요. 하지만 높아지는 물가는 우산이나 우의에도 예외가 없습니다. 저렴해야 6~7천 원, 보통 1만2천 원을 상회하는, 급하게 사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을 확인하곤 ‘아, 그냥 뛰어갈까’ 고민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거예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국제 생활용품 박람회. 이곳에서 많은 우산 제조업체를 만날 수 있었다.

 

 

작년 10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국제 생활용품 박람회를 참관하면서 저의 머릿속은 그 다음해, 그러니까 올해 장마를 준비할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올해만큼은 저도 ‘아 맞다 우산!’의 저주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싶었으니까요. 해외 직소싱을 통해 경쟁력 있는 원가를 확보한다면, 기존보다 훨씬 저렴하고 튼튼한 우산을 CU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일단 박람회 구석구석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무려 20여 곳의 우산 제조사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협의를 진행하면서 중국에 ‘우산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바로 샤오싱(Shaoxing)시였습니다. 오랫동안 우산 생산이 발달해온 샤오싱 시에는 현재 1천 개가 넘는 우산 전문 공장들이 밀집되어 있답니다. 높은 품질은 물론 다양한 디자인의 우산이 제조되어 지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죠.

 

 

 

 

 

따지고 또 따지고, 제조사를 선정하기까지

우산이 특산품인 만큼 샤오싱 시에 위치한 우산 전문 제조사들은 기술 전문성도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어 그중에서도 국제표준인증을 지닌 업체들을 우선 협업 후보로 삼았어요. 이후 상품 종류와 품질, 원가 등을 꼼꼼히 따져 최종 업체를 선정했죠. 그렇게 중국 샤오싱시에 위치한 티엔웨이 엄브렐라(Tianwei Umbrella)사와 협업하게 됐습니다.

 

  

리스트업한 20여 개의 업체를 까다롭게 살펴보고 최종 선정한 제조사, 티엔웨이 엄브렐라의 공장 전경.

 

 

일단 티엔웨이는 ISO9001, ISO14001 등 국제 품질경영 및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은 물론 명확한 검사 기준 및 품질관리 기준을 보유한 공장이라 믿을 수 있었습니다. 우산 살대도 직접 생산하고, 디지털 프린터기까지 갖추는 등 모든 공정이 자체 운영되고 있었기에 원가 경쟁력도 높았죠. 잘 정돈된 공장을 둘러보면서 내심 흡족했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만들고 싶었던 건 그냥 저렴한 우산이 아니라, ‘저렴하고 튼튼한’ 우산이었기 때문이에요.

 

 

 

 

 


   

우산을 조립하는 모습.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검수해 품질에 심혈을 기울였다.

 

 

우리나라에서 우산은 안전기준 준수대상 생활용품에 속합니다. 자연현상에 대응하는 물건인 만큼 튼튼해야 하니까요. 손잡이와 우산대의 강도, 끝살과 천의 마무리 강도, 손잡이와 캡의 조립 강도, 원단의 이음 등의 기준이 정해져 있고 이를 충족해야 유통이 가능한데요. 제조사에 이런 기준을 강조 또 강조하는 건 기본, 샘플을 받은 이후에도 국제 공인 시험인증기관에 품질검사를 의뢰해 검증받는 등 지독하게(?) 검토 또 검토했답니다.

 

 

 

 

 

자나깨나 품질 생각

그러고 보니 1차 샘플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가 생각나네요. 여러 개의 샘플이 도착했는데 그중 일부가 우산살에 힘을 주면 구부러지는 겁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어요. 모든 상품을 최상의 상태로 판매하려면 살대의 재질을 바꿔야 할 것 같더라고요. 탄성이 뛰어나고 튼튼한 FRP 성분이 추가된 살대로 재질을 변경한 뒤에야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었답니다. (웃음) 까다로운 상품 기준을 들이대며 수차례 다양한 스펙의 샘플을 요청했는데, 곤란한 기색 하나 없이 최선을 다해 샘플을 내주셨던 제조사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티엔웨이 엄브렐라의 샘플실 내부. 해당 공장에서 생산한 다양한 제품이 망라되어 있다.

 

 

사실 저를 포함한 글로벌트레이딩팀의 유난(?)은 샘플 검수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어요. 부자재를 준비하고 보관 상태를 확인하는 일부터, 국내 안전관리 기준은 기본이고 제조업체 내부관리 기준까지 꼼꼼하게 살폈으니까요. 최종 양산품이 나온 뒤에도 무작위로 상품을 집어 우산 꼭지나 손잡이가 빠지는지, 우산띠가 불량 없이 우산을 잘 고정할 수 있는지 매의 눈으로 검수했습니다.

 

 

 

 

 

튼튼하고 저렴한데 심지어 예쁜

비닐우산, 사실 천편일률적이잖아요. 투명, 검정, 아니면 흰색. 최저가에 튼튼하면 물론 최고지만,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다면 어떨까요? 그때 광저우 박람회를 함께 참관한 생활용품팀 오준영 팀장님께서 아이디어를 주셨습니다. “CU의 브랜드 컬러를 입히면 어떨까?” 하고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저는 즉시 CU퍼플과 CU그린의 팬톤 컬러번호를 제조사에 전달했습니다. 이후 CU의 특색이 그대로 담긴 그라데이션 컬러 비닐우산이 탄생하게 됐죠. 이 정도라면 굳이 비가 오지 않아도 예뻐서 구입하고 싶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웃음)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된 CU의 브랜드 컬러. 예상보다 더 잘 구현되어 만족스러웠다.

 

 

 

 

 

지치지 않는 가성비 도전

돌아보면 첫 기획부터 출시까지 반 년 넘는 시간을 달려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양산된 제품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순간 마치 정성껏 키운 제 자식을 세상에 내보내는 듯 가슴이 울컥하더라고요. 6개월 내내 ‘고객의 마음에 들까’ ‘얼마나 판매될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많은 점포에서 환영해주셔서 뿌듯한 마음이 큽니다. 제 눈물의 결실이 나오기까지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시고 출시까지 아낌없는 조언으로 힘을 주신 글로벌트레이딩팀 원휘연 팀장님, 생활용품팀 오준영 팀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조업체에 함께 방문하여 품질관리에 도움 주신 생활용품팀 김호진 책임님에게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싶어요. 덕분에 저도 크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최종 상품이 첩첩이 쌓인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든든한 동료 김호진 책임님과 기념 사진도 남겼다.

 

 

저의 도전, 그리고 BGF리테일 글로벌트레이딩팀의 최저가 도전은 계속됩니다. 고물가에 맞선 해외 직소싱 상품들을 더 알차게 선보일 테니 기대해주세요! 지치기 쉬운 긴 장마, CU만의 컬러를 담은 튼튼 저렴 우산과 함께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인터뷰/사진제공. 송서영 책임(BGF리테일 글로벌트레이딩팀)

. 성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