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울릉도 SC는 무슨 일 해요?

매거진 2024.05.30

 

전국 650여 개. 제주도, 울릉도, 연평도, 백령도 등 도서 지역에 위치한 CU의 숫자입니다. 그중에서도 10개 CU가 내륙과 독도 사이, 울릉도에 위치해 있는데요. BGF Live가 때마다 깊고 푸른 바다를 건너 울릉도의 CU를 살피고 챙기는 섬지기를 만났습니다. 울뚝불뚝 솟은 기암괴석을 옆구리에 끼고 해안도로를 질러가며 CU를 누비는, 울릉도 SC 임상윤 책임의 하루를 소개합니다.

 


 

오후 11시, 영일만항. 어둠이 짙게 깔린 가운데 바다내음이 훅 끼쳐 들어옵니다. 소란스러운 매표소를 빠져나오니 거대한 유람선이 울렁대는 파도 위에 정박해 촘촘한 인파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휘황한 불빛 아래 수많은 관광객들을 지나 빠르게 움직이는 하나의 그림자. 지하철 개찰구를 들어가듯 익숙하게 신분증과 승선표를 내보이곤 이내 걸음을 옮기는데요. 유람선에 오르기 전 문득 서류를 꺼내들고 다음날 해야 할 일을 차근히 체크하는 그는 바로 릉도 SC, 임상윤 책임입니다. BGF리테일 동대구지역부 영업5팀에서 포항남구, 울릉도 지역을 담당하지요. 모두가 퇴근한 시각, 커다란 백팩 안에 노트북이며 서류를 가득 챙겨들고 부지런히 밤의 유람선에 오르는 그의 뒤를 좇아 하루를 동행했습니다.

 

  

 

 

승선표 개찰하는 모습이 아주 익숙해 보여요. 보통 울릉도 SC들은 이렇게 전날 밤부터 스케줄을 시작하나요?

자주 다니니 익숙해졌나 봐요. (웃음) 사실 쾌속선으로는 3시간 정도면 울릉도에 도착하는데, 오전부터 업무를 보려면 밤에 출발해 새벽녘 울릉도에 도착하는 큰배(주: 뉴씨다오펄 유람선)를 타야 해요. 오전 6시에는 울릉도에 도착하니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친 뒤에 바로 움직일 수 있죠. 또 여기서는 잠을 잘 수 있으니 뱃멀미가 심한 SC들도 큰배를 선호합니다. 좀 피곤하기는 해도 큰배가 편해요.

 

 

승객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관광객들이네요. 5월이 울릉도 성수기라 편의점도 굉장히 바쁘겠어요.

맞죠. 보통 날씨가 좋은 4~6월이 극성수기고, 여름휴가가 낀 7~8월에도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울릉도가 가장 아름다운 5월 주말은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 그만큼 편의점도 분주하니 SC들도 발빠르게 움직여야 하는데요. 보통 2~3주 전에는 미리 점주님들과 스케줄을 맞추고 표를 사놓는데 그마저도 쉽지가 않습니다. 표도 표인데, 1박은 묵고 와야 하니 어디서 숙박해야 할지도 늘 고민이에요. 관광객이 많으면 묵을 곳도 구하기가 힘드니…. 울릉도 SC들은 티켓팅이 곧 생활이죠. (웃음)

 

 

배가 뜨지 않는 날도 잦다고 들었어요.

