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업계의 꽃’으로 불리는 MD(Merchandiser). 그 중에서도 편의점 매출 비중 상위에 빛나는 주류를 담당하는 MD의 일과는 어떠할까요? 365일 술만 마신다더라, 대단한 술고래라더라, 코가 늘 빨갛다더라…. 주류 MD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 그것이 사실인가요? BGF리테일 주류팀 조희태 책임을 만나 팩트 체크에 들어갔습니다.
2022년 12월 BGF리테일은 편의점 업계 최초로 주류TFT를 발족했습니다. 주류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편의점 주류 수요가 커진 데 따른 특단의 조치였습니다. 올 2024년에는 주류TFT를 아예 주류팀으로 승격했습니다. 개개인의 술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소주, 맥주, 와인, 위스키, 전통주 등 주류를 카테고리별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하겠습니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 애주가들의 만족과 감동을 향한 BGF리테일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열정의 증거겠지요? 주류팀 구성원들의 자리마다 온갖 술이 박스째로 쌓여있습니다. 전통주 카테고리를 담당하는 조희태 책임의 책상 역시나 막걸리병들이 가득가득 점령했고요. 설상가상으로 책상 서랍에는 크고 작은 술잔들이 24시간 주야대기 중! 365일 술만 마신다더라, 대단한 술고래만 모였다더라···. BGF리테일 주류팀을 둘러싼 괴소문(?)이 확신으로 바뀌기 전, 조희태 책임의 하루를 동행하며 주류 MD의 일과 삶에 대한 열정적인 OX 퀴즈를 진행했습니다.
정답은 X! 주류 유통과 관련한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관리한다고 보면 됩니다. 저는 매일 아침, 전날 매출 동향과 특이사항을 확인하는 일로 업무를 시작합니다. 상품별로, 물류센터별로 결품을 파악해 안전재고를 확보하고 장기체화재고를 점검하죠. 상품 하나를 기획할 때마다 상품의 컨셉과 라벨 디자인의 방향성, 원매가, 출시 일정까지 조율할 게 꽤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양조장 등 협력사들과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은 필수고요. 출시 기념 행사를 기획하는 일도 주류 MD의 몫입니다. 보통 이전 행사들의 효과를 분석해 다음 행사를 기획하는데 이때 쇼카드, 포스터 같은 점포 게시물 검수까지 도맡습니다. 이처럼 편의점 CU의 주류 유통과 관련한 것이라면 뭐든 주류 MD의 손을 거친답니다.
정답은 O! 다른 부서와 달리 주류팀은 업무 중 음주에 관대합니다.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절대로 지나치게, 취할 정도로 많이 마시지 않습니다. 업무 중 술을 마시는 건 ‘관능평가’가 필요할 때인데요. 공산품이 출시 전에 직접 써보고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듯, 주류 MD들도 출시할 상품을 하나하나 직접 맛을 보고 품질을 따져야 합니다. 그러니 여러 술을 번갈아 가며 시음하는 일은 주류 MD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지요. 어디까지나 업무의 일환이라서 자유롭지만 책임의식을 갖고 관능평가에 임하고 있습니다.
정답은 X! 주류 MD라고 해서 모두 주량이 세지는 않습니다. 저도 주량이 소주 3병 정도에 불과합니다만(웃음). 주류 MD에게는 술을 많이 마실 줄 아느냐보다, 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제가 처음 이 일을 맡았을 땐 전통주를 공부하기 위해 주말마다 막걸리학교에서 8시간씩 수업을 받았는데요. 나중엔 조주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팀원 중에는 마스터 레벨에 준하는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는가 하면, 대학원 석사 과정으로 와인을 공부한 이도 있어요. 이처럼 주류팀은 각자 맡은 주류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역량을 갈고 닦습니다. 술고래는 아니어도, 술을 즐긴다는 의미에서 ‘주당’은 맞겠네요! 다들 술을 진심으로 사랑하거든요. TMI이지만 제 할아버지께서는 옛날에 양조장을 운영하셨다 하더라고요. 저의 전통주 사랑은 집안 내력인가 봅니다(웃음).
정답은 X! 여느 팀 회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긴장을 내려놓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팀원들 간 업무 고충을 나누고 서로 독려하는 거죠. 제가 맛집 찾아다니기를 좋아해서 팀 회식 장소 추천을 거의 도맡고 있어요. 주류팀 회식에 한 가지 특이사항이 있다면 거의 매번 팀장님이 새롭거나 희귀한 술을 갖고 오셔서 함께 마셔보고 평을 하는 기회를 갖는다는 거예요. 술과 페어링에 대한 외연을 넓힐 수 있는 경험의 장이 되기도 해서 회식은 늘 즐겁습니다.
정답은 O! 쉬는 날에도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가게 되면 저도 모르게 주류 코너를 서성입니다. 심지어 해외여행을 가서도 말이죠. 외식 중에 술을 마시게 되면 병의 백 라벨(Back Label)을 살피는 건 기본이고, 처음 보는 좋은 술이 있으면 알아두었다가 제조사에 연락하기도 합니다.
여기까진 주류 MD라면 가지고 있는 직업병이라 할 수 있는데요. 저는 여기서 또 한 가지, 막걸리를 마실 때 꼭 혼자서 한 병을 다 비우는 습관이 있습니다. 막걸리는 한 병 용량이 대개 750mL로 많은 편이지만,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한 병을 여러 차례 나눠 마실 수 있는 술은 아닙니다. 그래서 한 병을 혼자서 한 번에 마시기 괜찮은지가 막걸리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일명 ‘한 병 비우기 시음’이라 할 수 있는데요. 퇴근 후 집에서 치르는 저만의 간헐적 루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정답은 O!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제품을 기획하는 업무인 만큼, MD는 누구보다 트렌드에 빠삭해야 합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뉴스 클리핑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SNS를 살피고 주류박람회들을 개근하는 등 주류 관련 이슈를 성실하게 트래킹합니다. 그러다 좋은 제품, 양조장을 찾으면 굉장한 희열을 느끼고요.
발빠르게 파악한 트렌드와 시장의 흐름은 상품 기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제가 기획해 출시한 ‘밤값 막걸리’는 고물가 부담으로 초특가 주류의 인기가 높은 것을 고려한 상품입니다. 유통 마진을 확 줄여 비슷한 수준의 NB(National Brand) 막걸리 대비 최대 49%나 저렴합니다. 또한 CU의 신상 하이볼 ‘츄-하이’는 위스키나 소주 같은 고도주에 탄산수와 과즙 등을 섞은 RTD(Ready To Drink) 하이볼 트렌드에 발맞춰 내놓은 상품입니다. 여기서 깨알 자랑 하나, 우리 CU는 국내 RTD 하이볼의 시조새이자 성지로 통한답니다. 하하.
CU BAR의 전통주 진열대를 책임진 조희태 책임의 목표는 지역색이 강한 막걸리를 가장 ‘핫한’ 전국구 주류의 반열에 올리는 것입니다. 일로 놀이로 언제나 술을 곁에 둔다는 당신을 BGF의 진정한 주당으로 인정합니다. ‘대한민국 주류 트렌드를 선도하는 CU’를 목표로! BGF리테일 주류팀은 오늘도 마십니다. 그 즐거운 여정을 위하여, 건배!
인터뷰. 조희태 책임(BGF리테일 주류팀)
글. 강예슬
사진.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