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CU 원주솔샘점 권용광 점주의 마음으로 일하는 삶

매거진 2024.05.21


 

 

일주일에 2시간, CU 부영스타점에는 아주 특별한 가족이 방문합니다. 지역 장애인복지관에서 파견 나온 세훈(가명) 군이 계산대에 서거든요. 아직 서툴고 부족하지만 권용광 점주님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진심은 통하고, 고객은 그 진심을 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깊게 실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적한 봄날, 마음으로 일하고 사는 그의 따뜻한 삶 속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떠올린 작은 지혜

어느새 오후. 편의점 문을 열고 교복 입은 중학생들이 우르르 밀려 들어옵니다. 꾸벅 인사하려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권용광 점주님을 보곤 “와! 멋있어요. 배우 같아요!” 박수부터 치는데요. 짐짓 쑥스럽게 웃는 점주님, “덥겠다, 얼른 앉아서 쉬다 가” 하며 서둘러 마무리합니다. 인사하는 모습도, 친근한 대답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곳은 CU 원주솔샘점입니다.

 

권용광 점주님은 현재 CU 원주솔샘점과 CU 부영스타점, 두 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한라대학교 캠퍼스에 자리한 CU 한라본관점을 운영했고요. 특히 한라본관점을 운영하던 그때를 점주님은 잊을 수 없습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비대면 학습으로 전환하면서 대학 안 편의점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평소만큼 발주한 물량이 아침에 입고되었지만, 학생이 눈에 띄게 줄어든 황당한 상황을 맞이한 것입니다. 

 

전량 폐기의 위기 앞에서 좌절할 법도 하건만 그는 조심스럽게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즉시 주변 복지시설에 전화를 돌렸죠. “유통기한이 지난 게 아니라 아침에 들어온 식품인데, 괜찮으시다면 제가 기부를 해도 괜찮겠느냐”고요. 떨리는 마음을 읽었는지 복지관에서도 “아이들이 편의점 음식을 좋아하니 안전한 상태라면 받고 싶다”며 화답했습니다. 이윽고 퇴근길, 점주님은 간편식을 모두 챙겨 아내와 함께 복지시설을 찾았답니다.

 

부지런히 물건을 나르고 있는데, 한 아이가 이렇게 묻는 겁니다. ‘근데 사진은 안 찍으세요?’ 라고요. ‘무슨 사진?’ 되물으니 ‘보통은 기념 사진만 찍고 가신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점주님은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진짜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기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충만한 행복감이 가슴에 울컥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누던 마음을 또 다른 기회로

그날부터였습니다. 권용광 점주님은 편의점 음식뿐 아니라 복지관에서 필요할 법한 물품들을 조금씩 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양업토마스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이번에는 역으로 제안을 해왔습니다. 복지관 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인 중 일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들의 사회 교육을 도와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죠. 지금 당장 편의점에서 일하기는 어렵더라도, 사회에서 일해볼 기회를 갖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경험’을 선사해주는 것이야말로 뜻있는 도움이라는 생각에 권용광 점주님도 흔쾌히 응낙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3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CU 부영스타점에서의 특별한 스태프 교육이 시작됐습니다. 

 

“CU 한라본관점을 운영할 때 대학생들이랑 참 잘 지냈어요. 그때 학생 중 한 명이 사회복지사가 되어서 연락했더라고요. 양업토마스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일하는 중인데, 장애인들이 일자리 체험을 할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있으시겠느냐고요. 하루 몇 시간이라도 사회성을 기르는 경험이 이분들에게는 꼭 필요하다는 거였죠. 그렇게 세훈(가명) 군이 저희 CU 부영스타점에서 교육을 받게 됐어요. 가끔 매장이 더 큰 CU 원주솔샘점으로 견학도 가고요.”

 


 

 

 

 

꼬리에 꼬리를 문 인연, CU로 이어지다

대학 내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고객으로 온 학생들과 연락처까지 교환하며 친하게 지내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권용광 점주님을 만나 10분만 이야기를 나눠 보면 그 이유가 쉬이 납득됩니다. 사실 편의점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의 ‘핵인싸’ 친화력 덕분이었습니다. 20여 년 전, 서점을 운영하던 권용광 점주님에게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 CU를 소개한 것입니다.

 

“제가 사회 생활을 서점 영업으로 시작했어요. 벌써 20여 년째 중·고등학교에 일반 도서와 참고서를 납품하고 있고요. 대형 서점 도매 파트에서 일하다 보면 학교에 직접 서적을 운반할 일이 많은데요. 자연스럽게 중학교 선생님들과 얼굴이 익었고, 나중에는 ‘형님’ ‘아우’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친한 형님이 집에 놀러 오라며 주소를 주시는데 CU더라고요. 형수님께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계셨던 거죠.”