섬 날씨가 참 변덕스럽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큰배가 뜨니까 좀 나은데, 예전에는 이 배의 4분의 1 크기밖에 되지 않는 쾌속선으로 이동하다 보니 파도에 취약해서 날씨가 조금만 좋지 않으면 뜨지를 못했어요. 출항 2~3시간 전에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을 정도죠. 10년 전 겨울에 울릉2호점이 현재 위치로 이사했는데요. 직원들과 2박3일 일정으로 (울릉도에) 왔다가 날씨가 나빠지는 바람에 무려 열흘을 묶여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숙박을 해결하느라고 좁은 방에서 여섯 명이 버텼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어느덧 자정이 가까워오고,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이제 날이 밝으면 SC의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죠. 임상윤 책임도 눈을 붙이려 객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다음날 오전 5시 30분. 아직 배는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중이건만 갑판은 동해의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벌써 붐빕니다. 갈매기 한 마리가 겁도 없이 날아들더니 날개를 휘익 두르고선 뱃머리에 여유로이 자리를 잡고요. 몇 분을 더 들어갔을까, 비로소 위풍당당하게 머리를 내민 짙푸른 바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시리도록 맑아 멀리서도 바닥이 들여다보이는 울릉도의 바다도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일출도, 유람선도 익숙한 임 책임이지만 울릉도의 풍경만큼은 여전히 그의 가슴을 울립니다. 

 

 

책임님은 어린시절부터 울릉도에서 자라셨다고요. 여전히 산보다 바다가 좋으세요?

저는 그렇더라고요. 제 고향이어서가 아니라 울릉도의 5월은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4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5분 내로 바다를 구경할 수 있고, 신발만 갈아 신으면 바로 등산과 산책을 할 수 있어요. 홍합밥, 따개비밥, 꽁치물회 등 내륙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먹을거리도 가득하고요.

사실 이렇게 풍경이 예쁘니 울릉도 SC를 담당하게 되면 내심 설렌다고도 합니다. 여행 가는 기분으로 점포를 둘러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면서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관광과는 너무 다르죠. (웃음) 섬에 발을 딛는 그 순간부터 업무가 시작되거든요. (차를 가리키며) 자, 타시죠.

 

 


 

 

 

22:00 유람선에 차량 선적 → 23:50 포항 출항 → 07:00 울릉 입도  

→ 1일차 점포 순회 → 2일차 점포 순회 → 14:40 울릉 출항 →  19:00 포항 도착

 

임상윤 책임이 작성한 울릉도 SC의 스케줄. 1박2일을 쉼 없이 순회해야 하므로 사전에 점주들과의 스케줄링이 필수다.

 

 

처음엔 2곳에 불과했던 울릉도 내 CU 점포가 최근 3년간 10곳으로 늘어났다고요.

코로나19 시기에 해외여행보다 국내여행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울릉도 관광객이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편의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어요. 공격적인 개점 덕에 현재 울릉도에는 타 편의점에 비해 CU가 월등하게 많죠. 저는 울릉도점과 울릉2호점, 울릉천부강남점 3곳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울릉도점은 초임 SC 시절 맡았던 곳이라 우여곡절을 많이 겪어 애정이 큽니다.

 

 



 

애정이 가득한 그의 말을 듣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CU 울릉도점. “나 왔어요 점주님!” 어제 본 듯 정겹게 인사하니, 점주님이 쪼르르 달려와 미니냉동고부터 가리킵니다. 모서리가 조금 깨졌다는 겁니다. 냉동고를 이모저모 살펴보던 임 책임은 휴대폰을 꺼내 부서진 부분을 일단 찍어 놓습니다. 필요하다면 CU 전속 유지보수 업체에 부품을 의뢰해야 하니까요. 내륙이라면 시공도 해당 업체에서 진행하겠지만, 울릉도에서는 섬 안 현지 업체가 시공을 맡습니다. 빠른 수리를 위한 최선의 해결책이죠.

 

 

이렇게 직접 보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겠네요.

방문하기가 쉽지 않으니 주 1~2회는 무조건 점주님들과 통화를 해요. 매출이나 발주, 상품, 날씨 등등 점포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이슈를 챙기죠. 하지만 이렇게 직접 봐야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서 월 1회는 꼭 방문하려고 합니다. 각종 긴급사항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움직일 수 없어서 마음 한구석이 늘 안타깝지요.

