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초가성비 차별화 위스키 FRAME 탄생 비화

매거진 2024.04.08

 

 

깨끗한 잔에 미끄러지듯 흘러들어가는 황금빛의 액체. 코를 대자마자 취할 향긋한 봄밤의 내음이 퍼집니다. 어른의 술이자 럭셔리 주류의 상징, 위스키 이야깁니다. 4, 비싼 만큼 콧대 높은 위스키의 세계에 CU 보란 듯이 라벨을 붙였습니다. 감히초가성비라는 이름을 말이지요!

 


 


 

시대를 준비하는 CU의 자세

혼술, 홈술. 이제는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을 만큼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트렌드입니다. 어른들의 술로 ‘좋은 날’에만 뜯는다는 양주도 이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됐죠. 저는 주류팀에서 와인, 양주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위스키를 좋아하고 즐기는데요. 오크통의 위스키를 희석 과정 없이 그대로 병입한 고도수의 CS(Cask Strength)를 특히 좋아합니다. 예전만 해도 이런 위스키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름만 얘기해도 서로 취향을 나눌 수 있을 정도니, 그 동안 세상 많이 변했습니다. 

 

실제로 CU에서 위스키를 포함한 양주 매출 신장률은 2020년 59.5%, 2021년 99.0%, 2022년 48.5%, 2023년 46.0%으로 계속해서 고공행진 중입니다. 무서울 정도로 가파른 성장폭을 보면서 주류팀은 예상했죠. ‘이제 곧 저가 위스키의 시대가 온다!’ 고요. 고급스러운 위스키 특유의 향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가격까지 저렴한 저가 위스키! 그건 CU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게 2023년 1월의 일이었습니다.

 

 

 

칼은 뽑았다, 그러니 무라도 썰겠다

무조건 1리터에 1만 원대를 유지하는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목표. 솔직히, 초기에는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음mmm!’ 와인 제작과 성공 경험이 있었기에 자신 있었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협력사·제조사와 미팅을 하면 할수록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가격으로는 어렵습니다.” “말이 안 돼요. 원가 구조상 1만 원은커녕 2만 원을 훌쩍 넘어갑니다.” 포기할 위기가 여러 번 있었지만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썰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익히 알려진 대형 협력사를 들를 때마다 빈손으로 나와야 했지만, 그러면서도 오기가 생겼습니다. 될 때까지 발품을 팔기로 하고 퇴근을 한 뒤에도, 주말을 투자해서라도 경기도와 부산, 대구 등지를 직접 돌면서 위스키 병입을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업체를 찾아다녔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협력사를 찾아 전국을 뒤지고 다닌 끝에 중국 위스키 회사까지 소개받아 미팅한 적이 있는데요. 이상하게도 ‘뭐든지 다 된다’는 겁니다. 너무 적극적인 반응에 오히려 저희가 도망을 다녔답니다. (웃음) 저희에게는 협력사를 정하는 데 명확한 기준이 있었거든요. ①믿고 맡길 수 있는 업체인지 ②저희의 디자인 라벨을 변형 없이 반영할 수 있는지 ③적절한 이익률이 달성되는지 ④200mL 형태로도 제작할 수 있는지 등이었습니다. 이 조건은 주류수입업체 ‘나라셀라’에서 맞춤 보틀링이 가능한 업체를 기어이 찾아낼 때까지 절대 굽히지 않았어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처음에는 ‘MAT’이라는 초기 버전의 위스키를 구상했습니다. 맛(Mat), 말 그대로 ‘맛있다’는 표현을 담은 네이밍이었는데요. 거의 실현할 단계까지 진행됐었죠. 원액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50도 이상의 도수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겁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조 과정상 스코틀랜드에서 원액을 생산해 벨기에에서 최종적으로 위스키를 병입해야 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스카치 위스키’라고 표기할 수 없고 ‘벨기에 위스키’로 표기해야 했던 것입니다. 긴 고민 끝에 결국 Mat은 좋은 경험으로만 남기기로, 쓰디쓴 결정을 내렸죠. 아까웠지만 FRAME을 탄생시키고 보니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고집스런 가격, 안 된다면 될 때까지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띠면서 위스키 원가도 계속 상승하고 있었습니다. 최초 제안한 원가에서도 계속해서 변동이 생겼죠. 가격 협상은 무려 3개월이나 진행됐습니다. 고전한 끝에 몇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우선 버번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블렌딩한 ‘아메리칸 블렌디드 위스키’로 제조 목표를 변경했어요. 당초에는 버번 위스키를 목표로 했지만 도저히 1만 원대의 가격 구조를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대신 아메리칸 블렌디드 위스키는 좀더 맛의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었죠.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버번 위스키 베이스에 그레인 위스키 특유의 다양한 풍미와 스파이시한 맛이 더해지면서 훌륭한 균형감을 보여주니까요.

