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Diary] 박영랑 책임의 뭔가 특별한 일본 이야기

매거진 2024.06.25

 

 

일본인 아내를 만나 해마다 일본을 방문하는 BGF리테일 구성원이 있습니다. 일본에 갈 때면 늘 직업병이 도져 편의점을 이 잡듯 순회하고 오는 그인데요. 편의점 천국 일본에서 그는 과연 어떤 것을 배워왔을까요? 일본인 아내와의 러브스토리부터 꾸준히 기록해온 일본 편의점 노트에 이르기까지, 조금 특별한 일본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인천 문지기의 이야기, 시작!

안녕하세요. 인천의 하늘길과 바닷길을 책임지는 BGF리테일 인천영업7팀 SC 박영랑 책임입니다. 인천공항에는 10여 개의 CU 점포가 있는데요. 그중 저는 공항 내 직영점 세 곳과 법인 가맹 네 지점, 주유소 한 지점 등 특수점포를 주로 담당하고, 일반점포는 한 점포만 맡고 있습니다. 아, 백령도 점포도 담당하는지라 두 달에 한 번 백령도에도 방문합니다. 공항에서는 면세 보안구역 내 점포를 맡아 물류 반입과 방문자 인솔 등 보안 관리 업무도 진행하고요.

 

 

 

 

 

어느 달에 공항이 가장 바쁜지 물으신다면 저는 ‘항상’이라고 답할 것 같아요. 하루만 휴일이 있어도 어디든 훌쩍 떠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한국으로 여행 오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서 공항의 CU 점포들은 언제나 북적입니다. 저 역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행기를 자주 타는 편이고요. 인천공항 점포를 돌보고 있어서는 아니고, 현재 가족이 일본에 체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아내는 일본인입니다. 이름은 마유미, 오사카가 고향이라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일본에 살고 있습니다. 결혼 전 ‘10년은 한국에서, 10년은 일본에서 살자’고 약속했는데 지금이 바로 ‘일본에서의 10년’을 지나고 있거든요. 국제결혼이라는 사실 이외에 우리 가족이 뭐 특별할 게 있나 싶지만, 그래도 제게는 정말 소중하고 각별한 아내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해요.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싹튼 인연

저와 아내는 제주도에서 만났어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저는 당시 제주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요. 한국어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가 제주대에 교환학생으로 오게 된 겁니다. 제 친한 과 후배와 그녀가 룸메이트였기에 자연스레 어울려 놀게 됐고,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연애를 시작했어요. “첫눈에 반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 봤을 때 호기심을 동반한 호감이 일었던 것 같습니다. 마유미 상이 유창하지는 않아도 조금은 한국어 소통이 가능했기에 띄엄띄엄 대화를 나누면서 친해졌어요. 또 제 고향이 제주잖아요. 곳곳을 관광시켜 주면서 더욱 친해졌지요.

 

당시 마유미 상은 제 주변 그 누구와도 달랐던 것 같아요. 지금도 눈에 선한 아내의 행동이 있는데요. 껌을 씹을 때 종이를 버리지 않고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나중에 씹던 껌을 잘 싸서 휴지통에 버리곤 했어요. 괜한 쓰레기가 생길 것 같다며 음료수에 붙은 빨대는 비닐 채 떼어내지 않고 빨대만 쏙 빼내 마시던 모습에서 일본인 특유의 단정한 생활 태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언어 장벽도 넘고, 깊은 바다도 넘고

배려심 많고 예의 바르고, 여성스럽고 차분한 모습에 반한 저는 사귄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이 여자와 결혼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미래를 생각하면 저 역시 일본어를 할 줄 알아야 할 것 같아 교제를 시작한 뒤엔 바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지요. 그렇게 1년간 매일같이 얼굴을 보며 연애했고요. 하지만 꿈 같은 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교환학생 기간이 막을 내리면서 마유미 상 역시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장거리 연애의 시작이었죠.