 

 


 

 

점포에 들어와보고 놀랐어요. 캔맥주며 캐릭터상품까지 내륙에서 보기 힘들었던 핫한 신상품도 많고, 생활용품 매대도 아주 크네요.

울릉도에는 대형마트가 없습니다. 그래서 편의점이 중대형 마트로 인식되고 있어요. 이슈 상품과 신상품의 회전율도 내륙 핫플레이스 못지않게 높습니다. 도서지역이다 보니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곳이 바로 CU거든요. 내륙도 그렇겠지만 울릉도 학생들은 CU를 그냥 못 지나친답니다. (웃음)

 

 

그래도 역시 주고객층은 관광객이죠?

아, 그렇기는 해요. 울릉도가 관광지로 활약하는 만큼 주고객이 관광객이나 여행사 등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죠. 그래서 섬에 사람이 많은 봄여름 성수기에 매출이 급증합니다. 울릉2호점의 경우 작년 기준 7~8월 아이스크림 판매수량이 일판매 400개를 상회했어요. 일반 점포 월판매 수량에 맞먹는 수준이죠.

반면 비수기인 동절기에는 매출 감소폭이 큽니다. 관광객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관광업에 종사하는 도민들도 동절기에는 내륙에서 겨울을 보내곤 하거든요. 특히 동절기에는 기상악화로 인해 배가 뜨지 않는 일이 많아서 더욱 어렵습니다.

 

 


 

 

도서지역인 만큼 날씨 영향이 크겠어요. 비수기 매출도 걱정이지만, 재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요.

예전에는 화물선 출항 여부에 따라 발주를 해야 했어요. 먼저 선사에 출항 여부를 확인하고, 물류센터 배송 담당자와 사전에 합의한 뒤에야 발주를 진행했죠. 날씨가 쉽게 악화되는 동절기에는 주1회 배송조차 어려웠고, 급히 ‘일일발주’를 넣을 경우 냉장식품이 입고도 되기 전에 이미 폐기 시점에 도달해버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냉동/냉장 차량이 올 수가 없으니 특수제작박스로 냉동/냉장상품을 배송했는데, 그러다 보니 배송할 수 있는 수량에도 제한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대형화물선이 취항해서 주3회 배송할 수 있고, 냉동/냉장 차량을 선적할 수 있어 안정적인 발주가 가능해졌어요. 결품도 줄어들어 점주님들의 근심도 덜었습니다. 다만 주3회 배송이 한계라 간편식이 모자라는 경우가 많죠. 아무리 빨리 배송해도 울릉도에 도착하면 판매 가능시간이 약 5시간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여기 진열된 삼각김밥들이 좀 달리 보이지 않나요? (웃음)

 

 



 

오전 나절 울릉도점에서의 업무를 마친 임 책임의 다음 행선지는 울릉2호점입니다. 15분여를 차로 이동하는 내내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울릉도 풍경이 시선을 압도하는데요. 봄볕이 수면을 내리쬐는 가운데 부서진 유리조각처럼 윤슬이 빛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면 상황은 180도 바뀝니다. 임 책임은 10년 전의 어느 궂은 겨울날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습니다.

 

 

울릉도 SC로서 잊을 수 없는 경험도 있을 것 같아요.

2013년 겨울, 울릉도점 건물을 재건축하면서 상품과 집기를 철수해야 했어요. 업체들과 점주님, 건물주까지 모두 협의해서 날짜를 정했죠. 그런데 당일 바다 날씨가 험악해지면서 상품과 집기를 철수하기로 한 업체가 입도하지 못한 겁니다. 공사가 지연되는 만큼 비용을 지불하고, 그럴 수 없다면 즉시 집기와 상품을 철수하라는 건물주의 압박이 이어졌고요. 그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지역방송에 광고를 내서 상품을 소진하자는 것이었죠. 작은 섬인 만큼 지역방송의 파급력이 높을 것이라는 계산이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어요. 점매가를 인하해 광고한 결과 반나절도 안 되어 도민들이 몰려왔고, 90% 이상 재고를 소진했답니다. 이후 현지 업체와 화물선 업체를 급하게 섭외해 이틀에 걸쳐 집기를 철수했죠. 그땐 정말 눈앞이 캄캄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추억이고 성과네요. (웃음) 섬의 특수성이 아니었다면 절대 해볼 수 없는 경험이었겠죠.