 

한여름에 무거운 책을 들고 운반하다가 들른 지인의 편의점. 땀을 뻘뻘 흘리며 배달하는 모습이 자못 안쓰러웠는지 지인은 조심스레 ‘편의점 해볼 생각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사람 대하는 걸 좋아하고 잘 하는 만큼 즐겁게 운영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요. ‘그래? 나도 해볼까?’ 귀가 솔깃해졌고, 아내 역시 동의하면서 권용광 점주님의 CU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힘들고 고될 때마다 사람이 답이었다

평생 서점업을 해온 그는 지금도 서점과 편의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CU 원주솔샘점과 부영스타점, 두 개 점포에 서점까지. 결코 쉽지는 않지만, 쉼 없이 일하면서 권용광 점주님이 깨달은 진리는 ‘열심히 하면 결국은 보답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CU 원주솔샘점을 시작할 때 문제가 좀 있었어요. 제가 이 자리에 CU를 계약한 뒤 본사 교육을 받는 도중에 30m 거리 바로 옆 건물에서 타사 편의점이 공사를 시작한 거예요. 게다가 해당 사업자가 담배소매인 우선 지정 대상자라 추첨도 못해보고 담배판매권이 넘어갔어요.”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편의점 개점을 포기해야 하나 생각까지 들었지만, 이내 오기가 났습니다. ‘나 권용광이 친절로 이겨내 보겠다, 어디 두고 보자!’ 마음을 다잡았죠. 하지만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습니다. 오픈하고 한 달 새 단골이 된 분들이 ‘힘드시죠?’ 위로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아내도 제 얼굴을 보면서 ‘당신 표정이 예전 같지 않다. 그렇게 힘들면 우리 그만 하자. 얼마의 손해를 보더라도 마음 고생하는 것만큼 돈이 중요하진 않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점주님은 포기하지 않고 힘든 만큼 더 웃고 점포 앞 거리를 청소하며 편의점 운영에 열심을 다했습니다.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도 했는데요. 도저히 버티기 힘든 날이면 그 속내를 읽기라도 한 듯 고객들이 대신 따뜻한 말을 전해왔습니다. “어떤 고객이 그러시더라고요. ‘옆 편의점 쪽을 아예 보지 말라’고요. 저쪽에 다른 편의점이 있다는 사실을 그냥 까먹고 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야 점주님 마음이 편해진다’는 진심 가득한 위로에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샘물이 솟듯 배려가 솟는 공간

CU 원주솔샘점 앞에는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중학교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어린 학생 고객이 많습니다. 권용광 점주님은 어린이 고객을 맞이할 때도 깍듯하게 대하고, 점포를 방문해준 고객 한 분 한 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다해 인사했습니다.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나눈 고객은 꼭 다시 방문해주시더라”는 점주님, 진지한 눈빛에서 고객에 대한 깊은 진심이 묻어납니다.

 

긴 노력이 빛을 본 것일까요. 바로 옆 라이벌 점포는 개점 3년 후 폐점했습니다. 그 이후 CU 원주솔샘점은 매장을 더 확장해 휴게공간을 널찍하게 만들 수 있었고요. 권용광 점주님은 그것이 단순히 운은 아니었다고 단언합니다. 고객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나눈 마음과 유대가 CU 원주솔샘점을 살렸다는 의미입니다.

 


 

 

 

 

 

진심을 바란다면 내가 먼저 보여줄 것

권용광 점주님의 스마트폰 ‘디데이’ 앱에는 여러 기념일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솔샘점 시작한 날’, ‘솔샘점 연장 계약한 날’, ‘솔샘점 공사 시작일’ 등등. 온통 편의점 일정으로 빽빽한 가운데 바탕화면에 적어 놓은 한 마디가 눈에 띕니다. “노력하는 이의 끈기는 오기가 아니라 용기다.” 어디에 나오는 말이냐고 물으니 웃으며 ‘내가 쓴 말’이라고 대답합니다.

 

“제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누구한테 무슨 명언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젊은 스태프나 학생들이 제게 하소연을 할 때면 꼭 해주는 말이에요. ‘열심히가 답이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행복은 뒤에 따라온다. 그래야 나머지 인생이 행복하다’고요. 살아보니 그렇더라고요. 열심히 하고 많이 웃으면 그 마음이 상대에게 가 닿아요. 그럼 상대도 저를 도와주고 싶어하죠.”

 

장애인 교육생을 맡아 훈련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편의점 일을 가르치다 보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고요. 다음에 세훈 군이 어딜 가든 CU에서 배운 것을 잘 쓸 수만 있다면 점주님은 더할 나위 없습니다.

“정말이에요.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좋은 마음으로 대하면 저에게도 좋은 일이 생겨요. 원래 작게 시작한 이 점포가 지금 이렇게 커지고 동네 주민들이 자주 찾아 주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열심히 하면 보답이 온다는 간단한 사실을, 그 무엇도 아닌 제 삶으로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권용광 점주(CU 원주솔샘점/부영스타점)

글. 김송희

편집. 성지선

사진. 전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