 

그로부터 5년간 바다를 사이에 둔 연애가 계속되었습니다. 당시 학생이라 여유가 없었지만 돈만 모이면 일본으로 날아갔어요. 제가 한 번 가면 마유미 상이 한 번 한국으로 오는 식이었죠. 마침내 연애 5년차로 접어들던 해 저는 BGF리테일에 합격했고, 머지않아 당당히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결혼식은 한국에서 한 번, 일본에서 한 번 치렀는데요. 회사 동료 분들이 일본까지 날아와 결혼식에 참석해 주셔서 정말 고마웠던 기억이 납니다. 결혼한 뒤에는 한국에 신접살림을 차렸고요. 벌써 15년, 이제는 두 아이의 아빠와 엄마로 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네요.

 

 

 

 

 

 

 

  

꾸준히 기록한 일본 편의점 탐방기

처가가 일본이다 보니 해마다 두어 번 이상은 꼭 일본을 방문해요. 아내가 아이들만 데리고 갈 때도 있지만 휴가나 명절 때에는 가족 모두 함께하지요. 입사 초기에 회사 생활을 잘 하고 싶어서 자기계발서적을 많이 읽었는데요. 당시 읽은 책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어요. ‘롱런하는 회사생활을 위해서는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읽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왕 일본에 자주 들어가는 김에 일본 편의점 탐방기를 작성해보면 어떨까?’ 하고요. 유통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다른 여행객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일본 편의점을 탐구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렇게 회사 자유게시판에 일본 편의점 탐방기를 다양한 컨셉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2011년에 쓴 초기 탐방기를 보면 신입사원의 패기가 느껴집니다. 심지어 보고서 형식을 띠고 있거든요. (웃음) 얼마 전 오랜만에 예전에 쓴 탐방기를 찬찬히 읽어봤는데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의 열정이 느껴져서 뿌듯하기도 했어요. 신규 점포와 관광지 점포의 진열대는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어떤 세일 행사를 하는지, 또 홍보물은 어떻게 부착하는지, 간판색과 매대 구성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등등을 사진으로 찍고 나름의 평을 남겼더라고요. 제 연차에 따라 일본 탐방기 구성도 조금씩 달라져서 스스로도 신기했습니다.

 

 

 

처가 방문 때마다 기록한 일본 편의점 리포트. 2011년 <일본 주택가 편의점 구경>(사진 왼쪽)으로 시작해 <창업설명회 참관기> <카운터의 모든 것> 등을 거쳐 2024년 <일본 대표 편의점 대해부>(사진 오른쪽)에 이르기까지, 사내 게시판에 쌓인 10편의 일본 편의점 리포트는 15년차 ‘편의점러’ 박영랑 책임의 열혈 성장기이기도 하다.    

 

 

 

 

작성 당시에는 제 직무에 맞는 주제를 선정했는데요. 생각해 보면 SC, ST, 운영지원팀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해 본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ST일 때에는 집기나 홍보물 같은 게 눈에 들어왔었고, SC 업무를 할 때에는 상품 전개, SD일 때에는 점포 레이아웃 및 상품 차트에 대한 내용을 작성했죠. 본사에서 창업설명회를 주관하고 있을 때에는 일본 창업설명회를 다녀오기도 했어요. 해마다 일본 편의점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갈수록 더 꼼꼼히 관찰하게 되더군요. 지금도 그룹웨어 자유게시판에 글이 남아 있으니 ‘일본 편의점’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번 검색해서 읽어 보세요. 

 

 

 

 

 

 

 

 

처가 식구들도 함께한 편의점 프로젝트 

주변에서 가끔 국제결혼의 장점이 무엇인지 묻곤 합니다. 그러면 저는 ‘국제결혼이라 좋은 것보다 마유미 상이 제 아내라서 좋다’고 답하지요. (웃음) 조금 창피하지만 한국에서 함께 살던 7년간 아내가 매일 점심 도시락을 싸줬어요. 혹시 일본 영화에서 가정 도시락을 보신 적이 있나요? 젓가락을 대기가 미안할 정도로 귀여운 색색깔의 도시락. 손이 정말 많이 갈 텐데, 아이를 낳은 후에도 아침마다 정성스레 도시락을 싸주어서 주변 동료들이 정말 부러워했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제가 일본에 갈 때마다 편의점 투어를 다녀도 아내는 한 번도 불평한 적이 없어요. 함께 더 좋은 곳에 여행을 가고 싶을 법도 한데, 오히려 재밌겠다면서 적극 지원해주었죠. 한 번은 일본 편의점 튀김 상품으로 주제를 잡고 탐방기를 준비했는데요. 처가 식구들을 대상으로 일본 편의점 브랜드별로 각각 튀김을 사와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적이 있어요. 장인 어른, 장모님 모두 ‘예능 프로그램 같다’며 재미있어 하셨답니다. 요즘도 “그 게임 왜 안 하냐” 물으시고요. 다음에 방문할 땐 또 다른 편의점 프로젝트로 즐거움을 드려야겠네요.

