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DIARY] '곧' 네 남매 아빠 정재화 책임의 가족 이야기

매거진 2024.05.14


 

끝없이 쏟아지는 색색의 물고기, 문턱에 앉은 고양이 두 마리, 흰 뱀 한 마리,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가물치. 이게 다 무슨 소리냐고요? 자매 쌍둥이와 아들, 거기에 복중의 태아까지. 정재화 책임의 사남매 태몽 이야기랍니다. 정신 쏙 빼놓는 다둥이를 돌보느라 하루하루가 새롭고 짜릿하다는 정재화 책임, 그의 롤러코스터 육아일기 속으로 들어가봅니다.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오후 5시,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마음이 초조해집니다. 곧장 집으로 향할 생각에 말이죠. 집에 꿀단지라도 숨겨 두고 있냐고요? 꿀은 무슨, 금보다 귀한 존재가 있죠! (웃음) 올해로 초등학생이 된 쌍둥이 초영이와 설영이, 네살배기 아들 연영이, 마지막으로 아내 뱃속에서 무럭무럭 크고 있는 막내까지. 올망졸망 사남매는 세상을 주어도 안 바꿀 제 보물들입니다.

 

“아빠다!” 퇴근하면 강아지처럼 몰려드는 아이들을 하나씩 예뻐해 주고 나면 곧 저녁 시간이 됩니다. 저야 저녁에 애들을 돌보지만, 아내는 아침부터 쌍둥이들 등교시키고 낮에는 연영이를 돌보면서 집안일까지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죠. 넷째 출산 예정일이 7월초라 몸도 무거운 와중에 세 아이 육아까지, 아내에게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그러니 저녁에는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와서 잠시라도 숨 돌릴 틈을 주려고 해요.

 

 

 



  

 

만남도 대가족도 운명의 데스티니

사실 다들 놀랄 만하죠. 두 자녀 가정도 보기 어려운 요즘이니까요. ‘어떻게 아이를 넷이나 가질 생각을 했느냐’고 주변에서들 물어요. 연애 시절, 재미로 한번 궁합을 본 적이 있는데요. 사주가가 우리에게 천생연분이라며 자식운이 많다는 겁니다. 아들딸이 사주에 다 들어 있다면서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서로 눈을 마주치곤 “잘됐다!”며 좋아했어요. 만난 지 불과 한 달 정도인 때였는데 말이죠. (웃음) 아무래도 대가족을 꾸릴 운명이었나 봅니다.

 

저희 아이들 이름은 모두 ‘영’으로 끝납니다. 아내 이름이 가영이거든요. 아내를 닮아 예쁘게 자라라고 똑같이 ‘꽃부리 영英’을 써서 직접 지은 이름이에요. 처음 아내를 만났을 때 몇 마디 주고받자마자 ‘이 사람이구나’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내도 ‘이 사람과 오래 알고 지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더군요. 얼마나 좋았는지, 연애 초반 통화를 하면서도 몸이 절로 배배 꼬이더라고요. 결국 애칭이 ‘배배’가 되었어요. 너무 팔불출 같나요? (웃음) 함께할수록 저보다 참 그릇이 넓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아내는 제가 나무처럼 곁을 지키는 사람이라 좋았다네요. 그렇게 연애 10개월 만에 우리는 초고속 부부가 되었답니다.

 

 

 


 

“사주가가 우리에게 천생연분이라며 자식운이 많다는 겁니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서로 눈을 마주치곤 “잘됐다!”며 좋아했어요. 만난 지 불과 한 달 정도인 때였는데 말이죠. (웃음)”

 

 

 

사랑이 네 배, 다둥이 탄생기

처음 임신했을 때는 쌍둥이인 줄 몰랐어요. 8주차에 아기 심장소리를 들으러 산부인과에 갔는데, 의사가 깜짝 놀라면서 쌍둥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무렵 아내가 태몽을 꿨어요. 작은 물고기들이 든 가방을 하나 메고 있었는데, 물을 갈아주려고 가방을 비우려니까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이 끊임없이 쏟아지더래요. ‘왜 이렇게 많이 나오지’ 하는 찰나에 고개를 돌아보니 똑같이 생긴 고양이 두 마리가 문턱에 앉아서 쳐다보고 있었다고요. 쌍둥이라니, 기뻤지만 한편으로 아내와 아기가 괜찮을지 걱정도 됐어요. 노심초사한 끝에 무사히 아이들 얼굴을 봤을 때는 건강하게 태어나준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쌍둥이를 낳은 뒤 2년 정도는 자녀 계획을 미뤘습니다. 남들 말마따나 둘만 낳아 키우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아내가 계속해서 셋째를 바라더라고요. 저도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러다 ‘우리가 남들처럼 살 이유는 없지 않나? 새 생명이 제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존엄하고 가치 있는 일인데’ 싶더라고요. ‘옛날에는 10남매를 낳기도 했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웃음) 그렇게 결심하자마자 셋째 연영이가 선물처럼 와주었습니다.

