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품절대란! CU 생레몬 하이볼 탄생 비화

매거진 2024.05.09

 

CU가 또 해냈습니다. 건레몬도 아니요, 레몬맛 탄산수는 더욱이 아닌 진짜 생과일 레몬을 넣은 풀오픈탭 캔하이볼의 탄생. 출시 2주 만에 60만 캔 판매, 5월 들어서만 6일 만에 30만 캔 판매를 넘어서며 “없어서 못 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기록적인 신화의 주인공을 직접 만나 물었습니다. 담당자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

 

 

 

 

하이볼의 신세계가 열리다

한가로운 주말, 저는 지금 소중한 생레몬 하이볼을 한 모금 마시면서 핸드폰 화면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보는 것도 아니고, SNS를 하는 것도 아니에요. 계속해서 검색어에 ‘생레몬 하이볼’만 쳐보는 거죠. (웃음) 수많은 후기와 극찬, 신기하다는 평과 연일 놀라움을 표하는 뉴스 기사까지. 이럴 땐 정말이지 떠오르는 미소를 참기 어렵습니다. 화제가 될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토록 엄청난 반응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얼마 전 생레몬 하이볼이 편의점 전체 상품 판매 2위를 차지하기도 했는데요. CU만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이렇게 큰 성과를 올리게 되어 그저 감개무량합니다.

 

저는 주류팀에서 맥주와 하이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신상품 개발, 행사 기획 등 상품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진행하죠. 2022년경부터 고객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홈술’이 대세를 이루면서 하이볼, 진토닉, 칵테일 등 다양한 RTD(Ready to Drink) 상품이 출시되기 시작했는데요. 덕분에 저 역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대학생 시절 일본에서 캔하이볼을 처음 봤어요. 맥주도 아닌 것이 맥주만큼 진열되어 있어서 사봤는데요. 달콤한 생과일 맛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술의 쓴맛을 즐기지 못할 때라 ‘우리나라에도 팔았으면 좋겠다’ 생각했지요. 그런데 제가 이제 우리나라에서 하이볼을 만들고 있다니… 참 신기해요. (웃음)

 

 

 

캔하이볼에 레몬이 있다면 정말 좋겠네

생레몬 하이볼의 시작은 작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멕시코에서 맥주에 생라임을 곁들여 마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캔하이볼에 과일을 넣어보자!’라는 것이었죠. 업무가 업무이니만큼 저도 특별한 날이면 나름의 하이볼을 제조해보곤 하는데요. 토닉워터와 위스키, 그리고 레몬을 꼭 준비하거든요. 캔하이볼을 마실 때 레몬즙을 더 넣어 마시는 친구들도 있고요. 만약 캔하이볼에 레몬이 이미 들어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라는 판단이 섰죠.

 

부루구루는 국내에 캔하이볼이 없던 2022년경 저와 함께 처음으로 캔하이볼을 개발했던 업체입니다. 당시 수제맥주 업체 유일하게 리큐르 면허를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제가 캔하이볼을 제안했을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 주셨죠. 부루구루의 진취성과 도전정신을 믿기에 이번에도 저의 아이디어를 자신 있게 제안했습니다. 부루구루 측에서는 일단 샘플을 만들어보고, 대량생산이 가능한지 생각해보자는 입장을 전해왔고요.

 

 

 



 

상상을 현실로! 하지만 쉽지 않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원형 슬라이스 형태의 생과일을 구상하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는데요. 우선 생과일을 쓸지, 건조과일 형태를 쓸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했습니다. 만약 생과일 형태로 제조한다면 반달로 슬라이스할지, 웨지 모양으로 넣을지, 원형으로 넣을지 고려해야 했죠. 다양한 고민 끝에 원형 모양의 생레몬과 건레몬으로 먼저 시도해 보았어요.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 생레몬의 향과 맛이 월등하다는 결론을 내렸고요.

 

문제는 대량생산이었습니다. 생레몬은 사과처럼 공기 중에 노출되면 단기간에 산화되면서 갈변이 시작됩니다. 또한 생레몬으로 캔하이볼을 제조할 경우 냉동이나 건조, 염장, 당절임처럼 보존료를 투입할 수 없으니 난이도와 비용이 극악으로 올라가죠. 게다가 생과일인 만큼 서로 달라붙기도 쉽고, 슬라이스한 뒤 상품에 쓸 수 있는 부분을 분류해야 하는 추가적인 작업도 필요합니다.

 

그렇게 생레몬 하이볼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하던 그때. 일본에서 건레몬이 들어간 사와를 론칭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가만히 있을 없어 곧바로 협력사 대표님을 찾아갔죠. “일본도 소량이지만 가능한 같은데, 우리라고 못할 것이 있겠습니까?” 끈질긴 설득과 스무 번도 넘게 찾아간 끝에 결국 대표님께서도 승낙하셨습니다. “일단 해봅시다!”