 

지난 1년간은 아내와 일본에 살았어요. 장인 어른께서는 한국 사극을 정말 좋아하시고, 장모님께서는 한국 배우의 열렬한 팬이십니다. 장모님께서 한국에 오시면 좋아하는 배우가 카레이싱을 즐긴다는 지방 도시까지 함께 여행하기도 해요. 물론 그곳에서 사인도 받고 사진도 남겼죠. 10년이 넘도록 한 배우만 사랑하고 응원하는 장모님을 보면 저를 향한 아내의 해바라기 사랑이 장모님을 닮은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웃음)

 

 

 

 

 

 

 

 

1년간의 일본살이, 그리고 편의점

작년은 저와 아내, 아이들에게 중요한 반환점이 되었습니다. 결혼 후 10년은 아내가 한국에서 가정주부로 살며 육아에 매진했다면, 그 후 10년은 아내의 나라에서 살았으면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약속을 조금 미루긴 했지만 작년인 2023년에 이르러 지킬 수 있게 됐죠. 저도 육아휴직을 내고 1년간 오사카의 처가에서 함께 살았어요. 한국의 집은 잠시 비워 두고, 아내와 아이들은 완전히 일본으로 이사를 갔는데요. 연애시절 제가 아내에게 제주도를 소개한 것처럼 이번엔 아내가 오사카 곳곳을 돌아다니며 저를 가이드해 주었습니다. 일본 학교로 전학 간 아이들의 참관 수업에도 전부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요. 아내가 자란 일본 집에 살면서 저 역시 가족에 대해 깊이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편의점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큰 수확도 있었는데요. 체류하는 동안 매일같이 동네 편의점에 들러 수다를 떨다 보니 점주님과 ‘절친’이 되었다는 겁니다. 덕분에 일본 S사의 사무실에도 방문할 수 있었죠. 일본 편의점의 운영 방식에 관심이 지대했던 저를 위한 점주님의 선물이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저는 S사의 레지스터, SC(Store Computer)의 세세한 발주 방식, 직원 서비스 교육 방식 등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죠. 이 내용을 담아 자유게시판에 ‘일본 편의점 시즌 10_세븐일레븐 大해부’라는 제목으로 업로드했으니 읽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닮아가고 스며들며 함께 걷는 삶

평범한 저의 가족 이야기를 한참 적다 보니 좀 부끄럽네요. 사실 어느 가족이나 그렇듯 아내와 저도 별다를 게 없습니다. 아내도 한국에 오래 살다 보니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서 얼마 전에는 “일본 주민센터는 처리 과정이 너무 느려 답답하다”며 하소연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디지털과 대면시스템으로 하루면 가능할 일이 일본에서는 일주일 이상 걸리거든요. 반면 저는 일본 특유의 친절한 서비스와 조용한 분위기가 편안하게 느껴지고요. 이렇게 서로 닮아가며, 서로의 장점을 본받고 존경하며 사는 것이 우리 부부가 사랑하고 살아가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다시 인천공항. 저 멀리 하늘로 이륙하는 비행기를 보며 지금 일본에 있을 식구들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멀지 않은 나라이지만 그래도 시시때때로 그리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네요. 다음 번 일본에 도착하면 반가워하는 아이들을 실컷 안아준 뒤 손잡고 공항 편의점부터 한 번 들러야겠습니다. 그땐 한국에서 제 탐방기를 기다리는 구성원들 생각이 나겠지요? 앞으로도 이어질 저의 일본 편의점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인터뷰. 박영랑 책임(BGF리테일 인천영업7팀) 

글. 김송희

사진.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