 

한참 세 아이의 재롱에 여념 없던 어느 날 밤. 꿈에서 제 몸집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은 가물치를 잡았어요. ‘대체 이게 뭔 꿈이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생각했는데… 그건 바로 넷째의 태몽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를 포함한 모두가 놀랐죠. 심지어 양가 부모님께 이 소식을 전하니까 처음에는 ‘어떻게 키우려 그러냐’면서 걱정하시더라고요. 이해합니다. 하지만 새 생명이 주는 기쁨은 걱정을 가뿐히 넘어서는걸요. 약간의 근심도 잠시, 모두가 축하와 축복의 말씀을 건네주신 덕에 저희도 용기를 얻었습니다.

 

 

 


 

“‘우리가 남들처럼 살 이유는 없지 않나? 새 생명이 제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존엄하고 가치 있는 일인데’ 싶더라고요. 그렇게 결심하자마자 셋째가 선물처럼 와주었습니다.”

 

 

 

날마다 소란하고 특별하게

다둥이를 키운다는 건, 음… 하루하루가 서프라이즈 이벤트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번은 놀이공원에서 실컷 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음날이 되어서야 유모차가 없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알고 보니 아이들 챙기느라 놀이공원 주차장에 유모차만 덩그러니 남기고 왔더라고요. 아니 얼마나 정신이 없었던 건지! (웃음) ‘놓고 온 게 아이가 아니라 유모차라서 다행’이라면서 아내와 배꼽 잡았었죠. 다둥이네에게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무료한 나날은 있을 수 없답니다. 덕분에 저의 삶이 생생한 감각으로 채워지고 있어요.

 

아이들이 자라는데 어디 조용할 새가 있나요. 함께 잘 노는 만큼 투닥대면서 소란스럽죠. 그래도 우애가 참 좋습니다. 누나들 괴롭히는 연영이를 아내가 혼내려고 하면, 오히려 누나들이 연영이를 감싸면서 ‘혼내지 말라’고 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초등학생인 쌍둥이는 제법 의젓합니다. 어디서 봤는지 엄마가 아플 땐 걱정스런 얼굴로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주기도 하고요. 둥이들 업고 석사 논문을 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컸나 싶습니다.

 

 

 


 

“다둥이네에게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무료한 나날은 있을 수 없답니다. 덕분에 저의 삶이 생생한 감각으로 채워지고 있어요.”

 

 

 

곧 태어날 아기까지 여섯 명 대가족의 가장으로서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회사의 다자녀 복지 혜택 덕을 보고 있어요.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보니 출산 축하금이나 유치원 학자금, 초등학교 입학 선물은 물론 어린이날마다 선물 포인트가 지급되는 등 자녀가 있는 가정을 위한 제도가 갖춰져 있어 내심 감동했습니다. 가정의 달 5월에는 사무실에 가족을 초청해 엄마아빠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아이들이 직접 견학하며 지켜볼 수 있는 날도 있고요. 저처럼 다자녀를 둔 아빠에게 시간은 곧 금인데, 시차출퇴근제도를 통해 유연하게 업무와 육아 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답니다.

 

최근에는 육아 사내동호회에도 들었어요. 셋째 연영이 또래의 자녀를 둔 아빠들끼리 만든 모임인데요. 아이들을 데리고 테마파크나 놀이동산도 가고, 주말이면 다같이 모여 축구도 하면서 다양한 육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보니 출산 축하금이나 유치원 학자금, 초등학교 입학 선물은 물론 어린이날마다 선물 포인트가 지급되는 등 자녀가 있는 가정을 위한 제도가 갖춰져 있어 내심 감동했습니다.”

 

 

 

언제까지나 꼭 잡고 있을 손들

때로는 아이들이 저보다 더 어른 같기도 합니다. 언젠가 첫째 초영이가 제게 진지한 말투로 이야기하더군요. “아빠, 나는 뭐든 포기하고 싶지 않아. 잘하고 싶어”라고요. 끈기도 조금 부족하고 뒷심도 약한 제게는 큰 울림이 있는 말이었습니다. 잘하고 싶다던 그 마음 때문일까요? 얼마 전 ‘옆돌기’에 꽂힌 초영이와 설영이는 수천 번 연습한 끝에 이젠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으로 선보인답니다. (웃음) 취미든 공부든, 하나하나 해내는 모습을 보며 기특하다 싶으면서도 스스로 반성도 하죠. 어쩌면 우리집에서 자라고 있는 건 아이들뿐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10년 뒤쯤 아이들이 훌쩍 크면 우리 가족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배드민턴을 해볼까, 농구를 해볼까, 아니면 등산을 가볼까. 가족 모두와 함께하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제겐 참 많습니다. 일단 막내가 태어나고 조금 자라면 크로아티아로 가족여행을 떠날 거예요. 아내와 둘이서 같은 나라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정말 행복했거든요. 아름다운 추억에 아이들과의 시간을 한 겹 더 쌓고 싶습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옵니다. ‘당신과 아이들은 내 존재의 이유이며, 나의 모든 이유는 가족입니다.’ 저는 이 말을 우리 가족에게 들려주곤 합니다. 긴 인생 살아가면서 때론 팍팍하고 어려운 일도 있겠지만, 어쩐 일인지 저는 전혀 두렵지 않아요. 어떤 일이 있다 해도 우리 여섯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을 테니까요.

 

 

  

 

 

 

인터뷰. 정재화 책임(BGF리테일 조직문화팀)

장소협조. BGF교육연구센터 별관

글. 강예슬

편집. 성지선

사진.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