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서 더 따뜻한 기부, CU전리단사잇길점 가족들의 이야기

매거진 2025.04.09 #PEOPLE #복지관 #기부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 차가운 날씨만큼 얼어붙은 경기 속에서도 따스한 마음을 나누는 분들이 있었는데요. 전포동 골목 사이에서 나눔을 실천해 온 CU전리단사잇길 점주님과 스태프들. 작은 가게에서 시작된 이들의 선한 영향력을 들어보았습니다.

 

 


 

점주님 봉사 경력이 상당하시다고 들었어요.

어릴 적부터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대학생 때부터 스스로 봉사 활동을 찾아 시작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저도 봉사에 꽤 진심이었네요. (웃음) 대학생 시절에는 독거노인분들을 위한 목욕 봉사 등을 주로 했어요. 그러다 9년 전 편의점을 운영하면서부터 본격적인 기부 봉사의 길로 들어왔답니다. 

 

평소에도 나눔을 실천하고자 편의점 앞에도 작은 의자를 마련해 두었어요.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구수정 점주님이 아이들을 위해 직접 준비했던 디저트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기부 봉사를 본격적으로 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처음 편의점을 운영하던 지역이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 곳이었어요. 저도 아이를 3명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그 아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었죠. (웃음) 쿠키 같은 작은 디저트들을 편의점에 방문하는 아이들에게 나누어 줬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디딤씨앗통장’이라는 자산 형성 지원 사업을 알게 되었어요. 아동이 후원자의 도움으로 저축하면 국가나 지자체에서 추가로 지원해 주는 제도더라고요. 제 후원을 통해 아이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어 뿌듯했죠.



 

지난 2월에는 전포종합사회복지관에 라면 기부까지 하셨다고.

전포동이핫플로 알려져 있다 보니 의외로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세요. 어느 날, 편의점 앞에서 폐지를 줍고 계시던 한 분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알고 보니 그분이 전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식사를 기다리는 분들이 너무 많아, 조금이라도 늦으면 식사를 못 하시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날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거다!’ 싶은 마음이 들었죠. 식사를 거르는 분들이 많다니 꼭 뭔가 도와드리고 싶더라고요. 그래서급식소에 어떤 음식이 도움이 될까요?’ 하고 여쭤봤더니, 라면이 가장 좋겠다고. (웃음) 그렇게 해서 라면 박스 48개를 기부하게 되었답니다.


이번 복지관 기부에는 스태프들도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나요?

네. 지금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도 같이 참여해서 더욱 뜻깊었어요. (웃음) CU전리단사잇길점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함께해 온 소중한 직원들인데요. 어느 날, 전포종합사회복지관 봉사활동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봤더니 두 분 모두 너무 흔쾌히 “좋다”고 하더라고요. 라면 박스를 혼자 옮기기에는 조금 벅차거든요. 그런 와중에 스태프들 덕분에 큰 힘이 되었고, 함께해 줘서 정말 고맙고 든든했죠.

 

(좌)점주님, 스태프 모두 함께한 인생네컷 사진 (우)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꾸민 편의점 내부 장식

 

함께 기부 활동을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네요. 

아직은 어린 나이의 학생들인데 제 마음을 알아주고 함께 선행을 실천해 준다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 대견하고 고마워하고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봉사하는 동안 스태프들의 성숙한 모습에 저도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어요. 이렇게 함께 기부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친하고 즐겁게 일하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요. (웃음) 저희 편의점에서는 내부 장식도 스태프분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내서 예쁘게 꾸며 나가고 있답니다.

 


 

점주님과 기부 활동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김도아 스태프 취업 전 봉사 활동에 관심이 있었는데, 학생 신분이다 보니 큰 수입이 없어서 조금은 망설이고 있었는데요. 다행히 믿고 따르는 점주님이 좋은 기회를 주셔서 동참하게 되었어요.


임가언 스태프 편의점에서 동고동락하며 2년을 지내다 보니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되어서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봉사 점수도 조금 필요하긴 했습니다. (웃음)


김도아 스태프 저희는 단톡방을 통해 업무적인 이야기뿐 아니라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축하해주며 더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특히 제 졸업식 날점주님께서 직접 와서 축하해 주셨던 일이 정말 감동이었어요. CU전리단사잇길점에서의 행복한 기억 때문일까요이제는 BGF리테일에 입사하는 것이 제 꿈이 되었고공채 소식도 꾸준히 확인하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답니다. (웃음)


임가언 스태프 이곳에서 일하기 전까지 저에게 ‘점주님과 스태프는 수직적인 관계어찌 보면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어요그런데 점주님은 처음부터 저희에게 정말 편하게 다가와 주셔서 그 어떤 벽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좋은 일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값진 인연을 만나게 되어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다양한 봉사 활동으로 전포동을 따뜻하게 밝히고 계시는데요. 점주님의 앞으로의 봉사 계획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저도 기부나 봉사는 남몰래 조용히 하는 것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포종합사회복지관에 라면을 기부할 때도, 그냥 라면만 전해드리고 조용히 돌아올 생각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기부와 같은 선한 영향력은 널리 알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기부 활동을 열심히 알리고 있답니다. (웃음) 앞으로는 전포동 인근의 편의점 점주님들과 스태프분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연탄 나르기 봉사 같은 활동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다행히도 주변의 다른 편의점 점주님들께서 저희 활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시고, 격려는 물론 ‘다음엔 함께하고 싶다’는 메시지도 보내주고 계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점주님처럼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싶지만, 선뜻 나서지 못한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흔히들 기부나 봉사는 ‘처음이 어렵다’고들 하죠. 하지만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기부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곳이 많답니다. 기부 봉사는 도움의 ‘크기’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해요. 나누고 싶은 선한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봉사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와서 시작도 전에 지쳐버릴 수도 있죠. 모두가 힘든 요즘, 우리 모두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기부에 동참해 보면 어떨까요? 따뜻한 우리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함께해 주세요!




인터뷰. 구수정 점주님, 김도아 스태프, 임가언 스태프(CU전리단사잇길점)

글. 김도현

편집. 김도희

사진. 김홍일