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DIARY] 홍보팀 유철현 수석의 도서 집필기

매거진 2024.03.15

 

 

 

BGF리테일 홍보팀 유철현 수석은 요즘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도서 <어쩌다 편의점> 출간이라는 대형사고를 치면서 작가로 데뷔한 덕분인데요. 하루 온종일, 아니 13 내내 온통 편의점 생각뿐인 지독한편의점 홍보맨 작가가 되기까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봅니다.

 


 

*이 칼럼은 유철현 수석의 인터뷰를 에세이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밖에서 뛰고 안에서도 뛰고, 홍보만 13년

편의점 홍보맨으로 일한 지도 어느덧 13년. 무릇 업무라는 게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는 않지만, 간단히 소개하자면 ‘언론사를 대상으로 편의점의 신상품이나 신사업, 기업의 다양한 이슈들을 홍보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입사 2년차에 홍보팀으로 발령받은 후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홍보(PR)는 피(P)하고 알(R)리다 피 터지고 알 배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정적 이슈는 잘 수습하고 좋은 이슈는 만천하에 알리는 일인데 그게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기획력, 판단력, 순발력, 문장력, 설득력 등등 세상의 ‘력’이란 ‘력’은 다 겸비해야 하는 종합예술가 아닐까 생각한다.

 

언론 홍보의 매력이란 아마도 외부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회사 전반의 모든 상황을 폭넓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단순히 상품과 서비스뿐 아니라 회사의 정책, 전체적인 동향과 트렌드도 발굴하고 확대 재생산하면서 고객이 CU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도록 브랜딩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다방면으로 능력을 계발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부동산중개사 자격증을 시작으로 여러 자격증을 취득했다. 출점지를 정하는 것부터가 편의점 운영의 시작점이니 도움이 될 듯해 도전한 것이었다. 자격증 하나를 땄더니 당시 실장님께서 ‘그럼 가맹거래사도 한번 도전해 봐라’ 말씀하시기에 결국 가맹거래사는 물론 경영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할 수 있었다. 덕분에 편의점 운영 원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지만, 역시 자격증 같은 건 회사에 자랑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교훈(?)도 얻었다. 하하.

 

 

나 혼자만 알기 아까웠던 편의점 썰

이렇게 엄살을 피우니 정말 힘들기만 한 것 같지만 내 일에 대한 자부심, 편의점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글을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편의점 홍보를 하면 할수록 나는 보도자료에 다 담지 못하는 편의점의 재미있는 일들을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일상,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같은 목표를 향해 뛰는 동료들의 노력, 편의점에서 꿈을 키워가는 점주님의 사연과 고객들의 에피소드 등등. 

 

그리하여 홍보맨 10년차가 되던 해, 나름의 큰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내 일의 안팎을 소개하는 책을 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홍보 일을 하면서 글이라면 지긋지긋(?)할 만도 하건만, 책을 내기 위한 에세이 쓰기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물론 자아 실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편의점 업에 종사하는 임직원, 점주님들에게 ‘우리 일이 정말 재미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려 자부심을 드리고 싶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편의점을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공간인 만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일상에서 흘리는 땀과 눈물, 그리고 행복이 스며 있기 마련이다. 빼빼로데이에 하루만 CU에서 일해봐도 무궁무진한 사건들을 마주할 정도니까. 이런 글감들을 꾸준히 모아두고, 또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긍정적인 면을 잘 기억해 두면 모든 것을 풀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편의점 만세, CU 만만세!

 

  

 

3년간의 출퇴근길 작가생활

출판을 결심한 뒤 2년에 걸쳐 꾸준히 글을 써서 모았다. 책을 쓰기 시작할 무렵 아이가 태어났는데, 육아에도 열중해야 하니 집필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어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휴대폰에 대략 틀을 잡아두고 짬짬이 앉아 글을 완성했다. 본래 글을 꾹꾹 눌러 담아 느리게 쓰고 퇴고도 오래 하는 성향이라, 쓰고 지우고 또 다시 쓰기를 반복하며 나만의 에세이 톤을 만들어 갔다. 그간 만났던 점주님, 상품 기획자, 구성원들의 재미있는 사연과 눈물 쏙 빠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아니었다면 이 책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 권 분량을 탈고한 후에는 에세이를 주로 출판하는 출판사들의 문을 두드렸다. 무작정 40여 군데에 투고했던 것 같다. 긴 노력 끝에 한 편집자님이 연락을 주셨고, 그게 지금의 책을 함께 한 ‘돌베개’ 출판사였다. 당시의 나는 출판에 완전히 문외한이었지만 각고의 협업을 거쳐 1년 동안 편집 디자인을 했다. 교정에 교정, 또 교정. 집필 기간까지 3년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계획적인 J 성향이 책 출간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책이 나온 후 독자들과 주변 임직원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정말 많이 들었다. 또 다른 홍보맨은 그동안 아빠의 일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기 어려웠는데, 내 책의 한 부분을 통해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며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일반 독자들은 상품의 뒷이야기를 무척 재밌어했다. 10년 간 CU를 스쳐간 인기 상품과 반짝 상품, 지금은 사라진 서비스와 잊힌 상품 등에 대해서도 소개했는데 반응이 참 좋았다.

 

 

모두가 편의점을 사랑해

출판 이후 깨달은 큰 사실이 있다. 편의점을 사랑한 건 홍보맨인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책을 쓰면서도 ‘편의점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긍정의 장소이구나’ 싶었는데, 독자들의 소감을 들어보면서 더욱이 마음이 벅차올랐다. 매일같이 일상의 희망찬 사연들이 담기는 곳이 바로 편의점이니만큼, 내 글에도 그렇듯 밝은 기운이 담겼으면 했다. 

 

BGF리테일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모니터 화면 보기에 뜨는 문구에 익숙할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 문구에서 업에 대한 자부심을 읽는다. 일하면서 만난 회사 사람들, 점주님들은 모두 성격도 습관도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단 하나, ‘나와 우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다. 물론 우리가 지구를 구하는 영화 속 영웅은 아니다. 그러나 편의점에 들어서는 고객들의 삶에 조금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을 기획하고 또 판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과 사람, 그리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시간

책을 냈다고 하니 주변에서 ‘대체 시간을 어떻게 분배하느냐’며 궁금해했다. 자격증을 땄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도 생각치 않고, 부지런한 사람이라고도 여기지 않는다. 거창한 꿈을 꾸지도 않고 엄청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도 아니다. 평범한 대학생이고 직장인이지만 그저 성장했다는 느낌, 그 감각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약간의 노력을 보태면 될 뿐 전혀 어렵지 않고 즐거웠다. 그러니 모든 분들이 내 책을 보고 ‘나도 뭐든 해볼 수 있겠구나’ 여겼으면 좋겠다.

 

내 책의 마지막 챕터에 이런 말을 썼다. ‘나의 부끄러운 글이 앞으로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기를, 그래서 편의점이라는 텃밭에 더 많은 꽃이 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나는 편의점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그 안에 모이는 따뜻한 사연을 세상에 전하는 홍보맨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부족한 글을 봐주신 구성원들도 우리가 BGF리테일 안에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고 ‘내 일’과 ‘나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인터뷰. 유철현 수석(BGF리테일 홍보팀)

글. 김송희

촬영.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