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미생>은 한 무역상사를 배경으로 합니다. 직원들은 각자 영어나 러시아어 등의 유창한 외국어를 구사하며 해외와 통화하고, 노련한 화술로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데요. 이 풍경은 비단 무역상사뿐 아니라 편의점 기업 BGF리테일에서도 볼 수 있답니다. BGF리테일 안의 작은 무역회사, 글로벌트레이딩팀이 있기 때문이지요.
BGF리테일 글로벌트레이딩팀은 2017년 편의점 업계 최초의 수출입 전담 조직으로 출범했습니다. 이들은 마치 국경에 선 사람들처럼 날마다 글로벌한 업무들을 척척 해나가고 있는데요. 해외 유명 상품을 수입해 국내 CU에서 판매하거나, CU의 PB와 차별화 상품을 몽골과 말레이시아 CU는 물론 전 세계로 수출하는 등 해외 판로를 개척합니다. CU의 초저가 PB ‘감자칩 득템’과 ‘맛밤 득템’, ‘스마트폰 충전기’ 등이 글로벌트레이딩팀이 기획한 상품입니다.
수입과 수출이 주된 업무지만 때론 MD 역할을 맡기도 하고 현지에서 생산 품질 체크와 통관, 물류까지 수출입 상품의 전반을 관리한다는 글로벌트레이딩팀. ‘고만고만한 상대는 필요 없다, 세계가 우리의 상대다!’ 외치는 원휘연 팀장과 선연우 · 김동율 · 송서영 · 이태건 · 강윤아 책임의 종횡무진 글로벌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글로벌트레이딩팀이 탄생한 지 햇수로 8년차에 접어듭니다. 첫 성취감을 선사한 상품은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처음이라… 저희 팀이 처음 진행했던 상품이 저기 진열돼 있는 ‘모구모구’예요. 당시 국내 유통 트렌드 리포트를 살펴보면서 20대 여성들 사이 모구모구가 인기있다는 걸 알게 됐죠. 맛도 있지만 귀여워서 사진 찍기 좋잖아요. 태국 본사와 직접 컨택해서 수입했고, 전국 CU에서 판매하면서 지금은 우리나라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됐죠. 다른 판매처는 수입을 담당하는 벤더사가 있지만 우리는 직수입인 만큼 판매가도 합리적으로 맞추고, 회사 입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었어요.
해외의 인기 상품군을 들여오면 편의점 상품도 다양해지고, 단가를 낮출 수도 있겠네요.
네, 지난해 국내 우윳값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큰 부담이 됐잖아요. 그때 낙농강국 폴란드에서 멸균우유를 직수입해 좋은 반응을 얻었죠. 일반 상품에 비해 크기는 2배 이상이면서 가격은 동일했던 뉴질랜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카피티’도 크게 사랑받았고요. 요즘 CU에서 많이들 구매하시는 초저가 PB ‘감자칩 득템’과 ‘맛밤 득템’ 역시 저희 팀이 직수입한 상품이에요.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 가격을 확 낮춘 거죠. 완제품 말고도 냉동 야채 같은 원재료 역시 직수입해서 도시락 등 간편식 가격을 낮추는 데도 기여하고 있고요.
원재료의 경우엔 생산 공장도 일일이 방문하신다고요.
원재료 원산지가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인 경우가 많은데, 어떤 상품도 예외없이 현지 공장을 방문해서 직접 품질을 확인합니다. CU는 간편식 원재료 품질에 굉장히 까다로운 편이에요. 품질 안전성을 담보해야 간편식 생산라인에서 안심하고 쓸 수 있으니 꼭 직접 확인하는 편입니다.
와인 브랜드 음(mmm!) 카베르네 소비뇽과 피노타지도 글로벌트레이딩팀에서 수입한 상품이더라고요. ‘이 품종에 이 가격이 실화냐’면서, 가성비로 손꼽히는 와인이었죠.
음(mmm!) 피노타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와인이에요. 커피향이 살짝 도는 와인인데, 이 정도 등급의 와인을 시중의 일반 남아공 브랜드로 구매하면 3만 원 중반대는 줘야 하죠. 저희는 이걸 직수입하고 물량에 맞춰 계약함으로써 12,9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어요. 음 까베르네 소비뇽 역시 와인 전문가 사이에서 ‘7,900원이라는 가격은 말이 안 된다’며 크게 이슈가 되기도 했죠.
오늘 이렇게 팀원들이 다 모일 수 있었던 게 신기할 정도로 출장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렇기는 하지요. (웃음) 특히 해외 박람회를 많이 다니는 편인데요. 식품 박람회나 생활용품 박람회를 주로 가요. 얼마 전엔 일본 식품 박람회에 다녀왔고요. 3월에는 주류 박람회가 독일에서 열릴 예정이라, 주류팀 MD들과 잘 협동해서 좋은 상품을 발굴하는 게 올 상반기 목표예요.
수입을 추진할 때 주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도 궁금한데요.
박람회에서 좋은 상품을 발굴하면 현지 제조사와 컨택해서 상품 정보와 원가를 받아요. 이후 수입 시 국내 법규상 문제되는 사항은 없는지, 해상 운임, 선박 일정 등 전반적인 사항을 전부 확인하죠. 수입을 가정했을 때 원가 경쟁력을 따져 보는 것은 기본이고요. 신상품을 개발할 때도 그렇고, 저희가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상품은 결품이 나지 않도록 매일 매출과 재고를 확인해 리오더합니다.