 

 

 


 

생레몬으로 생고생하기

일본에서 출시한 사와에는 당절임을 거친 건레몬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제가 구상한 하이볼은 조금 달랐어요. 이미 샘플 테스트로 생레몬의 풍부한 맛과 향을 경험했기에 생과일 형태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또 기존 캔하이볼의 고객 반응을 조사한 결과, 만들어 먹는 하이볼 대비 너무 달다는 평이 다수를 이루어 이번에는 조금 덜 달게 만들어보기로 했죠.

 

생레몬을 넣는 건 생산도 어렵지만 허가 받는 과정도 까다로웠습니다. 국세청, 식약처, HACCP 등에 요청해 국내 최초로 레몬 원물이 들어간 하이볼을 출시한다는 서류를 작성해야 했죠. 협의에만 무려 2개월이 소요되었답니다. 출시 시점에도 예외는 없었어요. 소규모 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만큼 대량생산 시의 부자재 수입, 레몬의 충분한 수급, 인건비 등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죠. 결국 협력업체에서는 현금 유동성이 해결되지 않으면 출시하기 어렵다는 초강수를 두었고, 고민 끝에 저희는 상품 대금을 선지급, 업체가 생산에만 힘쓸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흔치 않은 일이고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저희 아이디어를 믿어주는 협력업체인 만큼 ‘함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어필하고 싶었어요.

 

패키지에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상품명은생레몬사와였는데요. ‘사와라는 단어가 국내 고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아 최종적으로는생레몬 하이볼 표기하게 됐습니다. 여러 시안을 검토한 끝에 마치 이자카야에서 내준 일본풍의 붓글씨 디자인으로 결정했고요.

 

 

 

레몬이 ‘제대로’ 떠오르기까지

저는 제품 개발 초기부터 풀오픈탭을 염두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레몬의 비주얼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에 좋은 방법이고, 일반캔으로 만들었다간 자칫 레몬이 음용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처음 풀오픈탭을 테스트할 적에 뚜껑을 딴 뒤 ‘레몬이 어디 있지’ 궁금할 때쯤 두둥실 떠오르는 레몬이 너무 귀여웠는데요. 마케팅에도 바로 이 포인트를 강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지금 출시된 패키지에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레몬 슬라이스가 떠오릅니다’라고 적어뒀고요. SNS나 블로그 등 생레몬 하이볼의 후기를 살펴보면 ‘정말 레몬이 떠오른다’며 신기해들 하시는데요. 좋아하시는 고객들의 평을 읽으면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물론 여기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두께로 썰어야 레몬이 뜰 수 있는지, 어떤 형태가 돋보일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거든요. ‘레몬이 적당히 잘 뜨는’ 지점을 찾기 위해 정말 100캔도 더 열어본 것 같아요. (웃음) 심지어 제가 캔을 딸 때와 다른 사람이 딸 때 각도나 힘에 차이가 있을 것 같아 지인들에게 테스트를 부탁하기도 했으니까요.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근거 확실한 성공으로

샘플 테스트를 해볼 당시 많은 분들이 하신 말씀이 있어요. “그런데 이게 된대?” 하하. 그럴 때마다 “잘 모르겠지만 해보고 있어요.” 답했죠. 속으로는 ‘꼭 만들어야겠다’ 결심하면서요. 청개구리 심보인지, 협력업체 담당자님이 걱정스런 얼굴로 “이거 대량생산은 어렵겠는데요…” 하실 적에도 내심 ‘이거 대박나겠구나!’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요. 국내에서 아무도 해보지 않은 상품인 만큼 어디서부터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참 막막한 시점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강력한 ‘근자감’으로 지금까지 달려온 것 같습니다. (웃음)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저조차도 ‘안 되더라도 실망은 하지 말자’고 다독인 순간이 많았어요. 상품 대금을 선지급한다는 어려운 결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신 팀장님, 본부장님, 부문장님과 항상 고생하는 저희 팀원들이 아니었다면 이번 상품도 빛을 보기 어려웠을 거예요.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상품 개발도 중요하지만 차질 없는 공급도 MD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생레몬 하이볼 증량 계획에 힘을 쏟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최대한 빠르게 증량해서 고객님들의 갈증을 해소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생과일 시리즈뿐 아니라 주류팀에서 개발 중인 다양한 차별화 주류 상품이 기다리고 있으니 큰 관심 가져주시고요. CU가 하이볼 참 잘합니다!

 

 

 

 

 

 

 

인터뷰/사진제공. 장주현 책임(BGF리테일 주류팀)

. 성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