 

 

정말 아찔했겠어요.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특수점 SC만이 얻을 수 있는 경험이기도 하지요.

맞아요. 울릉도 SC를 하면서 업무 우선순위와 시간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습관이 생겼어요. 예상치 못한 변수에도 저는 그렇게 당황하지 않습니다. (웃음) 어려움이 생기면 포기하거나 대강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근본부터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갖추게 됐고요.

 

 

CU 울릉2호점에 도착하니 이번엔 스태프가 임상윤 책임을 반깁니다. 역시 넓은 면적 안에 신상품은 물론 새로운 주류도 가득히 채워져 있습니다. 넓은 매장 한 번 둘러보라며 손짓하는 스태프. 그는 벌써 수 년간 울릉2호점에서 일하고 있다는데요. 사실 울릉도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일하는 스태프를 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작은 섬이라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점주님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부분이죠. 최저임금의 1.5배 수준을 지급하더라도 오래 일할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비단 편의점뿐 아니라 본래 울릉도가 인력난이 심해서 구인 경쟁이 치열하거든요. 성수기 시즌에는 매출이 급증하고 물류가 많아져 스태프가 꼭 필요한데도 점주님이 밤낮으로 근무하는 일이 많아요.

모든 SC에게 각자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울릉도와 같은 특수점에는 또 고유의 어려움이 따르죠. 점주님들께서도 일반 점포에 비해 여러 불안 요소를 안고 계시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포 운영과 매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웁니다.

 

 

곧 울릉도에 공항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들려오죠. CU도, SC도 더욱 바빠지겠는데요. 마지막으로 SC로서의 각오를 들려주세요.

어려운 일도 많지만 그만큼 특수하고 소중한 지역이 제게는 울릉도입니다. 내륙의 운영력 좋은 점포 못지않게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관광객 분들도, 도민들도 CU를 ‘좋은 친구’로 여길 수 있도록요.

 

 


 

 

마지막 점포를 둘러보는 임상윤 책임, “오늘은 바로 올라간다”는 말에 점주님이 어깨를 탁 치며 “너무 빡빡한 거 아이가!” 하십니다. 누가 봐도 ‘좋은 친구’ 같은 그 모습을 보니 그의 각오는 벌써 반쯤 이뤄진 듯합니다. 날마다 같은 파도가 없듯 어떤 상황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섬 울릉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SC가 있기에, 바람 거센 이 섬에서도 보랏빛 간판 하나가 오늘밤 불을 밝힙니다.

 

 

울릉도 SC라면 이것만큼은

 

① 전화 소통에 적극적일 것

: 방문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전화를 통해 점주님들과의 유대감을 부지런히 쌓아야 합니다. 주에 2회 정도는 점주님들과 통화해 각종 현안을 논의합니다.

 

 꼼꼼하고 계획적일 것

: 점포 방문계획이 잡힌다면 각종 자료와 전달사항을 두 번 세 번 점검해야 놓치는 일이 없습니다. 입도와 출항 시간을 면밀하게 살펴 한 점포에 얼마나 체류할지 철저히 계획합니다.

 

③ 멀미약은 필수

유람선  매점에는 멀미약을 팔지 않습니다반드시 내륙에서 사서 배를 타는데요쾌속선의 경우 빠른 속도로 달리기에 멀미하기가 더욱 쉬워서 멀미약만큼은 잊지 않고 챙깁니다. 


 

 

인터뷰. 임상윤 책임(BGF리테일 동대구영업5팀)

글. 성지선

사진.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