상품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어려움도 있지만 잘 해냈을 때는 정말 뿌듯하겠어요.
그렇죠. 아직 상품군이 다양하지 않은 것도 한 사람이 꼼꼼하게 체크해야 할 게 많기 때문인데요. 저희는 정말 하나하나 수입을 결정할 때마다 ‘정성을 다한다’고 자부해요. 완성된 가공품을 수입할 때도 어렵지만, 간편식에 들어갈 원재료 수입을 할 때도 이런 농산물 수입은 처음 해보는 거니 모르는 것도 많고 특히 어려움이 컸어요.
진땀을 빼는 해프닝도 생긴다고요.
작년에 김동율 책임이 중국 출장에 가서 신선한 원물을 정말 괜찮은 가격에 계약을 해왔어요. 그중 도시락이나 김밥에 쓰는 당근 수량이 특히 많았죠. 컨테이너 박스로 6개나 들여왔으니까요. 평택항에 대기시키고 있었는데, 현장에 적용해보니 심지가 뻣뻣하다는 거예요. ‘이상하다. 분명 신선하고 문제없었는데’ 갸웃거리며 전수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게 알고 보니 심지가 웃자랐더라고요. ‘다른 데선 잘 쓴다’며 중국 측은 항변했지만, 김동율 책임이 적극 협의해서 전량 교환 받았어요. 사실 불량 상품은 아니었고 식품 기준에는 문제가 없어서 ‘교환 못 해준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중국에서 BGF리테일을 장기적으로 함께할 파트너라고 여겨 협의에 성공한 것이지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땀이 삐질 나요. (웃음)
해외와 국내의 상품 관련 법규가 다른 만큼 따져봐야 할 사항도 많을 텐데요.
수입이 결정되면 품질 안전성을 검토하고, 원가 적정성과 샘플을 테스트해요. 이게 끝나면 제조사에 발주하고요. 생산 관리 후 국내에 들어오면 저희 팀에서 물류까지 다 컨트롤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부산항에 입항한 상품을 각 RDC(지역물류센터)에 얼마나 입고시킬지 SCM기획팀과 커뮤니케이션하고요. 상품 입고 후에는 점포 판매 동향을 보고 재발주도 트래킹해요. 고객 클레임이 들어오면 그 대응까지 맡아 처리합니다.
와, 정말 광범위하네요. 편의점이기에 생기는 특성도 있을까요?
상품 하나하나를 기획할 때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전 과정을 꼼꼼히 챙겨야 해요. 편의점이 가맹점이기 때문에 생기는 특성이죠. 대형마트는 모두 직영점이잖아요. 점포에 입고되는 상품의 수와 판매 계획을 주체적으로 세울 수 있어요. 하지만 편의점은 점주님이 직접 발주를 하기 때문에 수량을 예측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상품을 들여올 때마다 따지고 고민할 게 많습니다.
상품을 하나 기획하려면 트렌드도 잘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수출입 일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나름의 노하우가 생긴 것도 있고. 수입할 상품을 선택할 때 기준은 언제나 ‘국내에서 이 상품의 반응이 좋을까’예요. 감자칩 득템을 기획할 때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관통에 담긴 감자칩을 좋아하니, 그걸 직수입해서 가격대를 낮춰보자’는 데서 출발했어요. 멸균우유나 아이스크림 또한 물가상승세를 읽고 추진한 상품들이죠.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해외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사오는 상품이 뭔지 살펴보기도 해요. 신상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거든요. MD들이 먼저 새로운 상품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먼저 찾고 호응하는 상품들이 많아진 거죠.
수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국가별로 반응이 좋은 상품이 다른가요?
CU의 PB 상품을 말레이시아, 몽골 등의 글로벌CU 점포에 도입시키고, 돈키호테 등의 해외 핫플이나 현지 마트에도 저희 상품을 입점시키고 있어요. 신기한 게 말레이시아에서는 델라페 파우치음료가 잘 팔리고, 몽골에서는 스틱커피가 잘 나가요. 가장 최근에는 일본 만물상인 돈키호테에 헤이루 치즈컵라면을 막 수출하기 시작했는데, 그 또한 반응이 기대됩니다.
글로벌 CU 점포뿐 아니라 현지 마트에도 수출하는군요. 향후 수출 전략이 궁금한데요.
글로벌트레이딩팀의 목표는 한인마트나 아시안마트에 PB 상품을 진출시키는 게 아니에요. 각 국가별로 대표성을 가진 메인스트림 마트에 상품을 입점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홍콩 현지 마트인 파크앤샵에 CU 수제맥주와 하이볼을 수출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죠. 작년에는 미국 코스트코에 어묵 수출을 타진했다가 여러 규제에 막혀 좌절된 경우가 있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법규에 맞춰 앞으로 다른 상품으로 다시 도전할 계획입니다. 오는 4월에는 일본 돈키호테에 치즈컵라면에 이어 불닭치즈면까지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올해 글로벌트레이딩팀은 또 어떤 신박한 계획을 갖고 있나요?
우선 해외 유명 상품들을 더 많이 가져올 계획이고요. 무엇보다 오는 3월에 카자흐스탄에 CU 1호점이 오픈하는데 PB 상품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서포트할 예정입니다. 물가상승세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초특가 상품도 계속 개발하고 확장하면서 전 세계 소비자의 좋은 친구가 되는 데 한 몫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