 

가격 협상을 위한 회심의 카드는 또 있었습니다. 보드카를 추가로 생산하자는 역제안을 한 것인데요. 보통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보드카는 3만 원대죠. 1만 원대의 가성비 보드카를 함께 출시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협력사와도 추가 원가를 협의해 이익률을 맞출 수 있을 테고요. 결과는? 극적 타결!

 

 

 

자고로 술은 술병맛일 터이니

가격 협상도 어려웠지만 그보다 설득하기 힘들었던 것은 ‘CU만의 라벨을 상품에 입히겠다’는 결심이었습니다. 위스키 증류소는 그 자존심상 절대 다른 라벨을 붙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CU의 특색을 담고 싶다는 저희의 욕심도 접을 수 없었습니다.

 

편의점 최초의 가성비 위스키, FRAME의 고객 타깃은 명확합니다. 20대에서 30대, 위스키를 경험하고 싶은 초보자나 위스키를 좋아하지만 가격에 고민하는 고객들. 그러기 위해서는 라벨 또한 기존의 무겁고 고리타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고 생동감 있는 무드를 자아내야 했죠. 협력사를 설득하는 한편 오래 전부터 청년작가 육성에 힘쓰고 있는 서울문화재단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대한민국 청년의 신선한 혈기가 라벨에서부터 전해졌으면 하는 취지였어요. 

 

10여 명의 작가들을 추천받아 고민한 끝에 안우주 작가님, 최희정 작가님과의 협업을 결정했습니다. 덕분에 힙한 감성의 색다른 위스키를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FRAME은 ‘액자’, ‘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위스키 병을 하나의 액자로, 그 위의 라벨을 작가님들의 작품으로 설정한 것인데요. 심혈을 기울인 라벨인 만큼 FRAME을 모두 즐긴 후에도 꽃병이나 장식품 등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까지 어려웠고 결실은 달았다

맞춤 보틀링을 할 수 있는 협력사를 찾는 일도, 가격 협상도 모두 힘들었지만 그보다 어려웠던 것은 출시 스케줄을 맞추는 일이었습니다. 와인 업체 가운데 유일한 상장회사인 나라셀라에서도 프레임 상품 라벨의 현지 제작부터 미국 선적, 한국 통관까지 애를 먹는 바람에 출시일을 무려 세 번이나 변경했죠. 수입 상품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너무 많았던 것입니다. 검역부터 식검까지 단 하나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눈물) 그 때마다 ‘잘 되려고 그러나 보다 하며 스스로를 위안하곤 했네요.

 

FRAME 위스키와 보드카가 처음으로 한국으로 입고된 날이 기억납니다. 빗방울이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죠. ‘그 고난 끝에… 정말 상품이 제대로 생산되었을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이천 보세창고의 문을 열었는데요. 최종 검역과 통관 작업을 마치고 출고 준비를 마친 상품의 장대한 행렬이 눈앞에 펼쳐져 있더군요.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1년 전, 모두들 ‘안 된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여러 협력사들이 앞다투어 저가 위스키 수입을 추진하고 있죠. 제가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보람찬 나날들을 보내고 있답니다. 1년을 믿고 기다려 주신 주류팀 이승택 팀장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남기고 싶습니다.

 

주류팀의 피, 땀, 눈물이 담긴 CU만의 위스키 FRAME은 편의점 가성비 위스키의 올바른 기준점으로 활약할 예정입니다. FRAME 한 병으로 무려 하이볼 33잔을 만들 수 있죠. 페어링 안주요? 따로 없습니다. 따뜻하고 향기로운 이 봄날에 즐거운 사람들과 즐거운 자리, 즐거운 이야기와 함께한다면 그것이 최고의 페어링일 테니까요. CU가 짠 행복의 프레임 속으로, 추억 한 장 남겨보세요!

 

 

 

 


 

인터뷰. 사진제공. 주현돈 책임(BGF리테일 주류팀)

. 성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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